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발전자문위원
김선호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발전자문위원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광주화정중학교 교감 시절이다. 2월 말이면, 새 학년 준비로 진땀을 뺀다.

유독, 학생부장은 서로 맡지 않으려고 온갖 핑계를 대며 거절한다. 학생한테 시달리고, 학부모한테 시달리며, 너무 힘들고, 고생이 많기 때문이다. 이해는 한다.

몇 분 선생님께 학생부장을 부탁했으나, 모두 거절했다. 일본에 여행 중인 선생님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호소했다. 교감이 선생님을 직접 만나서, 찾아가서, 전화를 걸어서, 호소했다는 것을 교직원 모두가 알고 있다.

2월 25일 금요일 아침,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호소력이 부족해서인지, 현재까지 학생부장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28일까지는 임명해서 결재를 맡아야, 3월 1일부터 출발할 수 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28일 아침까지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이제는, 선생님들이 숙의하셔서 학생부장을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28일(월요일) 아침까지 정해지지 않는다면, 이제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교감으로서 <직권 임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권 임명>으로까지 가지 않도록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직권 임명>이란 사실상의 명령이다. 명령 불복종은 엄중히 다스리겠다는 암시다.) 교무실 공기가 엄중했다.

2월 28일 아침, 선생님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숙의하여 추대를 했는지,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되는 선생님이 봉사하겠다고 나타났다. 교감의 <직권 임명>은 불발되었다. 잘된 일이다. <명령>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해는 큰 사건 사고가 없었다.

지금도 그 학생부장을 기억하고 있다. 고마운 분이다. 그 선생님의 앞길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김선호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발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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