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주두옥 전문기자 =19일 새벽에 태백산을 올랐다. 전날 30cm폭설이 내린 태백산의 상고대와 일출을 기대하며 등산로 입구인 유일사주차장을 새벽에 도착하니 영하18도다. 등산 초입부터 무릎까지 차 오른 적설량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눈보라가 심해 상고대는 커녕 나뭇가지엔 눈이 왔다는 흔적만 있다.
일출을 보려면 굳이 차가운 바람 맞으며 겨울철 산을 올라야 하는 이유는 없다. 그러나 산야를 담백하게 만드는 눈이 내렸다면 그 매력을 놓칠 수 없다. 설산의 여명은 화려한 색상의 산그르메(새벽에 운해 낀 첩첩의 산봉우리들)가 산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몽환의 세상을 만들기에 고난의 등산을 마다하지 않는다. 더구나 태백산 주목 군락지 고사목들 사이로 일출의 힘찬 모습에 여러 빛들이 조합하여 태백을 지배하는 여명의 시각이면 산을 찾는 이들에게 한 폭 그림 속에 동화되고 심장을 뛰게 한다.
태백산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중간 부분에 속하는 산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단군께 제를 올리는 천제단이 있어 무속인들에게는 깊은 역사의 신령스런 산이다.
태백산 주목은 천년기념물로 타 지역에 분포한 주목과는 차별이 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란 말이 있듯 이곳의 주목들은 보통 수령이 300년 수령이 4천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900년을 넘긴 거목들도 다수가 흩어져 있다. 오랜 수령일수록 나무 몸통 가운데가 먼저 썩어 나이테 없이 공간이 생기는데 어른 몸통이 들어가도 남는 크기로 지름이 약 2m 정도이다.
고사목 주목의 형태도 다양하다. 고사 된 기간이 길수록 가지가 작고 몸통만 남는다. 나무목질이 쇠처럼 단단하여 다른 나무들처럼 고사된 후 잘 썩지 않고 나무가 살아온 나이만큼이나 거칠고 험한 풍상들과 부딪치며 버텨 낸다. 그러기에 기후변화의 역사를 담은 모습은 여느 조각예술 못지않은 자연이 만들어낸 전시품이다. 이런 모습이 태백산 7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즐비하여 산을 찾는 이들은 물론이고 기상조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고사목의 풍경을 담으려 풍경사진작가들이 선호하는 산이다.
고사목 사이로 차며 솟구치는 일출을 보려면 1576m 장군봉까지 올라야 한다.
정상을 오르는 등산로는 여러 곳이다. 그러나 가장 가깝게 짧은 시간의 코스는 해발 800m에 위치한 태백시 유일사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약 4.6km 거리로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다. 등산로 중간 지점인 유일사까지는 자동차가 운행되는 넓은 산길 신작로이나 사찰차량 외는 통제다. 사찰에서부터 정상까지는 가파르고 좁은 등산로다. 숨이 가쁘기도 전에 주목 고사목 군락지에 다다르고 감상하면서 오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