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뉴스프리존
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뉴스프리존

[아산=뉴스프리존] 전영철기자= 하고 싶은 이야기(8): 정지조건부 허가를 하자.

나는 과장을 할 때까지 인·허가 부서에는 근무를 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충남도 보건복지국장을 하면서 처음으로 인·허가 업무를 접했다. 처음 접한 것은 2011년 ㅅㅅ시 복지재단 설립에 관한 것이었다. 복잡하고 많은 서류를 짧은 시간에 검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 국장의 임무이기도 하다.

통상적인 업무는 법적인 문제와 예산의 문제가 없으면 바로 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정책적인 업무나 인·허가 업무는 좀 더 심사숙고를 한다. 그래도 정책적인 업무는 사전에 많은 의견 교환을 하고, 인·허가 업무는 사전에 업무 진행상항과 아울러 문제점 등을 보고받기에 결재를 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는 것이 일반적인 행정절차이다.

그러나 ㅅㅅ시 복지재단 건은 처음 접하는 업무임에도 사전 보고 없이 갑자기 결재가 올라온 경우였다. 나는 우선 법령에 문제는 없는지, 우리도 재정적인 부담은 없는지를 묻고, 업무 보고를 받았다. 허가 신청이 재단설립에 관한 것이다 보니 재원 마련은 당연하다해도 사무실은 물론이고, 각종 집기 등도 전부 마련해 놓았다. 심지어 근무자도 내정이 되어 있어 허가가 결정되면 즉시 재단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나는 이러한 업무는 의무적 사항이라면 모르되 재량행위는 정지조건부 허가로 해주라고 했다. 정지조건부허가로 해주면 민원인 입장에서는 시간과 경비를 절감할 수 있어 좋고, 허가가 부결 되더라도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 앞으로는 정지조건부 허가로 하도록 당부를 하고 결재를 했다.

정지조건부 허가는 행정법에서 나오는 부관의 종류인 조건의 하나이다. 공무원이라면 시험 준비를 하거나 교육을 통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는 개념이다. 따라서 공무원이라면 정지조건부 허가에 대한 개념 정도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나는 ㅅㅅ시 복지재단허가 이후에는 신규 공무원들과 면담 기회가 있으면 물어 봤다. “정지조건부 허가에 대해 아세요?” 다행히 몇몇 직원은 “허가 조건을 이행하면 허가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으나, 일부는 “최근에는 공무원들이 정지조건부 허가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다는 다소 의외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행정기관에서 정지조건부 허가를 활용하지 않으면 공무원 입장에서는 민원서류를 보다 완벽히 갖추어 감사에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민원인 입장에서는 모든 서류를 전부 준비해서 허가 신청을 하다보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게 된다. 그러다 허가가 나지 않으면 민원인은 소비한 시간과 비용을 보상받을 길이 없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민원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지조건부 허가의 행정행위가 줄고 있다는 것은 민원인 배려보다는 행정 편의로 행정이 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인 정지조건부 허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공무원 퇴직 후 도시개발, 산업단지, 물류단지 등과 같은 지역개발사업과 관련된 영업을 하면서 시행사들로 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지조건부 허가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대규모 개발업무는 많은 관계부서와 부처 간의 협의는 물론이고, 개인의 재산권 침해와도 관계가 있다 보니, 동의서를 요구하는 데 이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동의율을 조금만 높여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업의 존폐문제와 아울러 회사 존망도 걸리게 된다.

그러므로 비록 공무원 입장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것이라도 그것이 재량행위라면 정지조건부로 허가를 해주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간 절약은 물론이고 처리할 일이 보다 분명해져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

지금은 코로나-19와 집값 폭등으로 경제가 말이 아니다. 공무원이 허가 신청요건이 부족한 부분은 정지조건부 허가로 하면, 아파트건설도 쉬워져 집값 폭등도 막고, 지역경제는 보다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고, 주민 소득도 향상되어 어려움에 처한 지역경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시간이 돈이다 보니, 정지조건부 허가를 해주면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할 것이다. 투자하려는 기업은 많다.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희망을 주자. 그러면 우리지역도, 우리나라도 더 발전할 것이다.

강병국 전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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