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난징포럼'에서 개막 연설하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 ⓒSK
'2019 난징포럼'에서 개막 연설하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 ⓒSK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차기 서울상공회의소(이하 서울상의) 회장에 추대되면서 국내 최대 4대 그룹 총수가 전국 회원사가 18만 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종합경제단체이자 재계를 대변하는 상의 회장을 처음으로 맡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울상의는 1일, 비공개 회장단회의를 열고 최태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만장일치로 추대했고, 최 회장은 국내외 최대 반도체 생산시설인 M16 준공식장에서 "국가 경제를 위해 고민하겠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를 상당 부분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본다. 또 본인 자신이 평소에 상생이나 환경,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더없이 적합한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추대 이유를 밝혔다.

최 회장이 수락하면 23일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다. 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도 겸하게 된다. 참고로 대한상의 회장은 3월 24일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선출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며 1회 연임이 가능하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은 최 회장이 첫 사례이다. 선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을 맡은 적이 있어서 부자가 경제단체 대표를 맡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과거엔 전경련이 재계 입장을 대변했지만,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면서 위상이 추락해 대한상의가 이른바 '공정경제 3법' 등과 관련해 주요 창구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에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될 최 회장에 모이는 기대는 적지 않다.

우선 최 회장에 기대가 큰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 및 여당과의 우호적 관계다. 평소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을 강조해 온 그의 '기업 역할론'이 현 정부의 공유경제론과 맞는 부분이 적지 않아서다. 특히 전경련이 여러 부분에서 현 정부와 각을 세우는 위치에 있어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온 재계에서는 최 회장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최 회장이 평소 관심을 표명해 온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즉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의 궁합은 매우 잘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 회장은 'ESG전도사'로도 잘 알려져 있고, SK그룹은 국내 기업중 처음으로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이 쓰는 소비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캠페인)에 가입한 바 있다.

실제로 정부 여당에서는 최 회장의 상의 회장 추대를 반기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도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생산시설을 찾은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에 특별한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한 것은 공유인프라 체계 구축에 적극적인 그의 자세를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에 기업이 필요한 요구사항을 제대로 전달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현재 국회에서는 '반(反) 기업법'이라고 불릴만한 법들이 연이어 쏟아지고, 논의되고 있다. 수정 논의가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여당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익공유제 법제화' 등은 기업 활동을 옥죄는 대표적인 법안으로 꼽힌다.

이같은 법안을 막기는 어렵겠지만, 당사자인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자를 맡아주길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최태원 회장에게서 부친의 리더십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현재 전경련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태인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18만개 회원사를 아우를 수 있는 '맏형' 역할을 맡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부친인 고 최종현 전 회장은 1993~1998년 전경련 회장을 맡을 당시 경제단체의 역할을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헌신했던 인물로 경제인들 사이에서는 꼽힌다. 특히 그가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던 중인 1997년에 IMF 사태가 있었을 때 기업들이 줄도산하자 청와대를 찾아 당시 김영상 대통령에게 금리인하 등 특단의 조치를 건의한 일은 유명하다.

최태원 회장의 추대 배경에는 4대 그룹사의 회장이라고 해도 대한상의 회장 역할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가 이미 탄탄히 다져진 만큼 SK그룹의 '경영 공백' 발생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회장 추대에 앞서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그룹 최초 의장직 3연임이 결정됐다는 점도 그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현재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는 박용만 회장은 지난 2016년 조카 박정원 회장에게 두산그룹 회장 자리를 넘긴 뒤 대한상의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다만 반 기업법들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는 무게감에 대한 우려도 없지는 않다. 아무리 현 재계의 중진들 중에는 현 정부와 관계가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해도 정부와 각을 세울 때는 세워야하는 위치가 바로 대한상의 회장이기 때문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에게 제계가 거는 가장 큰 기대는 정부 여당과 재계 사이의 가교 역할일 것"이라며 "그 역할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게감 있는 기업 총수로서 져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겠지만, 조율된 회원사 입장과 목소리를 정부에 적절하게 전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큰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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