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이어 항소심도 역시 '무죄', 오랜 세월 꺾여버린 정치활동 다시 시작하나?

"성추행 행위로 단정지을 수 없다" 판결, 무분별하고 빈약한 '미투' 때문에 실제 피해여성들 목소리 내기 어려워져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참여 가능성 "당원들이 요청하면, 그 요구가 어떤 것이라도 피하지 않겠다"
억울한 옥살이와 오랜 피선거권 박탈, "BBK 주가조작 주범은 이명박" 인정됐으니 민주당은 마땅히 '재심' 도와라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4년동안 제 삶이 초토화됐습니다. 1심도 그렇고 2심 재판부가 마음과 귀를 열고 진정성 있게 저희들의 주장을 들으려고 노력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어찌보면 2018년 미투 열풍 속에서 누구도 당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한 그런 결과인 거 같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은 좀 없어야 되겠습니다. 잘못된 미투의 희생자가 저로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정봉주 전 의원, 27일 언론들과의 질의 응답 중)

정봉주 전 의원은 판결 이후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4년동안 제 삶이 초토화됐다"며 "어찌보면 2018년 미투 열풍 속에서 누구도 당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한 그런 결과인 거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은 좀 없어야 되며, 잘못된 미투의 희생자가 저로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 ⓒ 연합뉴스
정봉주 전 의원은 판결 이후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4년동안 제 삶이 초토화됐다"며 "어찌보면 2018년 미투 열풍 속에서 누구도 당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한 그런 결과인 거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은 좀 없어야 되며, 잘못된 미투의 희생자가 저로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 ⓒ 연합뉴스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무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봉주 전 의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27일 무고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의원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기자회견을 하거나 고소를 할 당시 본인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피고인의 당시 객관적인 행위를 법률적으로 평가함에 있어 성추행 행위로 명확하게 단정지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선고가 남아있지만 1심 항소심 모두 무죄선고가 나옴에 따라,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봉주 전 의원은 판결 이후 언론과의 질의응답에서 "4년동안 제 삶이 초토화됐다"며 "어찌보면 2018년 미투 열풍 속에서 누구도 당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한 그런 결과인 거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은 좀 없어야 되며, 잘못된 미투의 희생자가 저로 마지막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총선 손혜원 전 의원과 열린민주당 창당을 주도한 바 있다. 그는 김진애 의원과 함께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참여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그는 "오는 금요일(29일)이 정견 발표날이다. 오늘 저녁에 깊게 고민해보겠다"며 "국민이 명령하면 대통령도 움직이듯이 열린민주당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당원들이 요청하면, 그 요구가 어떤 것이라도 피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정계 복귀 가능성에 문을 열어뒀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 강서갑 출마를 시도했으나,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그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경선 기회조차도 주지 않고 팽시킨 것이다. 언론이 그를 집중공격하니 당에선 그와 선긋기를 한 셈이었다. 그는 결국 눈물을 삼키고 출마를 포기, 손혜원 전 의원 등과 함께 열린민주당을 창당했다. / ⓒ 연합뉴스
정봉주 전 의원은 서울 강서갑 출마를 시도했으나,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그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경선 기회조차도 주지 않고 팽시킨 것이다. 언론이 그를 집중공격하니 당에선 그와 선긋기를 한 셈이었다. 그는 결국 눈물을 삼키고 출마를 포기, 손혜원 전 의원 등과 함께 열린민주당을 창당했다. / ⓒ 연합뉴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며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그런데 그해 3월 매체 <프레시안>은 정봉주 전 의원이 2011년 12월 여성 A씨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프레시안 기사는 가짜뉴스, 새빨간 거짓말,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프레시안> 기자들을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프레시안 측에서도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관련자 진술과 카드 결제 내역 등을 조사해 정 전 의원과 A씨가 2011년 12월 한 호텔 1층 카페에서 만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고, 검찰도 혐의가 있다며 그를 불구속기소했다. 하지만 1심 판단은 "A씨 진술만으로는 이 사건 성추행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지인들의 진술도 전해 들은 것일 뿐 독자적인 증거 가치가 없다"며 정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했다.

결국 근거도 매우 빈약한, 사실 '미투'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의혹 제기에 정봉주 전 의원의 정치활동이 크게 꺾이고 만 것이었다. 이런 무분별하고 빈약한 의혹제기들이 쏟아지면서, '미투' 운동을 의심하는 그런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미투가 '정적 제거'용으로 쓰이면서, 실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 됐으니.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었을 당시, 그해 대선을 앞두고 BBK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이 '이명박'임을 앞장서서 주장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대법원까지 그대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한참 '나는 꼼수다'로 큰 인기를 끌던 지난 2011년 12월 말 수감돼 1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러면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선거에 출마할 수가 없었다.

문제의 BBK 동영상 중, 이명박씨는 과거 광운대 강연에서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분명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를 수사한 검찰 특수팀이나 BBK 특검팀은 모두 '무혐의'라고 했다. / ⓒ 뉴스타파
문제의 BBK 동영상 중, 이명박씨는 과거 광운대 강연에서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분명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를 수사한 검찰 특수팀이나 BBK 특검팀은 모두 '무혐의'라고 했다. / ⓒ 뉴스타파

그는 출소 이후 팟캐스트 <전국구>를 비롯, 각종 시사프로의 패널로서 왕성하게 언론활동을 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에도 공감하며, 삭발식과 도보행진 등에 함께 했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이 무너진 뒤인, 2017년 말이 되어서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를 받고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그러면서 이듬해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언론에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며 꿈을 접어야 했다.

검찰에 기소됐던 그는 지난 2019년 10월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고 이듬해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갑이 아닌, 서울 강서갑에 공천을 신청했다. 당에 끊임없이 해당행위를 하는 금태섭 전 의원을 물리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그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경선 기회조차도 주지 않고 팽시킨 것이다. 언론이 그를 집중공격하니 당에선 그와 선긋기를 한 셈이었다. 그는 결국 눈물을 삼키고 출마를 포기, 손혜원 전 의원 등과 함께 열린민주당을 창당했다. 그는 총선 이후에는 정치활동과 언론활동 등을 중단한 상태다. 

정봉주 전 의원은 굉장히 억울하다. BBK에 투자한 다스의 진짜 주인이 이명박임이 확인되면서, BBK 주가조작 사건의 몸통도 당연히 이명박임이 지난해 확인됐다. 그의 주장이 사실로 증명된 것인데, 1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오랫동안 야인생활을 해야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BBK 주가조작 사건에 이명박 씨가 공범이며, 다스와 BBK의 실소유주라고 앞장서서 주장했다. 이는 사실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측이 이명박 측에 주장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박근혜 측은 처벌받은 사람이 없고, 정 전 의원만 처벌받았다. / ⓒ 채널A
정봉주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BBK 주가조작 사건에 이명박 씨가 공범이며, 다스와 BBK의 실소유주라고 앞장서서 주장했다. 이는 사실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측이 이명박 측에 주장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박근혜 측은 처벌받은 사람이 없고, 정 전 의원만 처벌받았다. / ⓒ 채널A

그는 이명박 정권의 출범을 막아보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위해 앞장서 싸우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고, 오랫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또 '나꼼수' 등의 언론활동도 하며 더불어민주당에 힘도 많이 실어줬다. 그러나 정작 당에선 그에게 해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경선 기회조차도 주지 않았으니.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2008년 검찰에 기소된 이후 10여년을 '잃어버린 세월'로 지내야했던 것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아닐지라도, 분명 그에게 큰 빚을 진 입장으로서 재심을 도와 정식으로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돕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가 아닐까? 그것이 ’BBK 사기사건의 주어‘이자 '다스 진짜 주인'인 이명박을 단죄하는 것이며, 이명박을 대놓고 봐주었던 2007년 검찰 특수팀이나 2008년 BBK 특검팀에게 응당한 책임도 묻는 것이 공당으로서 할 일 아닌가. '꼬리곰탕 식사' 한 번만으로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줬던 BBK 특검팀에는 윤석열 총장도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만으로도 검찰 권력의 해체 명분이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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