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기독교 기업인 이랜드 그룹(회장 박성수)이 30여년 운영해 온 사목실을 폐지하고 정기예배를 중단하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랜드 기업이 기독교 기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지 교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랜드 홍보실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2월 31일부로 사목실 문을 닫는다”며 “직원 대상 월요예배도 중단된다. 이랜드 사목 50여명은 최근 회사 측에 일괄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재철 이랜드 사목은 개혁적 측면을 강조했다.

정 사목은 “사목실 사목이 50~60명이 되니 인사 문제를 비롯 민원처리를 요청하는 이들이 많고 권력기관화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랜드 신촌 사옥 전경. 이랜드그룹 제공© Copyright@국민일보 이랜드 신촌 사옥 전경. 이랜드그룹 제공

이어 “이런 저런 이유로 회사 안에 사목실이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목실을 없애고 사목들이 활동하는 독립된 법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사목은 이같은 결정은 사목실 차원에서 결정했고 박성수 회장에 보고해 허락을 받은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목은 “박 회장이 왜 사목실을 폐지하려 하느냐고 이유를 물었다”며 “그래서 대기업에 특정종교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종교 갑질’이 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사목실이 명령을 받는 현 체제는 자율적인 사역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랜드 사목들은 국내 처음으로 ‘직장 케어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미국형 ‘사목 회사’(Marketplace ministry chaplin=MMC)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미 3~4곳 회사의 신청을 받아 내년부터 신앙상담 컨설팅을 할 계획이다.

조만간 문화체육관광부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사단법인화를 추진한다.

정 사목은 “이랜드 그룹도 필요하면 직장 케어센터에 소속한 사목들을 초청해 예배 및 신앙상담을 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사목은 사목실 폐지 후 ‘사목 없는 이랜드 그룹’을 3개월간 검토해 관련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랜드 사목으로 30여년 근무한 방선기 목사는 15일 서울 신촌 이랜드 사옥에서 퇴임예배를 드린다.

방 목사는 “이랜드 그룹이 사목실을 폐지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종교기관도 아니고 사목실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윗 분들과 합의해서 결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랜드 그룹이 내년 상반기 주식회사 상장을 앞두고 주주들을 의식한 사전포석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 합병하는 과정에서 비 기독교인들이 늘어난 점도 기독교 기업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교계와 이랜드 크리스천 직원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목 제도가 폐지되면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직원도 있다.

한 이랜드 직원은 “그동안 사목을 비롯한 크리스천 직원들이 선교 열정 하나로 이랜드 기업을 사랑하고 열심히 일궈왔는데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리면 어찌 하느냐”고 토로했다.

[국민일보]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