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典疏通] 人物論(46) 소심한 신하는 큰일에 방해가 된다

장소(張昭)는 삼국시대 동오(東吳)의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대신들 가운데 가장 연로했지만, 누구보다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손책(孫策)이 동생 손권(孫權-182~252, 재위 222~252)에게 “바깥일은 주유(周瑜)에게 맡기고 안의 일은 장소에게 맡겨라.”라고 주문했던 것만 봐도 그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동오의 외부적인 문제들은 주유에, 의해서 착실하게 해결되었지만, 내부의 문제들은 완전히 장소에게 위임되지 못했고 여러 곳에서 장소와 손권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 게다가 신하들의 마음속에서도 장소는 애매모호한 인물이었다.

장소는 왕조 초기에 손책의 절대적인 존경과 신임을 받았다. 장소 역시 마음을 다하여 여러, 신하들을 이끌고 그를 극진히 보좌했다. 손권이 왕위에 오른 후에도 장소는 여전히 손권을 보좌하며 그의 과실과 결점에 대해 솔직한 간언을 서슴지 않았고 심지어 그를 질책하기도 했다. 손책이 막 세상을 떠났을 때 손권이 몹시 비통한 심정에 젖어 정사를 잘 돌보지 않자 장소는 그의 지위와 책무가 보통 사람들과 다른 만큼 형의 대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정무에 힘써야 한다고 엄하게 다그쳤다.

손권은 성격이 호방하고 용맹한 편이라 사냥을 좋아했고 자주 말을 타고 달리면서 자신이 기르던 호랑이를 향해 활을 쏘며 놀곤 했다. 한번은 말안장에 엎드린 채 돌진하여 호랑이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본 장소가 그를 엄하게 나무랐다.

“장군은 일국의 군주로서 뭇 영웅들과 신하들을 잘 이끌어가야 하실 분이 어째서 들판을 내달리며 헛되이 야수와 힘을 겨루십니까? 이것이야말로 필부의 용맹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만에 하나 불행한 일이라도 생기면 천하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엄한 질책에 정신을 차린 손권은 그 자리에서 장소에게 사과했다. 손권은 또 술을 매우 좋아했다. 하루는 손권이 무창(武昌)에서 승전을 경축하는 연회에서 술에 대취한 채 여러, 신하들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옷에 뿌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장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무거운 얼굴을 하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난감해진 손권이 얼른 사람을 시켜 장소를 붙잡으며 말했다.

“난 그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었을 뿐이오.”

“듣건대 은의 주왕은 술로 연못을 만들어 놓고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밤새 폭음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주왕이 어떻게 됐는지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요.?”

이 말에 손권은 부끄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당장 연회를 중지했다.

이런 장소를 손권은 끝내 승상으로 중임하지 않았다. 손권이 막 왕위를 계승했을 때 여러 신하가 장소를 승상으로 천거했지만, 손권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대신 고옹(顧雍)을 승상으로 임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 손권은 첫 번째, 정무가 너무 많고 책임이 중하기 때문에 장소를 중용하지 않는 것이라 말했고, 두 번째는 장소의 성격이 너무 완고해 다른 신하들이 쉽게 복종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사실 전자는 구실에 불과했고 후자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사실 장소라는 인물을 전체적으로 따져보자면 성격이 지나치게 완고하여 그의 말을 따를 신하가 적고 원성이 자자할 것이라는 손권의 지적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를 장소의 성품 및 행동 특성과 연결하여 고찰해보면 다음 몇 가지 면에서 장소의 결점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장소는 도량이 크지 못했다. 한번은 손권이 연회를 베풀면서 제갈각(諸葛恪)에게 여러 신하에게 술을 따라주라고 권하자 제갈각은 두말없이 그의 지시에 따랐다. 술잔이 장소의 면전에 이르렀을 때 장소는 이미 취해 있었고 더 술잔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제갈각이 술을 따르려 하자 장소는 버럭 화를 냈다.

“노인을 이렇게 대하는 무례가 어디 있소!”

옆에서 이 말을 들은 손권은 장소를 난처한, 입장으로 몰아갈 심산으로 제갈각에게 다그쳤다.

“그대가 장소에게 술을 마시게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보겠소. 만약 장소가 그 술을 안 마시면 그대가 대신 마셔야 하오.”

제갈각이 장소에게 말했다.

“이전에 사상부(師尙父)께서는 아흔의 노령으로 군기를 높이 세우고 병사를 이끌어 작전을 벌이면서도 나이는 들먹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전선에 나가 싸우는 일은 다른 장수들을 앞세우고, 뒤에서 밥 먹고 술 마시는 일에서 장군께 먼저 기회를 드리는 것인데, 어찌 노인을 공경할 줄 모르는 처사라 하십니까?”

이는 은연중에 장소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말이었다.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장소는 하는 수 없이 술잔을 비워야 했다.

하루는 손권이 장소와 제갈근(諸葛瑾) 등 여러 신하와 더불어 정무를 의논하는데 제갈각도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다. 이때 갑자기 대전 앞으로 머리가 흰 새때가 날아들었다. 손권이 새때를 가리키며 제갈각에게 물었다.

“저 새의 이름이 뭔지 아시오?”
제갈각은 아무 생각 없이 백두옹(白頭翁)이라고 대답했다. 동석한 사람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고 머리가 흰 장소는 제갈각의 대답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 오해하고는 손권에게 말했다.

“폐하! 제갈각이 폐하를 속였습니다. 백두옹이란 새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로 백두옹이란 새가 있다면 백두모(白頭母)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갈각이 반박했다.

“앵모(鸚母)란 이름은 누구나 다 들어보았을 겁니다. 장소의 말이 맞는다면 당연히 ‘앵부(鸚父)’도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 새가 있는지 다른 대신들에게 물어보시지요.”

이 말에 장소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둘째, 장소는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사람들과 쉽게 사이가 틀어지곤 했다. 감녕(甘寧)은 손권에게 투항한 후, 빨리 공을 세우고 싶어 황조(黃祖)를 쳐서 유표(劉表)를 끌어들이자고 제안하면서 자신이 선봉에 나설 것을 자청했다. 손권이 이를 허락하고 서둘러 준비하라고 지시하자 장소가 나라에 할 일도 많은데 함부로 군사를 일으켰다간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러자 감녕은 장소의 주장에 불복하고 손권에게 다시 간청했고 손권은 감녕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적지 않은 신하들이 장소에게 불복했다. 결국, 손권은 감녕을 선봉으로 삼아 황조를 공격했고 감녕은 대승을 거두고 돌아왔다. 셋째, 장소는 자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했다. 사실 장소가 남달리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주위 사람들을 너무 무시했다. 진수의 『삼국지』에서도 “장소는 노숙(魯肅)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면서 아직 나이가 어려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사람을 이런 식으로 평가한다면 쓸 만한 인재는 하나도 없을 것이고 유능한 인재를 발견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넷째, 장소는 담력이 약하고 겁이 많았다. 건안 13년(208), 조조가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하여 강동을 삼키려 하자 수많은, 장수들이 나서서 조조와 일전을 벌이려 했지만, 장소는 문관들을 대표하여 투항을 주장했다. 다행히 노숙과 주유 등이 완강히 버텨 유비와 연합함으로써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군대를 크게 이겼고, 이 일로 인해 손권은 장소에 대해 크게 반감을 갖게 되었다. 전쟁에 승리한 후 손권은 황제의 연호를 세우고 백관들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주유에게 공을 돌렸다. 장소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승리를 경축하며 손권을 칭송하려 하자 손권이 말을 가로챘다.

“공의 책략대로 했다면 동오는 지금쯤 조조에게 완전히 먹히고 말았을 것이오.”

장소는 참담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런 네 가지 성격상의 원인 때문에 장소는 고옹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사서는 “고옹은 술을 좋아하지 않았고, 입이 무거웠으며, 행동거지가 항상 시의적절했고,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에 생각이 다 나타났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실수하지 않으려고 그의 얼굴을 살피곤 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고옹에 대한 사람들의 존경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고 그만큼 그는 승상의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장소의 장점은 충직한 직언에 있었지만, 그 외 다른 장점이나 능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만일 그를 승상의 자리에 임명했더라면 동오는 마음이 서로 이반 되어 나라 전체가 사분오열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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