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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피불우(乘彼不虞), 적이 방심한 틈을 타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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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피불우(乘彼不虞), 적이 방심한 틈을 타 공격한다.
[고전탐구]
  • 이정랑 (논설위원, 중국고전 평론)
  • 승인 2021.01.1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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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때의 『초려경략』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대목이 있다.

병이란 기회를 만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또 먼저 늦추었다가 나중에 빠르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늦추는 것은 상대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고 빠르게 하는 것은 적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틈을 타는 것이다. (내가 늦춤으로써) 대비를 느슨하게 만들어 미처 준비하지 못한 틈에 쳐들어가면 이기지 않을 수 없고 적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적이 느슨하게 흩어져 있는 틈을 타 예상 밖의 행동을 취함으로써 성공하는 책략이다. 『병뢰』 「승 乘」에서도 어떻게 적의 빈틈을 타서 공격할 것인가에 대해 전문적으로 논하고 있다. 『손자병법』 「구지편」에서는 “적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한 틈을 타서 경계가 없는 길을 통해 무방비를 공격한다.”고 했다. 전쟁사는 실패가 대비의 허술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잘 증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승피불우’는 역대 병가들이 중시해온 승리의 원칙이었다.

378년, 전진(前秦)의 부견(苻堅)은 7만 군사를 이끌고 동진(東晉)의 군사 요충지인 양양(襄陽-지금의 호북성 양번시)을 공격했다. 동진의 장수 주서(朱序)는 한수(漢水)가 가로막고 있는바, 민간인 배들을 일치감치 남안으로 대피시켰으므로 부견이 한수를 건너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전진의 대군이 공격해 오는데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경계를 소홀히 했다.

그러나 전진의 장수 석월(石越)은 5천 기병을 거느리고 한수를 헤엄쳐 건넜다. 주서는 어쩔 바를 모르고 황급히 군사를 거두어 성으로 들어갔다. 전진 군은 몇 차례 공격을 가했지만, 성을 공략하지 못하자 군영으로 후퇴했다. 주서는 승리에 도취해 방어를 강화하기는커녕 경계를 다시 늦추었다. 그 결과 양양은 적의 손에 들어가고 주서 자신도 포로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 전례는 동진의 주서가 적과 맞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했음에도 ‘대비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실패했고, 전진은 ‘승피불우’했기 때문에 승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병뢰』 「승 乘」에서는 ‘틈을 탈 수 있는’ 10가지 상황을 나열하고 있는데, 그 조항 가운데 ‘느슨해진 틈을 타라’는 ‘해가승(懈可乘)’이 있다. 물론 적의 ‘소홀한 준비와 경계’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적의 틈을 간파하여 제, 때에 이용할 수 있다면 적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중요한 조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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