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저지르면 의사면허 박탈' 의료법 개정 취지에는 동의하는데, 통과 시기에 문제가 있고 또 과하면 안 되고…
안철수 "왜 지금 의료법 통과시키냐" 김종인 "왜 지금 의사 심기 거스르느냐", 둘의 입장은 정말 겹친다.
사안마다 계속 모호한 입장, '간보기'는 안철수를 상징하는 단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그의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10년째 외치는 '새정치' '혁신'의 정체는 무엇일까? 박근혜 '창조경제'처럼?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변호사 등 전문직종들의 자격 요건에 있어 형평성이 맞아야 해 (의료법 개정 방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한창 코로나19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고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데, 왜 지금 이 시기에 이런 것들을 급하게 통과시켜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다"→ “의료법 개정 취지에 찬성한다. 그러나 (의사에게) 지나치게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과잉제재 요소가 있다면 법안 심사과정에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의료법 개정안' 관련 입장)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여당 차원에서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의사들만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까지 볼모로 잡아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반발하고 있어 여론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미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다른 전문 직종들은 이미 같은 기준을 적용받고 있는 만큼, 당연히 의사들에게도 같은 윤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서다. 그들에게만 특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의료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의석만으로도 통과가 확실시된다. 여기서 많은 사안에 대해서 늘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반응은 어떠할까? 그는 지난 24일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 법안 방향에 대해선 "동의한다"면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데, 왜 지금 이 시기에 이런 것들을 급하게 통과시켜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라며 왜 지금 통과시키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가 이처럼 시기를 문제삼은 데 대해,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왜 지금 의사 심기를 거스르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쏙 빼닮은 주장"이라며 "(서울시장 후보)보수 단일화를 앞두고 김종인 위원장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모두 틀렸다"라고 지적했다.
강병원 의원은 의사면허 결격사유를 강화하는 법안은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논의된 일이라고 설명하며, 당시 여야 정당들 모두 이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해왔음을 지적했다. 20대 국회 당시 옛 국민의당에서도 발의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철수의 새정치, 여전히 놀랍기만 하다"고 힐난하며 "부디 'MB 아바타 안철수'가 '최대집 아바타'는 아니길 바란다. 서울시민은 절대 최대집 아바타를 시장으로 뽑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대표를 의사협회 회장인 최대집 회장의 아바타로 비유한 것이다. 최대집 회장의 경우 과거 박근혜 탄핵 반대시위에 앞장선 바 있으며, ‘자유통일해방군’이나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와 같은 골수 박근혜 추종단체들의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한 전력이 있다. 게다가 해방 직후 활동한 반공단체로서 수많은 양민들을 학살하는데 앞장섰던 ‘서북청년단’의 계승까지 외친 전력도 있어 그에 대한 거부여론이 상당하다. 그러니 그를 간판으로 내세운 의사협회 이미지가 당연히 좋을 리 없다. 그래서 그를 '제2의 전광훈'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안철수 대표는 다음날 자신의 발언을 일부 수정했다. 그는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권의 행태상 어떤 숨겨진 의도가 있는지 궁금해한다"며 법안 통과 시기를 여전히 문제삼으면서도 "의사를 비롯해 사회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이 그 일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정도의 죄를 지었다면 그 일을 계속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의료법 개정 취지에 찬성한다고 했다. 이 말만 들으면 법안에 찬성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안철수 대표는 또 전제를 달았다. 그는 "의사는 고위공직자처럼 사회의 공적 역할을 담당하거나 독점하는 직업이 아니"라면서 "(의사에게) 지나치게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과잉제재 요소가 있다면 법안 심사과정에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입장을 요약하면 의료법 개정안 취지에는 찬성하는데 시가상으론 문제가 있고, 또 과잉제재 요소가 있다면 문제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찬성이면 찬성이고, 반대면 반대 의사를 명백히 밝히면 간단한 일임에도 자꾸 '시기가 문제있다' '과잉제재 가능성이 있다'며 자꾸 전제를 단다. 찬성인지 반대인지 모호하다.
안철수 대표 측은 <MBC>에 "지금 법안 처리엔 반대한다는 뜻"이라며 계속 전제를 달았다. 안 대표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들(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이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나경원 전 의원 제외)은 명확하게 의사협회를 질타하는 입장을 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거나 아니면 시간이 꽤 지난 뒤에야 밝히는 안철수 대표를 오래전부터 상징하는 단어는 '간 보기' 이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의 위상이 지금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던 지난 2012년부터 그에게 '간철수'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 안철수 대표가 정계 입문 이후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라고 짚기도 했었다.
안 대표는 또 "여당도 나쁘고, 야당도 나쁘다"며 가운데에서 양비론적인 입장을 취하는 일이 매우 흔했다. 그가 지난 2017년 대선 이후 꺼내든 건 '극중주의'였다. 그는 '극중주의'를 발표하면서 "정말로 치열하게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일들에 매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중도를 극도로 신념을 가지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4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그 구체적 내용과 실천방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극중주의'보다 더한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가 있다. 안 대표가 거의 10년째 늘 외치는 '새정치'와 '혁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박근혜가 과거 외쳤던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누구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듯 말이다. 이렇게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정부여당과 이에 반발하는 의사협회 사이에서도 '가운데' 위치에 서는 것, 이것이 그가 강조해오는 '극중주의'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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