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를 입은 사실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X-레이 촬영본을 직접 확인하겠다"

우희종 "윤 청장 라인은 모두 무사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사람들은 다 불이익"

[정현숙 기자]= '검언유착 의혹'의 피의자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한동훈(48) 검사장의 핸드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53)가 첫 공판에서 "폭행은 없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한동훈 검사의  독직폭행 고소로  불구속기소 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의  독직폭행 고소로  불구속기소 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20일 오전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정 검사는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정에 선 정진웅 검사는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를 폭행했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저는 결코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하기 위해 누르거나 또는 올라타거나 한 적이 없다"라며 "제가 그 당시에 우연히 한 검사장 몸 위로 밀착됐던 것은 맞지만, 그것은 휴대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은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라타려고 하거나 밀어서 넘어뜨리려 한 적은 없다"라며 "이 사안은 직권남용의 범의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므로 혐의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정 검사는 “증거인멸이 의심되는 한동훈 검사장의 행위 중지 및 휴대전화 제출 요구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거부하자 그 행위를 제지하며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이라며 “이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 처분에 필요한 정당한 직무수행으로 독직폭행이라 할 수 없고 고의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 검사 측 변호인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실체적 진실과 다르다. 한 검사장이 요구에 따라 휴대폰을 제대로 제출했으면 정 검사가 굳이 유형력을 행사할 이유도 없었다"라며 "형식적으로 독직폭행 구성요건이 인정돼도 법령에 의한 직무수행으로 정당한 행위”라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아울러 “의심 행동을 제지하면서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했으나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해 이를 확보하려던 것이고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해당하는 정당한 행위”라며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과 같은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독직폭행도 아니며 그 고의도 없다. 직무수행의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한동훈 검사가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며 직접 X-레이 사진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변호인은 "한 검사장이 상해를 입은 사실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진단서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라며 "X-레이 촬영본을 직접 확인하겠다"라고 불신을 드러냈다.

정진웅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있던 지난해 7월 수사팀을 이끌고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전담했다. 당시 형사1부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검언유착의 핵심 물증인 한동훈 검사의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을 집행했지만 한 검사가 협조하지 않으면서 몸싸움으로 번졌다.

한 검사는 당시 일방적 폭행을 당했다며 정 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고 감찰을 요청했다. 정 검사도 한 검사의 물리적 방해로 넘어져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고 진료기록까지 내보였다.

재판부는 오는 3월10일을 2회 공판기일로 지정하고,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 2명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한 검사와 그를 진단한 의사 등은 추후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검언유착' 사건의 핵심증거로 꼽히는 한동훈 검사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이 아직 착수조차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직폭행' 논란까지 일으키며 압수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손도 못 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실상의 측근 검사들은 "한동훈 수사를 즉각 종결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사건 은폐 기도가 진행 중이라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는 "아직 핸드폰 포렌식도 못했는데 수사종결이 무슨 말이야"라며 "수사를 계속하겠다"라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당장 한동훈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특공팀 검사들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검언유착 피의자로서 압수수색에 협조하지 않은 한동훈 검사의 '업무집행방해'는 뒷전이고 '독직폭행'으로 정진웅 검사가 누명을 쓰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피의자를 수사한 사람이 역으로 재판을 받는 기묘한 상황이라는 시각이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20일 페이스북에서 "수구의 막강한 지지 속에 윤 청장 라인은 모두 무사하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사람들은 다 불이익을 받거나 오히려 잘못된 인물로 철저히 몰린다"라고 짚었다.

이어 "많이 들은 듯 하지 않나?"라며 "훈구와 개혁 갈등으로 조선시대 여러 차례 있었던 각종 사화(士禍)! 우리사회, 조선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우 교수는 "명나라/청나라에 이어 일본, 미국에 빌붙어 호의호식하는 사대주의자들과 자주 독립국가를 꿈꾸며 혹한의 만주 벌판을 달리던 이들 간의 긴 역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며 "심지어 저들은 몇 백만원 향응받은 후 휴대폰 깨트리고 증거인멸하며 빠져나가도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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