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이 또 뚫렸다. 이번엔 오리발 귀순이다. 지난 몇 년간 노크 귀순, 목선 귀순 등 군 경계망이 계속 뚫려왔다. 이번 북한 남성은 지난 16일 오리발을 착용하고 헤엄쳐 귀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합동참모본부는 “우리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했다”며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한 장소가 GOP 둘레길을 방문하는 시민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곳 근처라는 점이다. 이는 이 남성이 이미 군 경계망을 뚫었다는 의미다. 군 경계 작전의 허술함이 또 다시 확인된 셈이다.
합참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합참은 “현재까지 해당부대 해안경계작전과 경계 시설물 관리에 대해 확인한 결과, 해당 인원이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우리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배수로 차단시설이 미흡했던 점을 확인했다”고 시인했다.
군이 설치한 CCTV 등 감시장비가 이 귀순자를 포착했는데도 곧바로 신병 확보가 안 된 셈이다. 아직 조사 중에 있지만 만약 이 남성이 귀순자가 아니라 대남 침투 특수 공작원이었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뻔 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지난 1996년 강릉 잠수정 침투 사건의 악몽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북한 잠수함을 발견한 사람은 군이 아닌 민간인이었다. 그 때 동해안과 강원도 일대는 무장 공비들의 준동으로 사실상 전시 상황이었다.
또한 이 사건으로 다수의 국민과 군인이 희생됐다. 군이 제 때에 북한 잠수정 침투를 포착하고 신속히 조치했다면 불필요한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군 경계 실패가 빚은 대표적인 비극이다.
당시 정부와 군은 철통같은 경계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최근까지 노크 귀순, 목선 귀순에 이어 이번에도 또 뚫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합참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대책을 마련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은 군의 잇따른 경계 실패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극도의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 안보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번 해당 지휘라인에 대한 문책 인사가 진행되고 첨단 장비가 확충되지만 경계 실패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군대에선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그만큼 경계작전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난 68년 1·21사태도 수십명의 무장 공비들이 침투했는데도 나무꾼 형제의 신고가 없었다면 청와대는 쑥대밭이 됐을 지도 모른다.
첨단 장비가 일사불란에게 작동해도 사람이 눈을 감고 있으면 만사가 무용지물이다. 군은 경계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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