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연합뉴스

20대 국회의 두 번째 정기국회가 9일로 10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지난 5월 조기 대선에서 정권이 바뀐 뒤 처음으로 진행된 이번 정기국회는 예상대로 여야 간의 극한 대립과 갈등이 이어지면서 파행을 반복했고, 그 결과로 여러 불명예의 기록을 떠안았다.

정부·여당의 이른바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해 보수 야당이 정치보복이라고 강하게 비판함과 동시에 '신(新)적폐' 청산 카드로 반격에 나서면서 여야 협치는 실종되고 대치 정국이 계속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는 개회와 동시에 파행됐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9월 2일 전격적으로 국회 보이콧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뒤인 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해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면서 한국당은 결국 같은 달 11일 보이콧 방침을 철회하고 국회로 복귀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국정감사 중인 10월 26일에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문제로 국회 일정을 또다시 보이콧했다가 4일 뒤에 이를 번복하는 등 국회 파행은 다시 한 번 연출됐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10월12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국정감사는 대형 이슈를 발굴해내지 못한 채 종료됐다.

여야 간 대립으로 인해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법정 시한(2일) 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는 불명예의 기록도 세웠다.

공무원증원 문제와 일자리 안정자금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시한을 넘긴 것이다.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의식해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극적인 합의를 이뤘으나 합의안이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되면서 한국당 의원들은 결국 지난 6일 본회의 예산안 표결 때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국회는 여야 간의 협치가 사라지면서 법안 처리 실적도 크게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일 현재 7천754건의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된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378건에 그쳤다.

더욱이 여야 간 합의를 우선시하는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여야의 주요 관심법안은 본회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여당은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이나 국가정보원 개혁법, 근로기준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을, 야당은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의 처리 필요성을 각각 주장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논의의 진전이 없이 소모적 공방만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여야의 관심법안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때 당론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야당도 일부 처리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진전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나 각론에 대한 이견으로 여전히 상임위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야당에서는 민주당이 여당이 되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력의 입김이나 영향력을 차단하는 이 방송법 개정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런 와중에도 여야는 국회의원 8급 비서 신설안과 국회의원 세비 인상안은 합심해 처리하면서 여론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물론 여야의 갈등 속에서도 일부 주요 법안의 경우 빛을 봤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초고소득 증세법안은 예산부수법안 형식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히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신속처리 1호 안건으로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처리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여기에다 국회 법사위에 장기계류된 법안을 본회의로 넘길 수 있는 국회법 규정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등 새로운 법안 처리 방식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지속적인 갈등과 대립도 20대 국회가 아직 벗지 못한 '구태'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국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 9월 11일 진행된 표결에서 김이수 전 후보자는 찬성표 2표를 확보하지 못해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다만 이로부터 10일 뒤에 진행된 김명수 대법관 후보자는 국회에서 인준을 받았다.

제2야당인 국민의당의 경우 이른바 김이수 부결 사태와 김명수 대법관 인준 과정을 거치면서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도 했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1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으나 주요 법안 등에 대한 확연한 입장차로 인해 벌써부터 구체적인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선거구제 논의도 본격화해야 하는 상태지만 이 역시 실질적 진전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법안이나 개헌 문제 등에 대한 논의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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