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영세기업의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일 대법원 사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069건에 달한다. 이는 전년에 비해 14.8% 증가한 수치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른바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이후 14년 만에 역대 최대치라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 경제에, 특히 영세기업에게 얼마나 치명타가 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세 기업 파산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작년부터 급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영세기업으로선 은행 만기 연장, 유동성 지원 등이 쉽지 않고 지난 1년동안 경영 환경이 악화되다보니 기업을 유지할 능력에 한계를 느낀 탓이 컸을 것이다. 사실 부채 부담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영인들도 있다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가고 있다.

파산은 기업인이 경영 의지를 포기했다는 신호다. 기업가 정신은 불굴의 의지다. 기업가는 이를 바탕으로 어떠한 역경도 극복하고 위험을 기회로 삼아 창조적 파괴를 통해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도모한다.

우리 1세대 기업인들은 지하자원도 없고, 자본과 기술력도 절대 부족한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을 기업가 정신으로 세계 10대 무역국가로 성장시켰다. 쥐가죽으로 만든 코리아 밍크를 팔았고, 선진국의 하청으로 먹고 살던 개도국이었다.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 전쟁 특수와 중동 건설 붐 등 도약의 기회를 잘 살려 개도국의 롤모델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IMF체제도 우리 경제로서는 견딜 수 없는 치욕이자 위기였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며 허세를 부리던 대기업들이 무너졌고, 대형 은행들도 역사 속에 사라졌다.

물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파산했고, 폐업한 자영업자들도 속출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제2의 국채보상운동을 적극 펼치며 단군 이래 최대 경제위기라던 IMF체제를 조기에 극복했다. 전 세계는 한국인의 저력에 탄복했고, 우리는 보란 듯이 IT 최강국으로 우뚝 섰다. 남다른 기업가 정신 DNA가 있었던 덕분이다.

반면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상황이 좀 다르다. 재기를 도모하겠다는 회생보다 파산을 선택하는 영세기업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법인회생을 신청한 기업은 892개다. 이는 2019년 1003개에 비해 11% 줄어든 수치다. 파산이 회생보다 더 낫다는 판단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이 아직 끝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파산이 증가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영세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에만 매달리기엔 상황이 급박하다. 정부의 핀셋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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