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수치 조목조목 제시한 조은희, "계산 잘 안해보셨죠?" "공약 쭉 보니 정말 허경영 될까봐 걱정된다"

조은희 구체적 지적 "17조 예산은 도대체 어디서 가져오나? 혹시 뚝딱뚝딱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건가?" 
"공약 전체 예산은 계산해보지 않아" "숫자 세세한 건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잘 알면" 무책임 답변 논란
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약을 냈으면, 재원 마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후보자 기본 자질 아닌가?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조은희 서초구청장 : 나 후보님 전체 공약을 살펴보니까, 예산이 15조에서 17조원 더 들더라고요. 계산 잘 안해보셨죠?

나경원 전 의원 : 숨통트임론이요?

조은희 서초구청장 : 아뇨, 숨통트임론, 기본소득론, 아동수당 등 전체를 제가 다 (계산)해보니까 최소 15~17조(더 든다), 그런데 서울시 전체 예산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나경원 전 의원 : 서울시 예산 잘 알고 있고요. 작년에 42조, 거기에 추가경정예산까지 합쳐서 47조 정도 썼습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 네, 추경 빼고 40조원 정도 썼습니다. 그런데 40조가 아닙니다. 특별회계 일반회계가 오버랩되면 순수 예산이 얼마인지 아세요?

나경원 전 의원 : 제 추계를 잘못 하신 거 같아요.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나경원 후보 전체 공약을 살펴보니까, 예산이 15조에서 17조원 더 들더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은 "전체 예산은 계산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 MBC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나경원 후보 전체 공약을 살펴보니까, 예산이 15조에서 17조원 더 들더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은 "전체 예산은 계산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 MBC

조은희 서초구청장 : 아니, 제 대답을 먼저 해주시고. 모르신다고 생각하니 35조라고 말씀드리고요. 35조 중에 교육청과 자치구에 가는 예산. 9조를 빼면 26조가 남습니다. 그 26조 중에서 13조는 복지비로서 거의 고정비입니다. 나머지 13조로 (서울시 공무원들)월급도 주고, 공원도 만들고 도로도 고치고, 한파대책 이렇게 하거든요. 거기서 6조는 그렇게 한다치고 나머지 17조 예산은 도대체 어디서 가져오는지? 혹시 뚝딱뚝딱 어떻게 만드실 수 있으신 건지?

나경원 전 의원 : 계산을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조은희 서초구청장 : 그러면 나 후보님 공약 전체 계산은 안 해보셨어요?

나경원 전 의원 : 전체 예산은 계산하지 않았습니다만.

조은희 서초구청장 : 그게 섬세하지 않다는 거죠. 독하게 섬세하게. 독할지는 몰라도 섬세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경원 전 의원 : 우리 조은희 후보님 지난번 오세훈 후보하고 토론할 때랑 사뭇 다르시군요. 제가 보니까 확실히 1대 3인거 같습니다. (웃음) (19일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2차 본경선 토론 중)

국민의힘 서울시장 유력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에게 최근 들어 붙은 별명이 '나경영' '허경원'이다. 이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를 빗대어 붙은 별명이다. 발단은 그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에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총 1억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그 직후 허경영 대표가 내세웠던 공약 중 하나인 '결혼수당 1억원'과 다른 게 무엇이냐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나 전 의원은 지난 6일에는 "서울시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 6만 달러 시대를 (5년 안에)열겠다"라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2019년 기준으로 서울시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는 4만달러 가량으로, 6만달러까지 올라가려면 약 50%를 올려야 한다. 눈대중으로만 계산해도 연간 10% 가량 성장해야 가능하기에, 현재 한국같이 어느 정도 선진국 수준에 올라간 상황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성장 수치다.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에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총 1억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그에게 '나경영' '허경원'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이런 공약은 과거 대선에 출마해 '결혼수당 1억원' 공약을 건 허경영 대표랑 오버랩된다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 채널A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에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총 1억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그에게 '나경영' '허경원'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이런 공약은 과거 대선에 출마해 '결혼수당 1억원' 공약을 건 허경영 대표랑 오버랩된다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 채널A

그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숨통트임론(약 6조원 규모), 20만 가구에게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서울형 기본소득제, 0~5세 사이 아동에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아동수당 등도 공약으로 걸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5일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에 100층 이상의 랜드마크와 수색에 제2의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건설하겠다는 선심성 공약도 걸었다. 그 전날인 14일에는 친환경 2층 전기버스 700대 도입까지 공약했다.

임기 1년이 조금 넘는 재보궐선거인데, 마치 대선이라도 출전하는 듯 거창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공약을 내세우려면 그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걸 간과하면 과거 이명박의 747(연간 7% 성장, 1인당 GDP 4만달러, 7대 강국 진입)공약이나 임기 내 주가지수 5000간다는 허풍과 다를 게 없어진다.

그럼에도 나경원 전 의원은 공약을 제시해놓고는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고려를 해보지 않은 듯하다. 같은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지난 19일 나경원 전 의원과 벌인 양자토론에서 "나경원 후보 전체 공약을 살펴보니까, 예산이 15조에서 17조원 더 들더라. 서울시 전체 예산이 얼마인지 아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42조 원이었고, 추가경정 예산까지 합쳐 47조 원을 썼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은희 구청장은 "특별회계와 일반회계가 중복되면 순수예산은 35조원"이라며 "35조 중에 교육청과 자치구에 가는 예산 9조를 빼면 26조가 남고, 그 중 13조원은 복지비로 쓴다. 나머지 13조원으로는 (서울시 공무원들)월급도 주고, 공원도 만들고 도로도 고치고 한파대책 등도 마련하는데, 나머지 17조 예산은 도대체 어디서 가져오는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혹시 뚝딱뚝딱 어떻게 만드실 수 있으신 건가"라고 물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신환 전 의원이 4인후보들이다. 이 중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이나 오 전 시장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신환 전 의원이 4인후보들이다. 이 중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이나 오 전 시장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 /ⓒ 연합뉴스

이런 물음에 나 전 의원은 "(조 구청장이)계산을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조 구청장은 "나 후보는 공약의 전체 예산을 계산해보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었고, 나 전 의원은 "전체 예산은 계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구청장은 "그게 섬세하지 않다는 것이다. 독할지는 몰라도 섬세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조 구청장의 날카로운 지적에 나 전 의원은 "조은희 후보가 지난번 오세훈 후보하고 토론할 때랑 사뭇 다르다. 제가 보니까 확실히 1대 3(싸움)인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 조 구청장과 오세훈 전 시장, 오신환 전 의원 등 상대 예비후보들이 자신만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조은희 구청장의 반격은 계속됐다. 그는 나경원 전 의원의 '아동수당' 공약을 지적하며, "아동들한테 20만원씩 전부 주겠다고 했잖나. 지금 0세에서 5세 아동이 몇 명인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정확한 숫자는 제가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답했다.

여기에 조 구청장은 "그러니까 더 섬세하셔야 한다는 거다. 37만명에 20만원씩 주면 750억원이다.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하나"라고 물은 뒤, "나 후보 공약을 쭉보니까 정말 허경영이 될까봐 걱정된다"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조은희 구청장은 또 서울시내 출산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아동수당도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굉장히 필요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출산율이 급속도로 낮아져서 0.9도 안 된다"라고 하자, "서울시내 출산율이 얼마인지 아는가"라고 기습 질문을 던졌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아동수당을 공약으로 제시한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서울시내 출산율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는데, 나 전 의원은 "숫자 세세한 거는 그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잘 알면 되는 것"이라며 어물쩡 넘어갔다. /ⓒ MBC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아동수당을 공약으로 제시한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서울시내 출산율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는데, 나 전 의원은 "숫자 세세한 거는 그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잘 알면 되는 것"이라며 어물쩡 넘어갔다. /ⓒ MBC

이에 나 전 의원은 "0.9도 안 된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조 구청장은 "0.72인가 그렇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했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은 "알고 있다"라고 태연히 답한 뒤 "(조 구청장이)너무 숫자를 잘 아시니까 저거 하시면 되겠다"라며 "시장이 숫자를 정확히 아는 것도 좋지만, 그 숫자 세세한 거는 그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잘 알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 데이터를 거론하는 조은희 구청장은 실무자 역할하면 어울린다는 조롱섞인 답을 한 셈이다. 그러자 조 구청장은 잠시 언짢은 표정을 지은 뒤 애써 웃으며 "아~ 제가 실무자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약을 냈으면 그 공약에 소요되는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후보자가 갖춰야하는 기본 자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경원 전 의원은 "(공약에 소요될)전체 예산은 계산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숫자는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잘 알면 되는 것"이라며 어물쩡 넘어가려고 하는 모습이다. 

특히 '밑에서 일하는 실무자' 표현은 꽤 문제의 소지가 있다. 맨 윗선에서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잘 알고 있어야, 실무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 전 의원이 이런 태도를 보이면 보일수록, 자신을 향한 '나경영' '허경원' 프레임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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