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집사람 정타원(正陀圓) 한정선 여사가 10여 년 전 허리수술을 한 것이 도져 불가피하게 허리수술을 다시 했습니다. 그런데 경과가 안 좋아 무진 고생을 하고 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 검사를 받으려고 병원을 들어서다가 공사현장에 둘러친 띠에 걸려 앞쪽으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얼굴이 피범벅이 되었지요. 순간 우리 정타원의 입에서는 “아이쿠! 감사합니다.”하고 소리를 쳤습니다. 이때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어떤 분이 “아니, 뭐가 그리 좋아 감사하는 겁니까?” 하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예! 이 정도로 다친 것 만해도 천만다행이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예요?” 하고 병원응급실로 들어가 치료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무엇이 그리 감사한 일일까요? 살아 있는 것 만해도 감사한 일이고, 걸어서 돌아온 것만 해도 감사하며, 병원 구내에서 넘어져 즉각 치료를 받았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하며, 진리께서 보살펴 주셔서 이 정도에 그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고 반문하는 집 사람이 마치 감사생활의 화신처럼 보였습니다.

한 소녀가 산길을 걷다가 나비 한 마리가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는 것을 발견하고는 가시덤불을 제치고 들어가 거미줄에 걸려있던 나비를 구해주었습니다. 나비는 춤을 추듯 훨훨 날아갔지만, 소녀의 팔과 다리는 가시에 찔려 붉은 피가 흘러 내렸습니다. 그 때 멀리 날아간 줄 알았던 나비가 순식간에 천사로 변하더니 소녀에게 다가왔습니다.

천사는 자기를 구해준 은혜에 감사하면서 무슨 소원이든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그 때 천사는 소녀의 귀에 무슨 말인가 소근 거리고 사라졌습니다.

소녀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해서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도록 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녀를 사람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우러러 보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예쁜 소녀가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임종을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웃으시며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소녀였을 때 나비 천사를 구해 준 적이 있지. 그 대가(代價)로 천사는 나를 평생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해 주었어, 그때 천사가 내게 다가오더니 내 귀에 이렇게 속삭이는 거야. ‘구해주어서 고마워요. 소원을 들어드릴게요. 무슨 일을 당하든지 감사하다고 말하면 평생 행복하게 살게 될 거에요...’

그 때부터 무슨 일이든지 감사하다고 중얼거렸더니 정말 평생 행복했던 거야. 사실은 천사가 내 소원을 들어준 게 아니야. 누구든지 만족할 줄 알고 매사에 감사하면 세상은 우리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무한한 행복을 주지...“ 이 말을 끝으로 눈을 감으신 그 할머니의 얼굴에는 말할 수 없는 행복과 평온함이 가득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우리가 좋은 일에만 감사하는 것은 감사가 아닙니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무조건 감사하는 것이 진정한 감사생활인 것입니다. 정산(鼎山) 종사의 법문집인 <한 울안 한 이치> ‘제1편 법문(法門)과 일화(逸話)’에 보면 <심은 대로 거둠>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 부잣집 노인이 창고 청소를 하기 위하여 머슴을 시키어 벼 가마니를 들어내는 데 마지막 한 가마니를 들어내려 하니 말하였다. “그것은 그대로 놓아두라.” “무엇하려고 그러십니까?” “쥐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 이러한 일이 있은 지 몇 해 후에 머슴이 뜰에서 말하였다. “주인어른! 좋은 구경거리 있으니 나와 보십시오.”

이에 노인 부부가 방에서 문을 열고 나와 보니 큰 쥐 한마리가 머리에 쪽박을 둘러쓰고 뜰에서 뱅뱅 돌고 있으므로,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순간 수백 년 묵은 집이 굉음을 내며 폭삭 넘어져 버렸다. 이와 같이 여유 있는 마음으로 은혜를 베풀어 주면 언젠가는 보은을 하게 되는 것이다.」

1) 원불교 정전 :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감사는 행복의 문을 열고, 원망은 불행의 문을 연다.

2) 탈무드 :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인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감사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3) 아리스토텔레스 : 행복은 감사하는 사람의 것이다.

4)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 : 감사의 분량이 곧 행복의 분량이다. 사람은 감사한 만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행복해서 감사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기 때문에 행복해진다.

5) 빌 헬름 웰러 :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감사하는 사람이다.

이 법문의 말씀들이 곧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는 것>이며, <네 덕, 내 탓>으로 돌리는 전천후 감사생활을 강조하신 말씀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 감사생활의 화신(化身)이 되면 평생 아니 영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 런지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2월 16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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