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쓴 방송은 근거가 부족하고 근거없어도 기사를 쓴다는 얘기 아니냐?”

김윤, 방사능 유출 보도한 포항MBC에 “왜곡 편파방송 MBC의 정치적 가짜뉴스"

장미쁨 "지역방송을 도매금으로 매도..원전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모욕"

지역언론 존재 이유 증명한 포항MBC에  김윤 "어용방송" "물타기" 망언

[정현숙 기자]= 최근 지역 방송국인 '포항MBC'가 중앙언론도 다루지 못한 월성원전 인근의 방사능 유출을 심층 보도해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를 여실히 증명했다는 평이 나왔다.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지난 15일 TBS라디오에 뉴스공장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TBS 영상 갈무리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지난 15일 TBS라디오에 뉴스공장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TBS 영상 갈무리

포항MBC는 지난 12월에도 특집 다큐 <그 쇳물 쓰지 마라>에서 대표적인 공해유발 업체인 포스코의 사례를 통해 제철소 노동자들의 심각한 직업병 실태와 인근 주민의 환경 질환 실태, 나아가 부당한 현실에 침묵하는 권력기관들의 카르텔을 파헤쳐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지난 1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라디오 생방송에서 월성원전에서 인체에 소량만 들어가도 유해한 삼중수소가 다량으로 유출됐다고 보도한 포항MBC를 겨냥해 "어디 지방방송 얘기 갖고", "어용방송", "정치적 가짜뉴스", "물타기"라고 비난해 물의를 일으켰다. 뉴스의 진실은 뒷전이고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낸 발언이기 때문이다.

김윤 위원장의 이같은 지역언론 비하 발언에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보도 장본인인 포항MBC 장미쁨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근거없이 지역방송을 도매금으로 매도했다”라면서 특히 어용방송이라는 주장도 터무니없다고 했다. 19일 매체는 포항MBC가 김윤 위원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송을 예고한 장미쁨 기자는 “월성 원전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최대 71만3000 베크렐이 나온 것은 사실이며, 다른 원전과 비교해도 삼중수소가 높게 나오는 곳”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보도가 침소봉대이며, 이 월성 원전이 안전하다는 근거를 대야 하지만 그런 근거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장 기자는 김윤 국민의당 위원장 주장에 “우리 보도가 가짜뉴스이고, 어디 지방 방송에서 보도한 것으로 그러느냐고 한 것은 지방 방송을 모두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라며 “지방에서 쓴 방송은 근거가 부족하고 근거없어도 기사를 쓴다는 얘기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것은 우리 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우리 기사의 품질과 신뢰도와 정직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장 기자는 “한수원 보고서를 토대로,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한수원 입장도 다 확인하고 보도한 내용”이라며 “그런데도 우리가 썼던 기사와 앞으로 쓸 기사 모두를 도매금으로 넘기는 것이므로 큰 피해를 줬기 때문에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월7일 월성원전 지하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포항MBC 뉴스. 사진=포항MBC 영상 갈무리
지난 1월7일 월성원전 지하수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포항MBC 뉴스. 사진=포항MBC 영상 갈무리

'어용방송', '월성 원전 폐쇄의 청와대 개입 의혹 수사의 물타기 가능성' 주장에 장 기자는 “우리가 왜 어용방송인지 모르겠다”라며 “보고서와 자료를 접한 것이 지난해 12월 중순이며, 이미 수사는 한참 전에 시작됐다”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장 기자는 “자료 받아봤을 때 삼중수소 검출됐다는 최초의 사건이었는데, 그럼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냐”라며 “수사 중이니 언제까지 보도하지 말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뉴스가치가 있는 내용을 알았으면 보도하는 게 당연하지, 충분한 이유없이 보도안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한겨레에 보도가 됐던 내용이기도 하다며 터무니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장 기자는 "또한 지역 주민 체내의 삼중수소량이 바나나 3.4개~6개 먹었거나 멸치 1g을 섭취한 수준이라는 한수원과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등의 주장을 두고 “그렇게 유해하지 않다면 왜 기준치 4만베크렐/리터(계획 배출기준)가 왜 존재하느냐”라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것을 우리 정부가 반대하고, 이를 비판하는 것도 다 무의미하고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장 기자는 이런 주장을 펴는 것 자체를 두고 “원전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모욕하는 것으로 본다”라며 “저도 경주에 사는데, 4년 여 전 경주 지진이 났을 때 두려움이 정말 컸다. 지진이 나면 대피하면 되지만 원전이 지진에 영향을 받으면 모든 지진 대피 훈련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장 기자는 무엇보다 삼중수소의 유무해 논쟁 보다 더 본질적인 것이 원전 시설의 안전성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수조 등이 샐 가능성을 조사할 생각은 않고 멸치 바나나 얘기만 하는 것은 달을 보라고 했더니 손가락만 애기하는 것과 같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김윤 위원장은 뉴스공장에서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과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다가 “본질은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는지 없는지 물타기일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매우 높다”라며 “이게 발단이 포항MBC다. MBC에서 뻥튀기를 한 것이다 왜곡 편파방송 MBC의 정치적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인 김어준 씨가 “포항MBC에서 항의할 수 있다”라고 제지했다. 김성회 대변인은 “이 보도를 한겨레에서 했다 그럼 똑같이 공격하라”며 “이미 한겨레에서 12월 24일에 동일한 보도를 했고 원자력연구소 내부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윤 위원장이 다시 “어디 지방방송에서 얘기한 것을 갖고 일거의 이낙연 대표가 그런...”이라고 발언하자 참다 못한 김성회 대변인은 “굉장히 모욕적인 표현이다 품격을 지켜달라”며 발언을 끊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공식적인 이야기 아닌가요 포항MBC, 광주MBC...아닌가요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라며 “객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지역언론 폄하 발언을 두고 송일준 광주MBC 사장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 김윤이란 자의 망발"이라며 "뜬금없이 광주MBC까지 들먹이는 건 무슨 수작인가. 너무 천박해서 언급하고 싶지도 않지만 김윤이란 이름을 기억해두기 위해 기록한다. 지방방송이 보도하면 사실도 가짜가 되는가. 지방을 이토록 무시하고 비하하는 자가 추구하는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윤 위원장이 포항MBC를 지목해 지역방송을 폄하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15일 아이러니하게도 박병완 포항MBC 사장은 [포스코 문제 보도 포항MBC, 지역 언론 존재 이유 증명하다] 제하의 미디어오늘 기고글에서 지역언론의 사명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 사장은 포항MBC가 해낸 일과 지역언론 존재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지역의 거대 기업과 정치권력, 토호 세력들을 감시・감독할 언론이 없다면, 또 지역 언론이 그들에게 굴복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포항 MBC뿐만 아니라 지역 MBC 구성원은 이명박 박근혜 시절 적폐를 청산하고 지난 3년간 공영방송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와 같은 소명의식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오늘의 이 사태는 비록 경영 상황이 어렵고, 취재 제작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권력과 자본에 굴하지 않고 지역민을 대변하는, 내일에 부끄럽지 않은 공영 언론사로서의 자랑스러운 사건으로 지역민과 구성원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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