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김진표 의원이 발의한 '2년 추가 유예'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종교인 과세는 이제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껍데기만 남은 종교인 과세다, 나라 곳간 축내는 종교인 과세다, 특혜 위에 특혜일 뿐인 종교인 과세다, 이 가운데 종교인 과세가 과연 종교인에 대한 특혜가 맞는지, 특혜가 맞는다면 어느 정도인지 하나씩 따져보면.

◈ 1차 특혜: 근로소득이냐 기타소득이냐, 종교인만 선택 가능

이건 2015년에 만들어진 1차적인 특혜입니다.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돈을 받으면 세금을 내긴 내는데, 이걸 근로소득이나 기타소득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낼 수 있도록 소득세법에 규정해놨습니다. 법 조항은 “골라서 낼 수 있다”고 되어 있지 않고 복잡하지만, 쉽게 해석해보면 그런 뜻이다.

그런데 기타소득이라는 것은 기존 소득세법의 논리상 종교인에게 적용해주면 안 되는 것이다. 기타소득이 뭔지도 소득세법에 다 정해져 있는데, 21조에 보면 상금, 현상금, 포상금, 복권 당첨금, 이런 식으로 정기적인 소득이 아닌 경우가 기타소득으로 규정돼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작가처럼 비정기적인 소득을 가진 사람에게 적용해주는 것이다.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면 그래서 근로소득에 비해 세제 혜택이 크다. 수입으로 치지 않는 필요경비를 많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연봉 금액에 따라 수입의 20~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준다. 이렇게 하면 소득세를 계산할 때 가장 처음의 숫자, 즉 ‘수입금액 - 필요경비 = 소득금액’에서, 소득금액 이 숫자부터 작아지기 시작합니다. 직장인과 비교하면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

취재진이 한국납세자연맹에 의뢰해서 같은 연봉의 종교인과 직장인이 세금을 얼마나 내게 되는지 데이터를 받았다. 이걸 보면 기타소득의 장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똑같은 연봉의 종교인과 직장인이라고 해도, 연봉 5천만 원의 경우 종교인은 2천9백만 원을 필요경비로 인정받아서 소득금액은 2천1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반면 직장인은 필요경비로 인정받는 금액이 1천225만 원이고 소득금액은 3천775만 원입니다. 즉, 똑같은 연봉 5천만 원이라고 해도, 종교인은 2천1백만 원에 대해, 직장인은 3천775만 원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연봉 5천만 원의 종교인은 직장인 대비 57% 정도의 세금을 내고, 연봉 1억과 1억5천만 원의 종교인은 직장인 대비 72% 정도의 세금을 내는 걸로 계산됩니다. 직장인은 연말정산을 받아서 세금을 돌려받으니까 차이가 더 적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건 직장인이 신용카드와 교육비 항목에서 연말정산을 받았다는 걸 가정한 수치입니다. 인적공제는 종교인과 직장인 모두 적용된다.

◈ 2차 특혜, 종교단체 의지로 세금 줄이는 길을 열어놓다

2차 특혜는 최근 기획재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만들어놓았다. 종교단체 의지가 있으면 소속 종교인의 세금을 얼마든지 줄여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인데, 방법은 이렇다. 소득세법 시행령 19조에는 비과세 되는 종교인 소득의 범위가 규정돼 있다. 그 가운데는 “종교 관련 종사자가 소속 종교단체의 규약 또는 종교단체 의결기구의 의결이나 승인에 의해 결정된 지급 기준에 따라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은 금액 및 물품”이라는 규정이 이번에 새로 생겼습니다. 이른바 ‘종교활동비’라고 하는 것이다.

개신교에서는 목회활동비, 불교에서는 ‘승려 수행지원비’, 천주교에서는 ‘성무활동비’가 이런 비과세 종교활동비에 포함된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일반 회사에도 노동자에게 비과세 항목으로 지급하는 돈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핵심은 ‘상한선’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교단체는 봉급이나 상여금 같은 과세 항목의 급여는 줄이고, 목회활동비와 수행지원비 그리고 성무활동비 항목의 급여를 대폭 늘릴 수 있다. 과세 항목의 급여는 축소, 비과세 항목의 급여는 확대하는 것이죠. 이런 꼼수를 쓰면 앞서 봤던 간단한 계산, ‘수입금액 - 필요경비 = 소득금액’에서 수입금액부터 종교단체 뜻대로 줄어든다. 게다가 설명해 드린 것처럼,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니까 필요경비도 커서 소득금액은 더욱 쪼그라들것이며. 그럼 직장인 대비 57~72% 내는 세금도 반 토막 이하로 뚝 떨어트릴 수 있다.

이런 구조는 종교인들을 '탈세의 유혹'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다. 언제든 과세 항목은 줄이고, 비과세 항목 급여를 늘려서 종교인을 탈세의 함정에 빠트릴 수 있는 설계이다. 그래서 국가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이런 비과세 혜택의 상한선을 설정해놨다. 납세자는 가능하면 세금을 줄이려고 한다는 보편적인 가정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비과세 혜택의 상한선은 보통 월 20만 원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에 시행령을 입법예고 하면서, 종교인에게만 유일하게 이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유일한 예외가 종교인이다. 이로써 종교인은 월 20만 원을 넘어, 상한선 없이 비과세 항목에 돈을 몰아주고 싶은 시험에 들게 됐다.

◈ 3차 특혜, 비과세 장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원천봉쇄 하다

3차 특혜 또한 기획재정부가 만든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들어 있다. 이 시행령을 입법예고 하기 전 기재부는 개신교 측과 수차례 물밑 접촉을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 개신교 측의 요구가 대폭 수용된 것입니다. 3차 특혜는 세무조사 원천봉쇄다. 앞서 비과세 항목의 급여를 대폭 늘리는 꼼수를 쓸 경우에, 정부는 당연히 종교인이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납세자는 대부분 세금을 줄이려고 하니까요. 그런데 그 세무조사를 막아놨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222조에 보면, 비과세 혜택을 받는 종교활동비의 경우 장부를 따로 관리할 경우엔 국세청이 그 "장부나 서류에 대해 조사하거나 제출을 명령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놨다. 종교인이 탈세의 유혹에 빠지기 쉽게 만들어놓고, 탈세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장부 하나만 콕 찍어서 세무조사를 금지해 놓은 것이다. 시행령을 이렇게 고쳐버린 것은, 종교인에게 탈세의 유혹을 넘어 알아서 적당히 탈세하시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시행령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종교계에는 정직하게 세금을 신고하는 종교인만 암묵적으로 바보 취급을 받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 세금 줄이는 길이 열렸고, 세무조사도 못한다는데, 누가 제대로 내? 같은 생각이다.

◈ 전례 없는 '3중 특혜', 개신교 측은 미리 알았다

종교인이 근로소득-기타소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2015년 법에 들어간 내용이고, 비과세 항목에 상한선 없이 급여를 몰아줄 수 있게 한 것과 또 그 비과세 항목에 대한 세무조사를 금지한 것은 지난 11월 30일 기획재정부가 입법예고 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모두 우리 세법에서는 전례가 없는 규정들인데, 종교인에게 처음 적용된 것이다. 한국세무학회장을 지낸 인천대학교 홍기용 교수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종교인에 대한 특혜고, 조세 형평성을 명백히 무너트리기 때문에 위헌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은 기획재정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기 전, 기재부 담당자와 여러 차례 통화했지만, 개정안이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확대해주는 거라는 큰 방향만 들었을 뿐 세부적인 내용은 일절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입법예고 사흘 전인 11월 27일, 개신교 측은 이미 개정안 내용을 알고 있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목회자납세대책위원장 소강석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순수 종교인 소득만 과세하고 종교단체 세무조사 금지하고, 이건 이미 다 대통령령 확정돼 있고요. 유예에 버금가는, 상당히 버금가는 시행 연습이죠.”

기재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오는 14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방안과 업무용 차량 비용처리 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세법 개정안을 놓고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여야 및 국회와 정부간 격돌이 예상된다.

3일 국회에 따르면 기재위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조세소위)는 오는 10일부터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안건심의에 들어간다.

주요 쟁점 법안으로는 △소득세법상 '종교소득' 신설 △업무용 승용차 비용과세 합리화 △청년고용증대세제 신설 △R&D부문 세액공제 축소 △비과세ISA 도입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도입 △기부금 공제 확대 △법인세 인상 및 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개별소비세 품목조정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부과 유예 등 10가지가 꼽힌다.

◈ 업무용 차량 과세·기부금 공제 확대…여야 '공감대'

올해 세법 개정안에는 지난해 조세소위에서 논란이 됐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 개정안이나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패키지' 등과 같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법안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업무용 승용차 비용처리 상한선 신설 등을 담은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개정안이다.

현재 김종훈·이상일·함진규(이상 새누리당), 강기정·김동철·김영록·민홍철(이상 새정치민주연합) 등 여야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업무용 차량 비용처리에 한도를 두는 내용을 담아 발의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의원법안의 대부분은 3000만원~5000만원의 비용처리 한도를 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차량가액 등을 비용처리 기준을 정할 경우 통상마찰 소지가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어 법안논의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의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기부금 공제 확대 법안도 여야 의원들이 나서고 있다. 정갑윤·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과 김관영·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2013년 세법개정으로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부금에 대한 공제 혜택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에 공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부금 공제혜택 확대에 여야가 없이 공감대를 보이고 있어 법안처리 전망은 밝지만 정작 기획재정부는 난처한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정갑윤·나경원·김관영이 공동주최한 '기부금 활성화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액공제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부금 추이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민감한 내용으로 꼽히는 종교인 과세 역시 여야 간의 의견차는 크지 않다. 지난해 이미 기재위 여야 의원들은 종교인 과세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다만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약 5개월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누구 하나 앞장서서 이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변수다.

정부는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을 신설, 종교인 과세의 법적근거를 명확하게 담아오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이를 제외한 수정동의안을 낼 경우에도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기존 시행령에서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사례금)으로 분류해 과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지난해 조세소위에서 통과된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과세의 경우 여당을 중심으로 2년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며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지만 정부는 시행도 전에 유예를 하는 것은 곤란하단 의견을 밝힌 상태다.

◈ ISA·법인세…'쟁점법안'도 수두룩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세법개정안 중에는 여야 이견이 팽팽한 법안도 적지 않다.

비과세 ISA제도의 경우 야당에서 최대 쟁점법안으로 꼽고 있다. 서민·중산층의 자산형성을 지원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소득상위 계층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대표적인 '고소득층 혜택'법안이라는 비판이다.

조세소위 소속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2015년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사적저축(연금)강화시키고 공적연금을 약화시키려는 정부의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저축을 할 수 있는 계층은 결국 부자들이므로 이들에게 2중, 3중의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해외주식투자 비과세펀드 신설에 대해서도 자칫하면 재벌금융회사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불편함을 보이고 있다.

청년고용증대세제의 경우 야당은 '전면반대'는 아니지만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는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중소기업에만 청년 정규직 1인당 1000만원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지난해 조세소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올해 대기업 지원을 포함해 가지고 온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 비과세·감면 정비의 일환으로 R&D(연구개발)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축소하고 연구행정 및 지원사무에 종사하는 관리직원 인건비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홍종학 의원은 2013년 재벌대기업의 각종 비과세감면을 원천배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최재성 의원 발의) △법인세율 인상(이낙연 전 의원 발의) 등과 함께 야당이 주장해온 '법인세 감세철회 3대법안'이다. 올해도 조세소위 논의 테이블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소지가 높다.

이밖에 정부가 대용량 가전제품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폐지와 개별소비세 과세물품에 대한 기준가격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린 것에 대해서도 야당은 '재벌감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sbs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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