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입당 혹은 합당 안하면, 내가 출마하겠다" 선언 그대로, "경험 있는 노련한 시장 필요하다"

토건사업에는 아낌없이 돈 쏟아부으면서, 아이들 '무상급식'은 안 된다며 시장직 걸고 무릎까지 꿇더니~
다시 보는 김어준과 오세훈 '절친' 사건, '무상급식'은 전국적으로 퍼졌고 '보편적 복지' 이슈로 이어지다
10년전 오세훈 때문에 '밥그릇 빼앗길 뻔'했던 그 초등생들은 지금 투표할 수 있다. 단단히 벼르고 있다.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오세훈 前 시장의 기억상실…절대 초딩에게 밥 못 주겠다고 하던 무릎 쑈. 그때 그 초딩들 친환경 무상급식 받고 건강한 유권자되어 심판을 벼르고 있습니다!" (문명순 더불어민주당 경기고양갑 지역위원장, 17일 페이스북)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시장직에서 물러난지 10년만에 다시 도전에 나선 셈이다.  /ⓒ 연합뉴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시장직에서 물러난지 10년만에 다시 도전에 나선 셈이다. /ⓒ 연합뉴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오 전 시장은 앞서 지난 7일 국민의힘 경선 후보 접수 시작 전날인 이날까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합당하지 않으면 자신이 나서겠다는 '조건부' 출마 선언을 한 바 있는데, 안철수 대표가 응하지 않자 바로 출마선언을 한 것이다.

지난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시장직에서 물러난지 10년만에 다시 도전에 나선 셈이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시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후보나 국민의당의 반응을 보고 사전 단일화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라며 "이제 기다리는 시간은 끝났다. 오늘부터 뛰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이 한마디로 빈사 상태가 됐다"며 "서울을 살리기 위해서는 당선 다음 날부터 당장 시정을 진두지휘하며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경험 있는 노련한 시장이 필요하다"라며 시장 경험이 있는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 각료와 함께 광화문 광장에 엎드려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며 역시 강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10년전 시장직을 중도사퇴한 데 대해 "서울시민 여러분과 우리 당에 큰 빚을 진 사람이 이렇게 나서는 게 맞는지 오랜 시간 자책감에 개인적 고뇌도 컸다"라며 그동안의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시장 재임시절 세빛둥둥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해뱃길 등 각종 토건사업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학생들의 '무상급식'은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다 빈축을 샀다. 그러면서 2011년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피력하겠다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무리수를 꺼내들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재임시절 각종 토건사업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한 바 있다. 그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지만 투표율 미달로, 결국 시장직에서 물러난다. /ⓒ 한겨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재임시절 각종 토건사업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한 바 있다. 그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었지만 투표율 미달로, 결국 시장직에서 물러난다. /ⓒ 한겨레

당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나는 꼼수다> 방송에서 오세훈 당시 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에 대해 “차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장렬히 전사한 정치적 이미지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오세훈 당시 시장은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다. 그러자 김어준 총수는 "시장직이라도 계속 하려는 것 같다. 오세훈 시장이 진짜 승부수를 노렸다면 대선 불출마와 함께 시장직을 걸었어야 했다”며 “오세훈 시장은 시장직을 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시장직을 걸면 친구하자고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오세훈 당시 시장은 무릎까지 꿇으며 “투표율 33.3%(3분의 1)가 넘지 않으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정말 시장직을 걸자 김어준 총수는 "나에 대한 오 시장의 호감이 확인됐다"라고 촌평했다. 김어준 총수를 의식이라도 한 듯, 정반대로만 움직였던 오세훈 전 시장, 이를 <나는 꼼수다>에선 "오세훈 시장 '절친' 수락 사건"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에서도 무리라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오세훈 전 시장은 주민투표 성사를 위해 상당한 홍보전까지 들어가며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부단히 애를 썼다. 그러나 결국 투표율 미달(25.7%)로 임기 중 시장직에서 자진사퇴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무리수를 쓰다가 결국 제 덫에 제가 걸린 셈이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이런 무리수 이후 '무상급식'이라는 의제는 시민들에게 보편적인 의제로 받아들여지게 됐고, 전국적으로 점차 확대됐다. 아울러 이는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가는 디딤돌이 됐다. 

과거 '무상급식'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며 시장직까지 걸었던 오세훈 전 시장을 지금도 벼르고 있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특히 오세훈 전 시장이 주민투표를 했을 당시 학생들이 아닐까? 벌써 10년이나 지난 일이니, 당시 초등생들 대부분은 현재 성인이 되어 투표권을 갖고 있다. 2011년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는 모두 투표권(만 18세 이상)을 갖고 있다. "우리 밥그릇까지 빼앗으려 했던" 오 전 시장을 그들이 가만보고 있을 리 없을 듯하다. 

2011년 8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투표 성사를 위해 무릎까지 꿇으며 투표 참여를 호소한 바 있다. 결국 투표율 미달로 임기 중 시장직에서 물러나고 만다. / ⓒ 연합뉴스
2011년 8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투표 성사를 위해 무릎까지 꿇으며 투표 참여를 호소한 바 있다. 결국 투표율 미달로 임기 중 시장직에서 물러나고 만다. / ⓒ 연합뉴스

문명순 더불어민주당 경기고양시갑 지역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오세훈 前 시장의 기억상실…절대 초딩에게 밥 못 주겟다고 하던 무릎 쑈"라고 언급하며 "그때 그 초딩들 친환경 무상급식 받고 건강한 유권자되어 심판을 벼르고 있습니다!"라고 상기시켰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후 두 차례의 총선 출마와 자유한국당 당대표 출마를 하며 정치적 재기를 노렸지만, 모두 낙선하며 10년째 야인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선 서울 종로 지역구에서 정세균 현 총리에게, 지난 총선에선 서울 광진을 지역구에서 고민정 의원에게 각각 패배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정치적 입지는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든 상태다. 

국민의힘에선 현재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한 인사가 오세훈 전 시장을 포함해 10명이나 된다. 그러나 결국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오 전 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 간의 양자구도가 확실시되는 만큼, 국민의힘 내 경선 과정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를 할 지, 아니면 따로 갈 지 그것에 더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단일화를 넘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까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자 후보를 낼 경우 승산 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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