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회에서 '文대통령, 내 구호도 정책도 다 베꼈다'는데, 진실일까?

우상호의 팩트체크,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슬로건은 2012년 9월 16일 발표
안철수의 대선출마 선언은 그로부터 사흘 뒤, 그의 선언문에 겹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정작 '따라하기' 대가는 안철수
'문도리코'는 '오타까지 복사'한 문대성 前 의원(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의 호칭, 논문표절로 IOC 위원 직무정지당해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어제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인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을 두고 비판하며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자신의 구호를 문 대통령이 그대로 갖다 썼다며 '갖다 쓴 건 좋은데 그걸 그대로 실행에 못 옮긴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또다시 안동설을 보는 듯하여 헛웃음이 나왔다.
문대통령의 취임사 문구는 원래 2012년 9월 16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때 이미 했던 말이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것은 9월 19일이다. 이것은 제가 문재인 후보 공보단장을 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웬 차용 주장? 안철수 후보의 당시 출마선언문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문구다. 이쯤 되면 좋은 것은 모두 안동설의 주제로 삼겠다는 놀부심보가 아니겠는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19일 페이스북)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도리코'라는 별명을 붙이며 비난을 퍼부었다. 과거 자신의 대선구호와 정책 등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며 맹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채널A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도리코'라는 별명을 붙이며 비난을 퍼부었다. 과거 자신의 대선구호와 정책 등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며 맹비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채널A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도리코'라는 별명을 붙이며 비난을 퍼부었다. 과거 자신의 대선구호와 정책 등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며 맹비난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18일 금태섭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토론에서 “내가 2012년 대선 때 기회 균등‧과정의 공정‧약자 보호 등을 얘기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그걸 그대로 썼다. 그건 좋은데 실행을 제대로 못 했다”며 자신의 슬로건을 베낀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또한 “캠프에서 고민한 정책들도 많이 가져다 썼다. 하지만 표현만 쓰고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뒤 “세간에서는 문도리코라는 별명까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무용 기계 제조‧판매로 유명한 한 업체의 이름과 문 대통령 이름을 합성한 것이다.

여기에 역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팩트체크하고 나섰다. 우상호 의원은 19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안철수 대표의 발언을 거론하며 "또다시 안동설을 보는 듯하여 헛웃음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 문구는 원래 2012년 9월 16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수락연설 때 이미 했던 말"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16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발표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공평'과 '정의'가 국정 운영의 근본이 될 것"이라며 "출마선언때 시민들이 주셨던 요구가 공평과 정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9월 19일 안철수 대표는 18대 대선출마선언을 한다. 당시 대선 출마선언문 전문을 보면,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키워드로 검색해볼 때,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구조"를 언급하며 이를 바꿔나가야 한다고만 했을 뿐이다. /ⓒ 채널A
2012년 9월 19일 안철수 대표는 18대 대선출마선언을 한다. 당시 대선 출마선언문 전문을 보면,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키워드로 검색해볼 때,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구조"를 언급하며 이를 바꿔나가야 한다고만 했을 뿐이다. /ⓒ 채널A

그로부터 사흘 뒤인 그해 9월 19일 안철수 대표가 무소속으로 대선후보 출마선언을 한 바 있다. 우상호 의원은 "제가 문재인 후보 공보단장을 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는데, 당시 기사를 찾아보면 그의 말은 정확했다. 

우 의원은 "그런데 웬 차용 주장? 안철수 후보의 당시 출마선언문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문구다. 이쯤 되면 좋은 것은 모두 안동설의 주제로 삼겠다는 놀부심보가 아니겠나"라고 따져물었다.

안철수 대표의 당시 대선 출마선언문 전문을 보면,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키워드로 검색해볼 때,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 기득권 과보호구조"를 언급하며 이를 바꿔나가야 한다고만 했을 뿐이다. 

오히려 '따라하기'는 안철수 대표가 줄곧 해오던 일이다. 그는 자신을 세계적 유명인사들에 자주 비유하는 발언을 해왔었다. 그는 지난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직후 애플의 창업주였던 스티브 잡스가 존 스컬리 당시 대표에게 쫓겨났던 사례를 거론하며, 자신을 스티브 잡스에 비유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국민의당을 창당한 뒤에는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자신을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샌더스 후보가 주먹을 쥔 사진을 언급하며 “저도 공동대표 수락 연설 때 주먹을 쥐고 ‘싸우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며 버니 샌더스도 차용했다. 

안철수 대표는 자신을 세계적 유명인사들에 자주 비유하는 발언을 해왔었다. 지난 대선 선거기간(2017년 4월)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대표는 자신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당시엔 대선후보 신분)에 비유했다. /ⓒ 채널A
안철수 대표는 자신을 세계적 유명인사들에 자주 비유하는 발언을 해왔었다. 지난 대선 선거기간(2017년 4월)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대표는 자신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당시엔 대선후보 신분)에 비유했다. /ⓒ 채널A

지난 대선 선거기간(2017년 4월)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대표는 자신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당시엔 대선후보 신분)에 비유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와 30대의 정치신인인 마크롱이 '닮은 꼴'임을 연일 홍보한 바 있다.

안 대표는 당시 "마크롱은 원내의석 하나도 없는 신생 중도정당 후보다. 그런데도 프랑스의 60년 양당체제를 무너뜨렸다"라며 자신을 마크롱 대통령에 연일 비유하곤 했었다. 그는 지난해 초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새로 창당할 무렵에도, 줄곧 '마크롱'을 꺼내들며 자신과 비유하곤 했다.

그는 또 안중근 의사와 같은 '순흥 안씨'인 점을 종종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안중근 의사의 '후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만큼 안철수 대표는 세계적 유명인사들과 자신을 종종 비유했던 사실이 있다. 

여기서 안철수 대표가 문 대통령을 향해 꺼내든 '문도리코'는 논문 상습 표절로 파문을 일으켰던 문대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지칭하는 호칭이다. 안 대표가 '문도리코'라는 단어를 꺼내들면서 오랜만에 문대성 전 의원이 소환된 셈이다. 

안철수 대표가 꺼내든 '문도리코'는 논문 상습 표절로 파문을 일으켰던 문대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지칭하는 별명이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그의 석사·박사 논문 모두 표절 시비에 휩싸였다. 그의 논문은 검증 결과 유사한 정도를 넘어 목차·내용뿐만 아니라, 오타까지 똑같은 것으로 드러나며 '문도리코'라는 치욕적 별명을 얻었다. /ⓒ TV조선
안철수 대표가 꺼내든 '문도리코'는 논문 상습 표절로 파문을 일으켰던 문대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지칭하는 별명이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그의 석사·박사 논문 모두 표절 시비에 휩싸였다. 그의 논문은 검증 결과 유사한 정도를 넘어 목차·내용뿐만 아니라, 오타까지 똑같은 것으로 드러나며 '문도리코'라는 치욕적 별명을 얻었다. /ⓒ TV조선

문대성 전 의원은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명성을 얻었다. 이후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로 임용됐고, 2007년엔 국민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이듬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되는 등 명성을 얻었고, 새누리당에 입당해 정계에 입문한다. 2012년 총선 당시, 부산 사하갑 지역구에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그의 석사·박사 논문 모두 표절 시비에 휩싸였다. 그의 논문은 검증 결과 유사한 정도를 넘어 목차·내용뿐만 아니라, 오타까지 똑같은 것으로 드러나며 '문도리코'라는 치욕적 별명을 얻었다. 그런 논란에도 근소한 차이로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으나, 그 직후 당을 탈당했다가 이후 다시 복당하는 등 구설을 겪었다. 지난 2014년 국민대에서 그의 박사 논문에 표절 판정을 내리며, 그가 위원으로 재직 중이었던 IOC에까지 파장이 이어졌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선 자신의 기존 지역구가 아닌, 인천 남동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논문표절 사건으로 인해 IOC 선수위원 직무가 정지됐으며, 그 자리에는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현 위원이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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