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저는 언제나 한결 같은 사람이 좋습니다. 한결같다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이 같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사귐에 있어 처음에는 없는 간도 빼 줄 것 같이 살갑게 대하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 무엇이 틀렸는지 뒤돌아서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다 미어집니다.
 
물론 그런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무언가 서운했거나 아니면 이쪽에서 인간적인 약점을 보여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쪽에서 아닌 꼴을 보였거나 섭섭한 일이 있으면 말을 해야지 말 한 마디 없이 돌아선다면 그건 참 인간적으로 못할 짓인 것 같네요.
 
어느 분의 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오늘 목마르지 않다 하여 우물물에 돌 던지지 마라. 오늘 필요하지 않다 하여 친구를 팔꿈치로 떠밀지 마라. 오늘 배신하면 내일은 배신당한다. 사람의 우수(優秀)한 지능은 개구리 지능과 동률을 이룰 때가 많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까맣게 잊듯 사람들도,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도움 주었던 사람들을 까맣게 잊고 산다.
 
그러다가 다시 어려움에 처하면 까맣게 잊고 있던 그를 찾아가 낯 뜨거운 도움을 청한다. 개구리와 다를 것이 뭐가 있는가? 비 올 때만 이용하는 우산처럼 사람을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배신해 버리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우물물을 언제고 먹기 위해서는 먹지 않는 동안에도 깨끗이 관리해 놓아야 하듯이, 필요할 때, 언제고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필요 없는 동안에도 관계를 유지시켜 놓아야 한다. 지금 당장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관심하거나, 배신을 하면 그가 진정으로 필요하게 되었을 때 그의 앞에 나타날 수가 없게 된다.
 
포도 알맹이 빼먹듯 필요할 때만 이용해 먹고 배신해 버리면, 상대방도 그와 똑같은 태도로 맞선다. 내가 등을 돌리면 상대방은 마음을 돌려버리고, 내가 은혜(恩惠)를 저버리면 상대방은 관심을 저버리며, 내가 배신하면 상대방은 아예 무시하는 태도로 맞서 버린다.」
 
사람의 마음이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지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진실하고 한결같은 마음뿐입니다. 한결같은 사람이 좋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같습니다. 말을 잘 하지 않아도 착한 눈웃음에 정이 가는 사람이 좋은 걸 어떻게 합니까? 마음이 힘든 날엔 떠올리기만 해도 그냥 마음이 편안하고 위로가 되는 사람 어디 없나요?
 
세상 풍파에도 쉽게 요동치지 않고, 늘 변함없고 한결같은 사람, 그래서 처음보다 알수록 더 편한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한결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사람이 오래 한결같으려면 서로 구하는 것이 없어야 합니다. 서로 바라는 것과 구하는 것이 있으면 이야 오죽 좋겠습니까? 그래서 사람의 사귐에 있어 바라고 구하는 바가 없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최소한 떠나가지는 않겠지요.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의 일화가 아마 한결같은 사람의 전형이 아닐까요? 1950년 미국 뉴욕의 사우스브롱크스에는 가난한 이민자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그들 중에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의 아들인 흑인 소년 콜린도 끼어 있었습니다. 그의 집은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에 스스로 용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르바이트는 자리가 다 차서, 생각처럼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그의 하루 일과는 매일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나오지 않았나하고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콜라 공장에서 여름 동안 바닥을 청소할 사람을 구한다는 전단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는 용돈을 벌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곧 바로 지원했습니다. 그가 하는 일은 인부들이 바닥에 흘린 콜라를 깨끗하게 닦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혼자서 큰 공장 전체의 바닥을 닦는 일은 여간 만만하지가 않았습니다.
 
한 번은 50개의 콜라 병이 들어 있는 상자가 넘어졌습니다. 순식간에 바닥은 유리 파편과 콜라가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치울 생각은커녕 모두들 나 몰라라 하며 그냥 지나칠 뿐이었습니다. 콜린이 몇 시간 동안, 혼자 쭈그리고 앉아 유리 조각을 줍고, 바닥을 닦아낼 때도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콜린은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덕분에 다음 해 여름에 다시 채용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다음 해 여름, 콜린이 콜라공장을 찾아갔을 때는 책임자는 바닥 청소대신 음료주입기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끝날 무렵 콜린은 음료주입 팀의 부책임자로 승진했습니다. 그 모든 것은 콜린이 보여준 성실과 한결같음 때문이었습니다. 어른이 된 콜린은 콜라공장에서 일할 때 얻은 교훈이 자신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 소년이 바로 미국의 정치가로 유명한 콜린 파월(Colin Luther Powell)입니다. 그는 이런 성실함과 한결같음으로 1989년 미국 역사상 최연소 합참의장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2001년에는 흑인 최초로 국무장관 자리를 지냈습니다.
 
사람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원인 중에 첫째가 한결같음이고. 둘째가 성실함입니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가난한 사람일지라도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한결같음과 성실함은 진리께서 주시는 성공의 기회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성실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누구 한사람 알아주지 않아도 최선을 다했던 사람들입니다.
 
모든 일은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집니다. 어떤 일에서나 한결 같으면 누군가 나를 지켜봐 주는 것입니다. 얄팍한 사람은 결코 인간관계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한결같은 사람만이 인생에 모든 기회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교만(驕慢)이 많으면 사람을 잃고, 겉치레가 많으면 진실을 잊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잃으면 세상을 버림이요, 진실을 잃으면 자기를 버리는 것과 마찬 가지입니다. 인조견(人造絹)은 결국 비단행세를 못하는 법입니다. 왜냐하면 거짓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진실은 천지도 없앨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의 아닌 꼴을 많이 봐와서 이제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것이 신조가 되었네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2월 11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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