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공소시효 임박 "죄수 불러 위증교사한 엄희준 기소해야"

임은정 검사에 수사권 부여 박범계 장관의 승부수?..한명숙 사건 재수사 박차 기대

"엄희준 검사가 진행하는 사건마다 위증 교사 사건이 터지는 중..직무배제 조처 시급"

[정현숙 기자]= 법무부가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연구관을 22일 서울중앙지검 검사 겸임으로 발령 내고 수사 권한을 부여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 감찰부에서 진행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감찰이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는 검찰 내부 비리 등 감찰 사건을 조사하고, 서울중앙지검 검사 자격으로 수사는 물론 기소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임 검사의 겸임 발령을 두고 조중동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불법정치자금 수수사건'으로 지칭하면서 익명의 검찰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여권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슈화하기 위해 한명숙 사건 재수사를 노린 포석이라고 했다.

그러나 임 검사는 이번 인사 전에도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수사권 부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한명숙 사건은 감찰 필요성이 없다며 번번히 거부했다고 한다. 마침내 박범계 장관이 임 검사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임 검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줄곧 검찰 감찰직 공모에 지원했으나 불발됐다. 그런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원포인트 인사로 감찰관 발령을 내면서 뜻을 이루었다. 임 검사는 그동안 비위 정황과 관련해 전직 검찰총장 등 전·현직 검찰 간부에 대해 감찰을 요청하거나 경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매번 기각을 때리고 묵살했다.

보도에 따르면 임 검사는 "한명숙 총리를 구속시키기 위해 감방에 있는 죄수들을 불러다 허위 증언 연습까지 시킨 수사팀의 엄희준 검사 등을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기소하고 공소 유지까지 맡겠다”라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고 한다.

임 검사는 법무부로부터 수사권을 부여받은 이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전히 첩첩산중이지만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감찰 업무를 담당하는 대검 연구관으로서 이례적으로 수사권이 없어 마음고생이 없지 않았는데, 어렵사리 수사권을 부여받게 됐다"라며 "다른 연구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수사권이지만 저에게는 특별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한편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공소시효가 오는 3월 22일로 약 한 달 밖에 안 남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은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여 동안 한명숙 사건을 조사한 후 엄희준 검사 등의 모해위증교사와 관련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제 박범계 장관이 임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한 만큼 한명숙 사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용민 평화나무 재단이사장은 23일 SNS에서 "이 공작의 주역은 엄희준 검사로 간주된다"라고 했다. 그는 "한명숙 전 총리를 뇌물수수범으로 만들기 위한 검찰의 공작...1차는 한만호 씨에게 이뤄졌다. 한만호 씨는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준 사람으로 검찰에 의해 포지셔닝됐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만호 씨는 처음에는 압박하는 검찰에게 투항했지만 1심 재판 과정에서 이실직고 했다"라며 "한 전 총리에 돈 줬다는 것은 검찰 진술은 거짓말이라고. 결국 1심에서 한 전 총리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검찰은 낙담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가혹행위 수사를 자인하는 셈이니까"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한만호와 감옥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을 동원해 '한만호가 실은 한명숙에게 뇌물줬다고 하더라'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물론 이 역시 검찰 공작이었다"라고 짚었다.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페이스북에서 "여러분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위증 교사 의혹의 공소시효가 3월 22일 끝나는 것 알고 계십니까"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사실을 놓치고 있다. 급히 이 내용을 정리해 여러분께 알려리니 곳곳에 퍼뜨려주시면 감사하겠다. 각 커뮤니티에 댓글을 써달라. 엄희준 검사를 3월22일까지 기소하라!”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고 한만호 씨의 위증 교사 폭로에 이어 같은 구치소에 있었던 한은상 씨 등은 '엄희준 검사'실에서 모든 위증 연습 등이 이루어졌다고 폭로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중이지만 아직 정식 수사로 전환된 것인지 알 수 없고, 심지어 엄희준 검사 등을 기소할 수 있는 공소시효도 이제 딱 한달 뿐이다"라며 "엄희준 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동훈만큼 아끼는 측근다. 그래서 어쩌면 엄희준 검사는 기소도 피하고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모해 위증 의혹은 영원히 역사 속에 묻힐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 역시 한명숙 사건에서 엄희준, 양석조, 임관혁, 신응석 검사 등 관련 인물들의 악행을 낱낱이 기억하고 글과 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한 전 총리를 억울하게 옥살이 시킨 것을 후회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죽음을 검사들이 짜고 친 한편의 연극판과 다름 없었다고 돌이키고 비판했다.

한만호 전 대표가 오랫동안 검찰이 던져줄 자신의 가석방과 사업체 회복이라는 전리품에 대한 기대와 양심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불의의 재물이 되어 생을 마쳤다는 내용이다.

이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2010년으로 되돌아가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쑥덕거리며 대본을 준비한다. 한만호에게 리허설을 시키고 또 쑥덕쑥덕거린다"라고 모해위증교사의 전조를 알렸다.

그는 "사냥의 몰이꾼이 된 것을 괴로워하던 한만호는 2010. 12. 20. 공판기일에서 검찰에서의 진술을 바로 잡는다"라며 "두 달 후 임관혁, 신응석, 엄희준, 양석조 검사는 위 증언을 탄핵하기 위하여 동료수감자였고 당시는 출소해있던 (다른 수감자) 김모를 무대에 세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김모는 경계심을 내려놓고 특수1부로부터 청부받은 역할을  KBS와의 인터뷰에서 떠벌떠벌 말했고, 진실이 김모의 가벼운 혓바닥으로부터 새어나온 것이다"라고 한명숙 사건의 위증교사가 검사들이 내세운 죄수에 의해 역습당한 것을 꼬집었다.

<엄희준 검사의 이력>

-올해 48세. 한동훈과 동갑내기. 윤석열의 최측근으로서 지난해 윤석열이 추미애 장관에게 특별히 자신 옆에 두려고 인사청탁했던 인물.

-2010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2부를 드나들며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불러온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사건과 조작 사건으로 의심되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다룸. 어린 나이 때부터 검찰이 어떻게 하면 권력의 실세를 마음껏 요리할 수 있는지 배운 것.

-특히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는 수사와 공판 모두 본인이 직접 활약. 한은상씨 등은 엄희준 검사실에서 중요참고인들이 모여 위증 연습 등을 강요당했다고 폭로.

-2016년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등에서 한동훈과 함께 일함. 2019년 8월 대검 수사지휘과장을 역임하며 두루 꽃보직을 거침.

-2020년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장으로 재직하며 라임사건을 수사. 김봉현 구속. 김봉현은 "강기정만 잡자며 위증을 강요당했다"라며 뒤늦게 폭로. 엄희준 검사가 진행하는 사건마다 위증 교사 의혹 사건이 터지는 중.

-엄희준 검사는 현재 창원지검에서 부장검사로 재직중. 직무배제 조처가 시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