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서 기관에 적을 두지 않아도 청소년 대상으로 체험학습 프로그램 운영하면서 '인턴십' 용어사용"

허재현 "정종건 유죄 선고 논리가 엉터리임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정종건 판사는 지난달 2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1심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일부 기자들에 의해 정 판사의 허위인턴십 유죄 선고 논리가 엉터리임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나오고 있다.

최강욱 대표 1심 판결문 일부.  정종건 판사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해 특정 기관에 적을 두고 정규 활동을 하는 것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사진/리포액트

1심 판결문을 보면 정종건 판사는 '인턴십 프로그램"이 기관에 적을 두고 구성원으로서 정규 활동을 하는 것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인턴십'이라는 용어를 들어 미성년자인 청소년이 아르바이트식으로 하는 보조 역할에 불과한 것을 두고 일반적으로 시민들이 이해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최 대표에게 유죄를 때린 것이다.

따라서 정 판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조모 씨가 최강욱 대표의 법무사무실에서 '체험학습형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최 대표의 사무실에서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하는 것을 정 판사는 범죄라고 판단했다.

정종건 판사는 최 대표가 조 씨에게 허위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했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통상 인턴 활동은 기관에 적을 두고 직무에 종사하는 형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9개월 동안 총 16시간 인턴 활동을 했다면 하루 평균 약 12분 정도 인턴 활동을 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어느 기관에서도 12분 동안 머무르며 수행할 수 있는 (인턴) 역할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면서 유죄를 선고했다.

최강욱 대표는 당시 재판정에서 조 씨가 자신의 법무사무실에서 “정규채용을 염두에 둔 인턴이 아닌 체험학습형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였고, 2017년 1월10일부터 10월11일까지 매주 평균 2회 총 16시간 동안 변호사 업무 및 기타 법조 직역에 관하여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서정리 및 영문 번역 등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이었다”라고 밝혔다.

정종건 판사의 1심 판결을 두고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2일 자신이 운영하는 뉴스매체 '리포액트'와 페이스북에서 정종건 판사의 유죄 판결이 엉터리라는 취지로 법원 등 사회 전반에서 나오는 인턴십 프로그램 물증을 내놓고 반박했다.

허 기자에 따르면 정종건 판사의 판단과 달리 우리 사회 곳곳에서 기관에 적을 두지 않아도 청소년 대상으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인턴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심지어 법원에서조차도 그러한 용어를 사용하며 수료증까지 발급한 사실을 알렸다. 또 중앙일보 기자 출신 고일석 기자가 운영하는 '더브리핑'에서도 이같은 사례를 밝혔다. 이들 매체들이 밝혀 낸 주장을 요약해 정 판사의 1심 판결이 유죄를 때리기 위한 무리수였다는 것을 알아본다.

전주지방법원은 2014년 청소년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15년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중고등학생을 위한 법원체험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는 이를 자세히 소개했는데, 청소년이 이틀동안 보호관찰소 방문, 재판 방청, 법정 구조 설명 등을 듣는 프로그램이었다. 전주지법은 이 행사에 대해 '청소년 인턴십프로그램'이라고 홍보하였다.

이외 각급 법원의 이러한 청소년 대상 체험형 인턴십 프로그램은 쉽게 발견된다. 부산지방법원은 2020년 '체험형 청년인턴 모집' 공고를 냈다.  부산지법은 2020년 1월29일부터 31일 3일간 약 18시간 정도 참여해(매일 오전 10시30분~오후 4시) 법정견학, 재판연구원과의 대화 등을 한 뒤 (인턴십)수료증까지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조 전 장관 아들 조 씨가 최강욱 대표 사무실에서 받은 인턴십 프로그램과 유사한 형태의 행사다. 이러한 인턴십 프로그램은 부산지법에서 2012년부터 매년 시행되었는데, 여기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학입시 등에 해당 수료증을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 다른 기관에서 운용한 체험학습형 프로그램도 인턴십으로 표현하는 예는 쉽게 발견된다. 2013년 발간된 '이명박정부 국정백서' 교육 단락의 '교육기부의 범사회적 확대' 항목에서도 단순 체험학습을 인턴십으로 소개한 것이 확인된다.

백서는 “정부출연연구소도 학생 인턴십, 과학캠프 등을 다채롭게 개설하여 과학문화 확산의 일환으로 교육기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천문(연)에서는 스타-카 천문 교실을 열어 학생들의 천문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설명] 이명박정부 국정백서 일부

2009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선정 발표하면서 우수 프로그램으로 서울 구정고의 '학부모 인턴십'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역시 단순 체험형 행사이지만 '인턴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또 2013년 서울시 교육청이 주최한 교육정책네트워크 교육현장토론회 자료집에도 단순한 현장탐방 행사를 ‘인턴십'으로 사용한 예들이 확인됐다.

허 기자는 "정 판사의 논리대로라면 이들 기관들이 만약 참가자의 요청에 따라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해주었다면 징역형의 중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셈이다"라며 "이것은 과연 온당할까. 최강욱 대표 변호인단은 이점에 대해 2심 재판 때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강욱 대표 관련 사건의 판결문을 직접 살펴본 리포액트는 조국 전 장관 아들 조 씨가 실제로 최 대표의 사무실에서 있었던 정황에 대한 증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한다고 했다.

판결문에는 “최강욱의 의뢰인이었던 유O운은 2018년 초 피고인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회의실에서 밤늦게까지 사건을 의논하였는데, 최강욱이 중간중간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나온 점 등에 비추어 최강욱의 방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최강욱이 자신에게 조국 교수의 아들, 즉 조O이 사무실에 종종 온다는 이야기를 하였다고 진술하였다”라고 서술됐다.

최강욱 대표 법무 사무실의 일부 직원은 “대체로 정기적으로 사무를 돕는 학생이나 인턴을 본 적이 없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최 대표가 정규 인턴을 뽑아서 운영한 게 아니라 조국 전 장관과의 인연으로 아들 조 씨를 개별적으로 자신의 방에서 교육하였기에 벌어진 진술로 짐작된다.

최강욱 대표 변호인은 “주로 저녁 6시 이후나 주말에 2~4시간 정도 인턴활동이 이루어졌다”라고 했다. 주 활동 내용은 “최강욱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군 불온서적 사건, 총리실 민간이 사찰 사건 등 관련 소송 기록을 읽고 의견을 말해보도록 하고, 방산비리사건 관련 영문계약서 및 각종 공증 서류의 영문 교열 및 번역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여러 정황상 최 대표와 조 전 장관 사이의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특수한 형태의 1회성 인턴 활동이 당시 이뤄졌다는 것이다. 조 씨는 최 대표 사무실을 방문해 평균 2시간 정도 멘토링 교육을 받고, 약 9개월 동안 총 16시간 정도 이수했다.

리포액트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청소년 대상 체험학습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예를 보았을 때 아주 이례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면서 "최 대표가 지인과의 친분을 고려해 개별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용한 것을 두고 각자 도덕적 판단은 달리 할 수 있겠으나, 대학의 입학업무를 방해한 중범죄로 처벌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 수 밖에 없고 정종건 판사의 판단 그리고 검찰의 기소는 정당한 것일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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