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 칼럼니스트

인생경주

인생이 달리기 경주라고들 합니다. 우리 [덕화만발] 카페 <원산 나환정 한문공부 방>이 있습니다. 그 방의 주인 원산 나환정님은 한문을 통하여 오랫동안 인생에 대한 삶의 지침을 설하시는 분이십니다. 원산님이 금주에 올리신 제목이 ‘인생경주(人生競走)’입니다. 그 내용이 아주 특별하여 소개합니다. 이 글을 보시고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을 많이 달아주시기를 청해 봅니다.

「인생경주(人生競走)

인생은 목표를 정해 놓고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를 겨루는 달리기 시합과 같다. 어떤 사람은 몸이 아파서 경주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으며,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열심히 뛰다가 나중에 방심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출발은 늦었지만 막판에 열심히 뛰어 승리하는 사람도 있다.

달리기 시합은 밖으로 보면 남과 싸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자신을 얼마나 이길 수 있느냐에 따라 뛰는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달리고 있는 방향이다. 반대 방향으로 뛰면 뛴 시간의 몇 배가 손해다. 낙원을 향해 뛰어야 하는데 감옥을 향해 뛰다가 돌아오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경주를 하는 데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목적지에 먼저 가본 사람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그 지도자가 석가, 예수, 공자, 마호메트, 소크라테스, 박중빈(朴重彬) 등인데 지도자 선택은 본인의 자유이다. 지도자를 정했으면 지도자의 가르침에 순종해야 한다. 말로만 지도자의 가르침을 따른다 하고 실제로 행동하지 않으면 지도자가 없는 것과 같다.

지도자 없이 혼자 뛰는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은 참으로 위험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하등동물은 혼자서도 잘 뛸 수 있다. 그러나 고등 동물일수록 지도자의 훈련받아야 잘 할 수 있다. 인생은 경주이다. 달리기 시합이다.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쉬지 말고 뛰자. 다만 자기가 달리고 있는 방향이 맞는가를 지도자를 통해 점검하면서 쉬지 말고 뛰자.」

어떻습니까? 제가 이 글을 읽고 다음과 같이 짧은 댓글을 달았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젊은 시절 인생이 달리기 시합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퀵퀵’을 지나 완전 ‘슬로우 슬로우’로 사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어도, 이 아니 행복한가?’ 그야말로 안빈낙도(安貧樂道)가 최고의 삶이 아닌가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젊은 사람들은 노인이 행복하지 못할 것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노인이 되고 보니 젊어서 생각했던 것 보다 노인도 의외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건강과 물질이 생활에 불편하지만 않으면 돈과 명예는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살아보니 많은 것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숨 가쁘게 달리고 달려도, 물불 안 가리고 움켜쥐어 봐도 결국 하루에 세 끼 먹지 네 끼 먹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일에 너무 집착하고 욕심 부리지 않아도 인생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젊어서는 맛있는 것이면 빨리 먹어 버렸지요. 그러나 노인이 되고서는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아주 조금씩 천천히 씹어 음미합니다. 욕망과 야망을 덜어낸 자리에 만족과 감사와 여유로 대치 하고나니 마음에 찾아오는 행복이 생각보다 큽니다. 파란만장(波瀾萬丈)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얻은 지혜로 나쁜 일을 만나도 ‘그럴 수도 있지!’ ‘몰라서 그랬을 거야.’하며 체념하고 그냥 마음의 평정을 찾습니다.

나쁜 것은 모른 체 하고, 좋은 것은 마음속으로 감사하게 받아 드립니다. 포기할 것은 속히 포기하고 이만하면 되지 하며 자기를 위로하며 행복해합니다. ‘안빈낙도’라고 했습니다. ‘가난함 속에서도 마음 편하게 생활하며 도(道)를 즐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평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정신적 가치의 상징적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자(孔子)께서도 “나물 먹고 물마시며 팔을 베고 누었어도 즐거움이 그 속에 있으니, 의롭지 못한 부(富)와 귀(貴)는 나에게 있어서는 뜬구름과 같다.” 라고 하신 것입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도 조금은 부족하고 가난해도 그 속에서 평안을 찾고 도의 정신세계에서 위안을 찾았습니다.

가난의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잘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빈곤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진리를 찾아 도를 닦으며, 도를 얻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빈낙도가 아닐 런지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의 대표 선두주자였지요. 그 흐름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천천히 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뚜벅뚜벅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가요?

탑을 쌓을 때 돌을 대충 쌓으면 빨리 완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돌 하나라도 틈새 없이 차곡차곡 잘 쌓아야 수 천 년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탑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면 날림 공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 피해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다시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옵니다.

셀 수 없을 만큼 긴 우주의 시간 속에 찰라 찰나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천천히 살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채찍을 들어 인생을 재촉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주어진 호흡의 수가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 횟수를 다하면 생을 마감하는 것이지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호흡해야 그만큼 더 오래 살 수 있습니다. 빠름을 이기는 느림의 미학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 인생경주는 젊었을 때 그리고 멋모를 때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살아보니까 경주를 한다고 다 우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천히 천천히! 인생은 서두르지 않아도 흘러갑니다. 사람이 한 세상 살고 갈 때에 서두르기 보다는 의(義)와 덕(德)과 원(願)을 넉넉하게 실현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유자적(悠悠自適), 안빈낙도하며 살아가는 인생이 더욱 행복하지 않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2월 5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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