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부패해도 탄핵은 없다

국회에서 1.22일 107명 의원들이 사법농단 연루 판사 두 명의 탄핵을 공개 ‘제안’ 했단다.(한겨레, 2021.1.23.) ‘발의’가 아니라 ‘제안’을 한 것이란다. ‘발의’란 정말 하고 싶어서 정식으로 하는 것인데, 그냥 ‘제안’은 말하자면 ‘간보기’이다. 화두를 한 번 던져보고 눈치를 보자는 것이다.

사진출처: 한겨레 2021.1.23
사진출처: 한겨레 2021.1.23

그 시점도 절묘하다. 탄핵 대상이 된 두 명의 법관이, 한 명은 일주일 여 남은 1월 말, 다른 한 명은 2월 말로 퇴임을 하게 된단다. 코앞에 다가온 퇴직을 앞두고, 법관 탄핵을 하겠다고 말을 냈는데, 그것도 정식 ‘발안’도 아니고 뜬금없는 ‘제안’의 형태이다. 그러니 탄핵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거나, 대한민국 개국 이래로 처음 있는 그런 일을 벌이자니 겁은 나는데, 비리 법관을 그냥 가만히 내보자니 체면이 좀 구기는 것 같아서 ‘쇼’를 하는 행색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2월 임시국회 때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단다.(한겨레, 2021.1.23.) 의석으로 보면 여당은 당장에라도 탄핵을 가결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 18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가지고도 식물 국회를 면치 못하는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실 이 나라에 만연한 비리는 두 명 법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공직자의 비리를 처벌하는 제도가 딱히 없다는 것이다. 드물게 있어도 작동을 하지 않는다. 지금 눈앞에서 미적거리는 식물 국회를 보면 그러하다. 분명히 사법 권력 농단에 연루되어 비리가 밝혀졌는데도 그 법관을 벌하지 못하는 것이다. 권력이 있을수록, 지위가 높을수록 그 범죄는 또 다른 정치적 이유로 상쇄된다. 이 같은 면죄부를 받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권력을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국회 여당이 용감하게 ‘발안’하지 못하고, 간보기 ‘제안’만 한 이유가 두어가지 있는데, 그것은 행여 표가 줄어들까봐 걱정을 하기 때문이다. 부패 자체의 척결이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여당이 쫄고 있는 이유가 여야 정치 쟁점화로 갈등을 빚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고, 또 그 갈등 때문에 역풍이 일어서 표가 줄어들까봐 걱정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듯, 표를 얻기 위해서 눈치를 보는 국회 앞에서 어떤 공직자도 비리를 삼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역풍이 불까 걱정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해결 등 민생에 집중할 시기에 전례 없는 법관 탄핵 시도로 또다시 여야 간 정치 쟁점화로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단다. “이제 겨우 ‘추미애-윤석열 갈등’의 한고비를 넘었는데, 또다시 법조 논란을 이어가는 게 부담스럽다”며 “2월 임시국회 때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단다.(한겨레, 2021.1.23.)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실형 판결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 처분 집행정지 결정 등을 두고 여당 의원들과 법원이 몇 차례 대립각을 세운 이후 추진되는 법관 탄핵이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법농단에 따른 법관 탄핵 이슈가 되레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으로부터 ‘정치적 보복’ 이슈로 탈바꿈돼 정치적 반격 기회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이 법원과 대립한 사건이 있었는데 법관 탄핵을 꺼내면 감정적 대응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단다.(한겨레, 2021.1.23.)

공직자를 벌하는 사정 제도가 이렇듯 작동을 하지 않는 데는 그 원인이 따로 있다. 서로 털면 뭐든 나오게 되어있다. 없으면 가짜 비리를 만들어 내서라도 시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가짜 비리도 만들어내는 세상이므로. 고명한 노무현은 가짜 논뚜렁시계 혐의에 물렸고 마침내 알 수 없는 경위로 부엉이 바위 위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자들끼리 서로 안 물리려고 조심을 하게 된다. 진짜 비리가 증명이 되어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 이렇듯 당하는 쪽이 있는 사실뿐 아니라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내어 같이 죽자고 ‘물귀신’ 작전을 펴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해지는 것은 앞으로도 국회는 절대로 공직자 사정(司正)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원인은 여야 가릴 것 없는 권력욕 때문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눈치를 보느라 겁을 내고, 또 있는 증거 없는 증거 가릴 것 없이 동원하여 서로 물귀신 작전을 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야가 서로 맞물려서 물고 물리고 한다. 주객이 전도되어, 일하라고 권력을 주었더니, 오히려 권력 잡으려고 할 일을 안 한다.

재(齋)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한 국회는 부패의 척결이 아니라 표를 얻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표를 얻어서 권력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깟 부패쯤이야 얼마든지 눈감아줄 수 있고, 국회에 주어진 탄핵의 권한이 무용지물이 되어도 개의치 않는다. 비리의 법관을 탄핵하지 않는 국회는 자체가 비리의 온상이다. 권력을 향한 몸부림에서 여야는 다르지 않다. 아니, 여야뿐 아니라 국회 전체가 법원과 같이 초록은 동색이다. 공권력을 사사로운 이익을 구하는 데 이용하는 점에서 그러하다.

같은 맥락에서 사법권력을 농단한 법관을 탄핵하지 않는 것은 여야가 똑같기 때문이다. 전 총리였다가 지금 당대표인 이낙연의 구호가 ‘권력 재창출’인 것은 그런 점에서 적나라하다. 공권력 비리에 신음하는 기백만 사법 피해자의 고통 앞에서 해야할 일은 방기하고 다시 권력을 잡을 속셈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초록은 동색인 국회는 정작 법관 탄핵을 미적거리는 것보다 더 한 태만을 범하고 있다. 못하면 못한다고 솔직하게 반성, 고백을 하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그러하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 줄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민초 앞에서 ‘쇼’를 하는 행태는 더욱 가증스럽다. 오점 없는 이가 없고 물귀신 작전 때문에, 검찰총장은 물론 법관 등 어떤 비리 공직자도 탄핵, 처벌을 할 수가 없다면, 또 국회가 스스로 무능한 줄을 알고 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 그 사정(司正)의 권한을 다른 데로 넘겨야 한다.

그래서 서로에게 발목 잡혀있는 국회는 그 사정의 권한을 민초에게로 넘겨야 하겠다. 국회가 못하는 것을 다수 민초가 원할 때 발의하여 탄핵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소수이지만, 다수 민초는 아무도 발목을 잡을 수가 없다. 민초는 다수이므로 검찰총장이 불공정한 선택적, 집중 수사의 피해를 볼 일도 없게 된다. 민초가 사정(司正)의 권한을 갖기 위해서는 유신독재 정권이 빼앗아 가버린 국민개헌발안권부터 돌려받아야 하겠다. 그러나 비리 법관도 탄핵하지 못하는 무능한 국회는 권력 욕심에 심보까지 고약해서, 주권자 민초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그래서 민초는 국회의원을 뽑을 뿐, 그 국회의원이 이렇듯 뭉개고 개겨도 그들을 벌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다.

나아가, 이렇듯 국회가 표 구걸하는 양아치로 전락하게 만든 책임은 궁극적으로 민초에게 있다. 명색이 주권자라고 하는 민초가 이 같은 국회의 태만 앞에 눈 감고 입 다물고 조용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만인이 보는 가운데서 국회가 ‘쇼’를 하고 있는데도 민초는 마냥 침묵하고 있다.

법원의 사법권력 농단뿐 아니다. 전 법무부차관 김학의에 대한 부실수사를 한 책임은 간 데 없고, 오히려 김학의 출금 과정이 불법이라고 핀셋 선별 수사를 자행하는 검찰의 행태에 대해서도 다수 민초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당장에 사법권력 비리의 희생물이 되어 고초를 당하면서도, 위정자 나리들의 ‘쇼’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보고만 있다. 그 나물에 그 밥, 부패에 무감각한 민초들과 태만한 국회는 찰떡궁합이다.

국회는 말리는 시누이 같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더 미운 것이 시늉만 하는 시누이이다. 사법권력 농단한 법관은 물론, 선별(차별)적 집중수사로 나경원은 수색영장 한 건 없이 무죄로 만들고, 조국 가족은 개박살 낸 검찰조직이 때리는 시어머니라면, 그보다 더 미운 시누가 국회이다. 제할 일 제대로 안 하면서 하는 척 하기 때문이다. 부패척결이 뒷전인 멀끔한 의원 나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오직 표 계산하기, 다음에도 다시 국회의원이 되는 데로 환원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