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흉기가 될 수 있다. 흔히들 정치인이 고의든 실수든 말로 문제를 일으키면 설화(舌禍)라고 한다. 한 마디로 혀가 일으킨 화를 말한다.

우리 역사에도 설화로 자신의 생명을 단축시킨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세조의 후사를 논하다 죽임을 당한 계유정난 공신 양정이나 선조의 역린을 건드린 부적절한 발언으로 귀양을 갔던 송강 정철 같은 이도 있다. 이들은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입놀림으로 화를 자초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최근에도 잊을만하면 설화(舌禍)를 일으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정치인을 있다고 하니 안타까움을 넘어 애처러움이 앞선다.

얼마전 조수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선시대 후궁에 빗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가 결국 유감의 뜻을 전했다.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발언으로 자신과 당에 피해를 줬고,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의원이 작년 4월 총선에서 당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산 권력’의 힘을 업고 당선됐다면 더더욱 겸손해야 할 것이 아닌가”라며 “선거공보물에 허위학력을 적은 혐의, 선거운동원 자격 없는 주민자치위원의 지지 발언을 게재한 혐의에도 무탈한 것만 해도 겸손해야 마땅할 일”이라고 맹공했다.

이는 조 의원이 최근 고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난한 것에 대한 대응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여야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오고가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한 나라의 국회의원을 왕조시대의 후궁에 빗댄 것은 설화가 아닐 수 없다.

조 의원의 발언은 정치권에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조 의원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고, 고민정 의원은 형사 고소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가뜩이나 김종태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이기에 조 의원도 여론의 뭇매에 유감의 뜻을 전하게 됐다.

결국 조수진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도 여성 의원으로서, 여야를 떠나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비유적 표현이 여성 비하의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다는 자체가 가슴 아프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정치인의 품격은 말과 행동이다. 최근에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숱한 비난의 늪에 빠져 지탄을 받고 있는 모습을 생생히 보고 있지 않은가? 막말은 그 순간에는 자신의 속을 시원하게 할지라도 잠시 후에는 자신을 해치는 毒이 된다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조수진 의원은 이번 설화(舌禍)에 대해 일시적인 유감 표명에 그치지 않고 추후라도 국회의원의 품격을 지킬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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