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데레사기자] 헤어진 후에도 집 앞으로 불쑥불쑥 찾아오는 전 남자친구, “만나주지 않으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협박 당해도 경찰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지난 7월 18일 이별 통보를 받은 22살 남성이 1년 넘게 교제해온 여자 친구를 길거리에서 무차별 폭행하고 트럭으로 위협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의 결과 여자 친구는 앞니 3개가 빠지고 다른 치아 2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으며 이를 계기로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데이트 폭력이란 사귀는 관계 혹은 과거에 연인이었던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서 최근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의 ‘데이트 폭력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 간 폭력사건으로 입건된 사람은 8367명으로 7692명이었던 2015년에 비해 약 8.8% 증가했다. 또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는 233명으로 대략 해마다 46명이 애인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데이트 폭력은 그 종류와 양상도 다양하다. 위 사례와 같은 △신체적 폭력을 비롯해 △경제적 △성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을 포함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데이트 관계에서의 폭력 유형(복수응답)은 정서적 폭력이 77%로 가장 높았으며 성적 폭력이 46%, 신체적 폭력이 44%로 뒤를 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에 의하면 데이트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연인이라는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상대방의 개인정보와 약점에 대해 잘 안다는 점에서 타 범죄와 다른 속성을 가진다. 또한 그는 피해자들이 가해자에 대해 “그거 하나 빼면 좋은 사람”이라고 감싸는 경향이 있다며 그간의 관계를 고려해 만남을 지속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 결과 치안정책연구소의 ‘데이트 폭력의 실태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연인 간 폭력 범죄자의 평균 재범률은 76.5%에 달한다. 한편 데이트 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연인 간의 사적인 문제로 치부됐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1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6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이트 폭력 실태 조사' 결과, 응답자의 43%가 데이트 폭력에 대해 목격한 적 있다고 답했지만 이들 중 63%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에 응답했다. 그 이유에는 '연인 간의 자잘한 다툼이라 생각’했다는 답변이 30%로 가장 많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데이트 폭력 신고율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가해자의 보복범행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중대한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력이 발생하기 전에는 피해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받아들여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송 사무처장은 가해자들이 “신고해봤자 증거 있어?” “네 말을 누가 믿어줄 것 같아?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다 밝힐 거야”라고 협박하면 피해자가 신고하는 것이 사실상 매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편, 스토킹을 비롯해 일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행위의 경우 처벌 수위가 약하고 피해자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데이트 폭력 중 하나인 스토킹에는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되는데 대개 10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풀려난다. 스토킹 남성을 고소하러 경찰서에 간 여성은 경찰관에게 “예뻐서 좋겠네”라는 말을 들었다. 다른 경찰관은 데이트폭력을 신고한 여성에게 “젊은 혈기에 ‘욱’했다잖아. 남자친구니까 좀 봐줘”라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424개 여성단체로 이뤄진 ‘경찰의 여성폭력 대응 전면쇄신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폭력·성폭력 등 사건에서 경찰이 2차 가해를 한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 9일에도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여성의전화 산하 가정폭력피해보호자 시설에 가해자가 침입해 소란을 피웠는데도 경찰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캠페인을 시작하고 관련 증언을 수집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12건의 피해 사례집을 제작해 경찰청에 전달했다. 공동행동은 “경찰은 아직도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임시방편으로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며 “경찰은 부끄러움을 알고 여성폭력 사건 대응체계와 인식을 전면 쇄신하라”고 요구했다. 데이트 폭력의 근절을 위해서 송 사무처장은 데이트 폭력이 연인 간에 발생한다고 해서 사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개개인도 어떠한 행위까지를 폭력으로 인지할지에 대해 단호하고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누구나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며 데이트 폭력 가해자의 일반적인 특성을 분석하기보다는 문제를 어떻게 예방, 대처해나갈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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