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정신적 지주인 이승만·박정희는 조선시대 왕들보다 훨씬 강한 권력을 누렸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구속됐던 김기춘 “나는 망한 왕조의 도승지, 사약 깨끗이 마시고 끝내고 싶다"
고민정에게 '후궁' 표현한 국민의힘 조수진, 심각할 정도의 성희롱 발언이자 '봉건왕조'식 사고 그대로 드러내
"'천박하기 짝이 없다. 바닥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 말 그대로 돌려주겠다,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단어냐?"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과거에는 망한 왕조의 도승지를 했다면 사약을 받았으니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 (박영수) 특검이 ‘재판을 할 것도 없이 사약을 받으라’고 독배를 들이밀면 제가 깨끗이 마시고 이걸 끝내고 싶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2017년 6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공판 중 발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그는 재판에서 “과거에는 망한 왕조의 도승지를 했다면 사약을 받았으니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며 자신을 '망한 나라의 도승지'에 비유했다. / ⓒ SBS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017년 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그는 재판에서 “과거에는 망한 왕조의 도승지를 했다면 사약을 받았으니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며 자신을 '망한 나라의 도승지'에 비유했다. / ⓒ SBS

박근혜 국정농단의 대표사례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이 때문에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밀어주기는커녕 찬물이나 끼얹고 온갖 방해만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런 만행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금지곡' 파동 그 이상이라 하겠다.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는 "불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 이금희의 '키다리 미스터 김'은 "박정희가 '단신'이라는 이유"로 금지, 송창식의 '왜 불러'는 "반말했다"는 이유로 금지, 이장희의 '그건 너'는 "남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금지, 한대수의 '물 좀 주소'는 "물 고문이 연상된다"고 금지됐다. 

또 배호의 '0시의 이별'은 "통행금지 시간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지,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왜 이루어지지 않느냐"며 금지,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는 북한 김일성 찬양이 아니냐"며 금지,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는 "지금 이 나라가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냐"라며 금지곡으로 지정된 바 있다. 말같지도 않은 사유를 들어 문화예술을 심각할 정도로 후퇴시켰는데, 이같은 만행을 그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들이 또 자행한 것이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런 '블랙리스트' 만행을 주도한 혐의로 2017년 초 박영수 특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그는 당시 재판에서 "나는 문화예술 지원 배제대상자를 선정하도록 지시한 일도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그는 “과거에는 망한 왕조의 도승지를 했다면 사약을 받았으니 백번 죽어도 마땅하다"며 자신을 '망한 나라의 도승지'에 비유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그는 박정희 유신정권때와 노태우 정권, 박근혜 정권에서 잇달아 요직을 차지했다. 그 사이에 3선 의원도 지냈다. 과거 벌어진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들이 그의 손을 거쳤으며, 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도 바로 그로부터 시작됐다. / ⓒ KBS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그는 박정희 유신정권때와 노태우 정권, 박근혜 정권에서 잇달아 요직을 차지했다. 그 사이에 3선 의원도 지냈다. 과거 벌어진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들이 그의 손을 거쳤으며, 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도 바로 그로부터 시작됐다. / ⓒ KBS

도승지는 승정원(왕명을 출납하는 기관)의 우두머리 관직으로, 조선시대 왕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었다. 도승지는 정3품으로 정승들에 비하면 관직이 낮으나, 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고 있기에 권세가 굉장히 강했었다. 세조 때는 한명회, 인조 때 김자점, 정조 때 홍국영 등이 왕의 권력을 업고 '2인자' 행세를 헀다. 과거의 도승지 못잖게 박근혜 청와대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김기춘 전 실장은 과거 조선시대 사고방식에 갇혀 있는 듯, 자신을 도승지에 몸소 비유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면서도 이같은 사고를 그대로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8월 비서실장에 임명된 후 첫 공식 브리핑에서 "윗분의 뜻을 받들어서 비서실장이 한가지 발표를 드리겠다"며 박근혜를 향해 '윗분'이라는 극존칭을 썼다. 마치 박근혜는 왕이고, 자신은 도승지에 비유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해 10월 새누리당 핵심인사들과의 만찬에서도 "나는 대통령 뜻을 밖에 전하고 바깥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전할 뿐이다. 옛날 말로 승지"라고 확실하게 표현한 바 있다.

그의 봉건적 사고는 오래전부터 몸에 '뱄던' 것이었다. 그가 활약했던 군사독재정권은 조선왕조 그 이상으로 봉건적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실제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의 권력은 조선시대 왕들보다 훨씬 강했다. 과거엔 왕이 무언가 하려고 하면 신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며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견제했지만, 군사독재정권에선 그런 것도 없었다. 그냥 독재자의 말 한 마디가 법보다 훨씬 강하지 않았나?

'동아일보' 출신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선시대 '후궁'에 빗댔다. 명백한 성희롱+성차별 표현이며, 그의 사고가 얼마나 낡았는지도 보여준다. / ⓒ KBS
'동아일보' 출신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선시대 '후궁'에 빗댔다. 명백한 성희롱+성차별 표현이며, 그의 사고가 얼마나 낡았는지도 보여준다. / ⓒ KBS

김기춘 전 실장처럼 '봉건적' 사고에 찌들어 막말을 한 정치인이 등장했다. '동아일보' 출신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6일 페이스북 글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선시대 '후궁'에 빗댔다. 고민정 의원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당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현 통일부 장관)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한 뒤,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문제의 '후궁' 표현을 썼다.

문제의 성희롱+성차별 표현에 대해 조수진 의원은 언론에 "작년 4월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의 비례정당) 수석대변인 시절에도 같은 표현을 썼다"며 번복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혔다. 성차별을 넘어 '남존여비' 사상마저 갖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국민의힘의 '정신적 지주' 격인 이승만·박정희는 '봉건 왕조'식 사고가 매우 강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들을 떠받드는 국민의힘에서도 이런 사고를 그대로 물려받은 모습이랄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보도를 보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며 "사람에 대한 기본인식을 어찌 그리할 수 있는지. 동시대를 산다면, 결코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라고 꾸짖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43명은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조수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심히 의문스러운바, 스스로 의원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방침도 전했다. / ⓒ 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의원 43명은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조수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심히 의문스러운바, 스스로 의원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방침도 전했다. / ⓒ 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윤 의원은 이어 "(조수진 의원이)후궁 운운하면서 함께 말한 '천박하기 짝이 없다. 바닥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말은 동료 의원에게 할 게 아니라 본인에게 어울리는 단어인 듯 싶다"라고 되돌려줬다. 그러면서 "심지어 성 감수성마저 의심스러운 저급한 성차별적 언사를 공개적으로 내뱉는 '용기(?)'가 기가 차다. 남성 의원을 비판하면서도 그런 비유를 썼겠느냐"라고 질타했다. 나아가 "정치가, 선거가 아무리 전쟁 같다해도 사람됨까지 놓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충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43명은 이날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조수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이 심히 의문스러운바, 스스로 의원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어떤 입장인지,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재발방지 대책은 무엇인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따졌다. 동시에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방침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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