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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다] 세월호 AIS는 왜 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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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다] 세월호 AIS는 왜 꺼졌나?
  • 뉴스프리존
  • 승인 201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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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의 기본은 세월호의 항적을 온전히 그려내는 것이다. 세월호가 출항 이후 침몰할 때까지 어떤 위치에서 어떤 방향과 속도로 운항하였는지를 알아야 침몰 원인도 정확히 규명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항적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항적자료의 기초가 되는 세월호 AIS장비의 신호가 수차례에 걸쳐 끊겼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월호 AIS장비가 왜 꺼졌는지를 밝히는 것은 항적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AIS-VTS는 무엇인가

선박용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는 우리말로 선박자동식별장치라 하며, 해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본래 항공기용으로 개발된 자동식별장치를 선박용으로 개발하여 도입한 장비다.

연안선박용 소형 AIS 표시장치 외형과 AIS가 담는 정보들 (자료 : ‘선박자동식별장치 검토’: 미래전파공학연구소)
연안선박용 소형 AIS 표시장치 외형과 AIS가 담는 정보들 (자료 : ‘선박자동식별장치 검토’: 미래전파공학연구소)

AIS 표시장치는 <그림 1>과 같이 외형상 차량용 네비게이션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기능 또한 유사한 측면이 있다. AIS 표시장치는 화면 중앙에 위치한 자기 선박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려 다른 선박이나 지도상 나타나는 지점까지의 거리를 표시하며, GPS 수신기를 통해 전달되는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자기 선박의 위도와 경도, 속도, 방향 등의 정보를 기본적인 정보로 제공한다. 이 외에도 AIS 표시장치는 선박의 이름과 길이, 너비, 목적지와 도착 예상시간 등도 알려준다.

선박용 AIS는 GPS 수신기 외에도 기본적으로 양방향 송수신기를 갖추고 있어 자기 선박의 위치, 방향, 속도 등 각종 정보를 육상기지국을 통해, 혹은 직접 다른 선박과 주고받을 수 있다. 여기에 초단파무선통신장비(VHF)도 갖추고 있어 다른 선박이나 해상교통관제센터와 육성 교신도 가능하다. 해상교통관제센터는 이 AIS 정보와 레이더 정보 등의 기초자료를 토대로 선박통항정보서비스(VTS, Vessel Traffic Services)를 운영하며 해상 교통질서를 통제하게 된다.

AIS장비가 도입되기 전까지 해상교통에 대한 관제는 전적으로 레이더(Radar)망에 의존되어 있었다. 그러나 레이더망은 전자기파를 물체에 발사시켜 그 물체에서 반사되는 전자기파를 수신하여 물체와의 거리, 방향 등을 알아내는 레이더의 작동 원리상 선박의 크기가 작거나 날씨가 좋지 않은 경우에 수신감도가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게다가 남해, 서해와 같이 섬이 많은 지역의 경우 곳곳마다 레이더를 설치해야만 레이더망이 운영될 수 있다. 레이더망을 통해 파악되는 정보 역시 선박의 존재 위치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AIS장비는 위성을 이용해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자기 선박과 다른 선박, 해상교통관제센터 사이에 양방향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하므로 레이더망이 갖는 약점들을 대부분 극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상 안전, 해상 오염문제로부터 해상운수 규격화에 이르는 대부분의 해상문제를 다루는 국제해사기구(IMO)는 2002년 7월부터 모든 신규 여객선과 총톤수 300톤 이상의 화물선에 AIS장비 장착을 의무화했고, 한국 정부 역시 선박안전법에 관련내용을 반영하여 2004년 4월 21일부터 AIS장비 장착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세월호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AIS장비를 장착하고 있었다. AIS운영을 위해 국제해사기구에 등록된 세월호의 호출부호는 121832, 영문명은 SEWOL이다.

수차례 꺼졌던 세월호 AIS

AIS장비는 선원에게 선박의 항해방법을 제공하는 ‘항법장치’의 영역에 속한다. 첨단항법장치는 오늘날 선박의 운항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첨단항법장치가 고장 난다면, 21세기의 선원들은 선박의 운항을 마치 중세시대와 같이 나침반과 지도, 그리고 태양과 별의 위치 등에 의존하여야 할 것이다. 게다가 시야가 확보되기 어려운 야간 등의 조건에서는 자기 선박 주위에 있는 다른 선박 등의 물체를 식별하기 어려워지고, 해상교통관제센터의 통제에서 벗어나므로 다른 선박 역시 자기 선박의 존재 자체를 알 수 없게 된다. 해상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월호 AIS 장비는 4월 15일 밤 9시경 출항 이후 수차례에 걸쳐 신호를 발신하지 않았다. CBS노컷뉴스의 5월 1일 보도에 따르면, 4월 30일 해양수산부가 공개한 세월호의 항적도 자료에 침몰 사고 당일인 4월 16일 새벽 3시 40분 40초~43분 28초(2분 48초간), 4시 5분 32초~8분 19초(2분 47초간), 새벽 6시 11분 57~16분 57초까지 5분간 세월호의 항적도에서 AIS 신호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JTBC가 5월 4일 방영한 [탐사플러스] 중 문예식 선장이 증언하고 있다.
채널 A 4월 16일 보도, “침몰 세월호, 새벽부터 신호 끊겨…항로 ‘미궁’”

해양수산부는 4월 16일 오전 8시48분37초부터 8시49분13초에 이르는 36초구간도 AIS기록이 없다고 공식확인했다. 그 외에도 세월호의 AIS신호가 끊긴 정황은 계속 발견된다. 채널A가 사고 당일 해양수산부 사고대책반 내 상황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최초 검색된 세월호 항적은 4월 16일 새벽 3시 46분 이후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3시 46분 즈음 세월호의 AIS신호가 끊겼다는 것이다.

또 한겨레TV ‘김어준의 KFC'는 선박의 AIS신호를 추적하는 웹사이트들을 검색한 결과 세월호가 ‣ 4월 16일 1시 41분 17초 경 군산앞바다 근처, ‣ 4월 16일 8시 1분경 전남 조도면 근처에서도 AIS 신호를 발신하지 않았다고 확인한 바 있다. 만약 세월호 AIS 발신장치가 얼마 후 다시 신호를 발신하기 시작했다 하더라도 세월호 AIS신호는 발신이 끊긴 시각으로부터 수 초 내지 수 분 가량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세월호의 AIS신호가 끊긴 사실은 9시 6분~7분 경 진도연안VTS의 호출을 받고 세월호 구난에 임했던 둘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의 증언 등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JTBC가 5월 4일 방영한 <탐사플러스>에 의하면, 이 당시 진도연안VTS의 호출을 받았던 둘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은 “이 배는 AIS도 꺼져 있는 상태더라고. 그러니까 나는 이 배가 세월호 인지는 몰랐었어요.”라고 증언한다. 세월호의 AIS장비는 아무런 신호를 발신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AIS, 고의로 껐나?

그렇다면 최단 37초에서 최장 5분에 이르는 AIS신호 단절 구간이 발생한 원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세월호의 AIS장비가 수차례 꺼진 이유에 대해서 둘라에이스 문예식 선장은 ‘일부러 꺼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4월 16일 9시 6분경 세월호의 AIS신호가 잡히지 않았던 사실과 관련해 “일부러 안 껐으면 꺼질 이유가 없지. 이것은 수신 장치에요. 고장도 안 나요. 하필이면 이 시기에 전원이 꺼졌다는 것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사람이 인위적으로 껐든가 스위치를, 내가 추측할 때는 위치를 감추고 싶어서 껐지 않을까 싶은데”라고 추측했다.

JTBC가 5월 4일 방영한 [탐사플러스] 중 문예식 선장이 증언하고 있다.
JTBC가 5월 4일 방영한 [탐사플러스] 중 문예식 선장이 증언하고 있다.

체널A의 4월 16일 보도도 이와 같이 세월호 선원이 고의로 AIS장치의 전원을 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채널A는 “선박항해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정상항로를 벗어나는 것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AIS 신호를 끊는 일도 있다고 말합니다.”라며, 구체적으로 “가끔씩 어선들이 불법조업 구역을 들어간다거나 또는 중국어선이 우리나라에 왔다거나 뭔가 나쁜 짓을 할려고 하면 끄겠죠. 내 신분이 노출되는데”라 설명했다.

둘라에이스 문예식 선장과 채널A의 보도를 보면, 일부 선박이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리거나 위치를 감추기 위해 AIS를 고의로 끄는 사례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분 40초 이상, 5분 이하의 시간동안 최소 세 차례 발생했던 세월호 AIS 신호 단절현상의 원인 역시 고의로 껐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전으로 꺼질 수 없는 세월호 AIS

해양수산부는 사고 발생 시각으로 추정되는 4월 16일 오전 8시48분37초부터 8시49분13초에 이르는 36초구간에 AIS기록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 “정전(블랙아웃)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8시48분37초 당시 조타실에 근무했던 3등 항해사 박한결씨의 법정 증언이 정전이 없었음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한결씨는 5월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사고 해역은 협수로로 물살이 빠르고, 반대편에서 배한척이 올라왔다. 선박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선회했다. 충돌하지 않도록 레이더와 전방을 관찰하며 무전을 듣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박한결씨의 증언은 당시 세월호 항법장치의 전원 공급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음을 알려준다.

통신용 비상 배터리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점도 정전으로 인한 AIS신호의 단절이 쉽게 발생할 수 없다는 근거가 된다. 이종인 알파잠수 대표는 주권방송과의 인터뷰에서 AIS신호의 단절 원인이 ‘정전’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그 이유는 “통신용 전원 밧데리는 기관 고장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으며 배가 침몰하는 순간까지 계속 작동할 수 있도록 제일 윗층인 조타실에 설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AIS 꺼짐 = 완전 침몰”이라는 의미다. 세월호 구조 작업에 동참하기 위해 사고 해역으로 진입하던 드래곤 썬호가 9시 46분 경 “진도 VTS, 드래곤 썬, 세월호가 지금 AIS가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침몰된거 같습니다”라고 교신한 것도 이종인 대표의 인식과 흡사하다.

이종인 대표가 말한 “통신용 전원 밧데리”는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Uninterruptible power supply)에 장착된 배터리를 의미한다. UPS는 갑작스런 정전으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장치로, 장착된 배터리의 용량에 따라 전원을 일정시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선박의 경우, UPS는 선박의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AIS장비와 같은 항법장치나 VHF장비와 같은 통신장비를 정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객선의 경우는 선박의 안전이 여객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선박 내 모든 전원이 꺼지더라도 항법장치 등을 30분 정도 유지할 수 있는 배터리를 장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라에이스 선장 문예식씨가 AIS장비가 “일부러 안 껐으면 꺼질 이유가 없지”라고 강하게 주장한 이유도 이와 같은 장치가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만약 UPS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정전이 일어났다손 치더라도 “36초”나 AIS신호가 끊긴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전이 발생하고 36초 후 비상 전원이 공급되어 AIS장비가 정상화 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세월호 내에 장치된 2~3대의 발전기가 모두 꺼진 후 비상 발전기가 가동되었다는 의미다.

선박 내 정전과 관련해 한겨레신문과 인터뷰 한 1급 항해사 이아무개씨는 “보통 배에 발전기가 2~3대 있다. 한 대가 멈추면 자동으로 15초 안에 다른 발전기가 작동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아무개씨는 “36초 동안 자동식별장치가 끊어졌다면, 발전기가 모두 멈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정전’으로 인한 AIS 신호 단절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2분 내지 5분이나 AIS신호가 단절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이아무개씨의 설명대로 “36초”의 단절이 발전기가 모두 멈춘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AIS기록이 수 분 동안 단절될 정도로 발전기가 모두 멈춘 상황은 말 그대로 ‘비상상황’에 해당한다.

발전기가 모두 멈추었다면 선실 복도 내 비상구 유도등을 제외한 일반 조명은 모두 꺼진 상태며, 엔진이 멈추는 등의 이상현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 세 차례 이상 발생했다면 객실 내 승객들이 아무도 몰랐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생존자들의 증언에는 선체가 기우뚱 했다는 기록은 있으나 이처럼 한밤중에 모든 전원이 나가는 비상상황에 대한 기록은 없다. 2~5분에 걸친 발전기 가동 중단 사태가 세 차례 이상 발생한 상황에서, 세월호가 공개된 항적과 같이 운항을 쉼 없이 강행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AIS신호 단절 원인을 밝혀야

수차례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던 세월호 AIS장비는 드래곤 썬호와 진도연안VTS의 교신기록 상 9시 46분경 완전히 꺼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AIS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9시 46분경의 세월호 각도(자료 : 오마이뉴스)
세월호 AIS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9시 46분경의 세월호 각도(자료 : 오마이뉴스)

세월호가  9시 46분에 “지금 AIS가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침몰된거 같습니다”라는 드래곤 썬호의 교신내용과 같이완전 침몰된 것은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9시 46분은 조타실에 모여 있던 세월호 승무원들이 승객 구조를 외면한 채 해경123정에 최초로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9시 38분과, 이준석 선장이 해경123정에 올라 구조 완료된 9시 50분의 사이에 있다. 이는 조타실 내부에서 탈출하던 누군가가 9시 46분경 고의로 AIS장비의 전원을 껐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진도VTS와 세월호의 교신기록이 9시 36분을 끝으로 두절된 것도 정전이 원인이 아니라 승무원들이 조타실에서 탈출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승무원 중 누군가가 4월 16일 한 밤중에 수차례에 걸쳐 AIS신호를 고의로 껐던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만약 그러했다면, 세월호 참사는 이미 4월 16일 한 밤중부터 시작되었던 셈이다. 세월호의 AIS신호가 단절된 이유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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