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죽음으로 모두 끝나버린 사건..상상도 못 할 충격적 증언과 이어지는 반전 스토리

"김재련 변호사는 대중에게 여비서의 주장을 확대·왜곡 없이 얼마나 제대로 전달했나?"

[정현숙 기자]=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서울시청 출입기자로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마지막 2년 7개월을 지켜봤다. 그는 촘촘한 반전으로 끌어낸 '비극의 탄생'으로 다시 이 비극의 서사를 '진실의 저울대'에 올려놨다.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비극의 탄생'은 손병관 기자가 기사로 보도하지 못한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정밀한 사건 취재기록으로 충격적 반전이 이어진다. 손 기자는 지난 6개월간 무려 50여 명의 전현직 서울시 직원들을 만나 이 사건을 추적했다.

이 책은 박 전 시장의 고소인 측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의 주장으로 지난해 우리 사회를 휘몰아쳤던 언론 보도의 불공정한 이면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김 변호사는 박원순 전 시장 6가지, 서울시장 동료 직원들 6가지 등 총 12가지를 혐의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 진술의 반전이 담겨 있다.

정철승 광복회 고문 변호사는 15일 SNS를 통해 "책 표지에 '금기와 성역에 도전한다'고 쓰여 있길래 '박 시장 사건을 취재하는 것이 무슨 금기와 성역일까?' 의아했는데, 대충 읽어 보니 박 시장이 아니라 피해자(고소인)때문에 금기와 성역이 되었다는 의미인 듯 하다"라고 썼다.

이어 "도대체 얼마나 압박이 심하고 답답했길래 취재기자가 기사가 아닌 책을 쓸 생각을 했을까 싶어서 기가 찼다"라며 "손병관 기자는 극도의 스트레스로 현재 만성신부전 말기(5기)의 중환자가 되었다고 한다. 콩팥기능이 상실되어, 이틀마다 4시간씩 인공투석기에 의존해야만 생명이 유지되는"이라고 손 기자의 건강 상태를 전했다.

전 한겨레 신문 허재현 기자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여비서 사이 있었던 일에 대해 김재련 변호사는 대중에게 얼마나 정확한 내용을 전했을까?"라며 "김재련 변호사의 애초 주장과는 상반된 증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핵심 부분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올렸다.

무릎 호, 여비서가 먼저 요구했다?

손병관 기자는 문제의 '무릎 호' 사건의 목격자를 어렵게 찾아냈다. 이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출석해 자발적으로 조사에 임했던 분이다. 김재련 변호사가 주장하고 언론이 대서 특필했던 '무릎 호' 사건이 왜 국가인권위 조사결과 전혀 인정되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나왔다. 목격자는 여비서가 먼저 “'시장님, 호 해주세요'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다음 내용은 목격자가 인권위에서 증언한 발췌 부분이다.

“나는 시장의 영상 축사를 만드는 일을 했다. 영상 촬영을 준비하려면 10~20분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데스크 비서 2명의 간단한 보고를 하기 위해 집무실에 들락거리곤 했다. 여비서가 시장에게 보고하면서 ‘저 다쳤어요’라고 먼저 말했더니 시장은 ‘왜 그래요? 어쩌다가 다쳤어요?’라고 답했고, 여비서가 ‘여기에 호 해달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이게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시장 사망 후 기자회견 기사들을 보고 ‘아, 이건 분명히 여비서가 먼저 해달라고 한건데 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손톱도 여비서가 먼저 보여주었다?

손병관 기자는 문제의 ‘네일아트 손톱 접촉’ 사건의 목격자를 어렵게 찾아냈다. 놀랍게도 목격자는 서울시를 오랫동안 출입한 현직 기자다.

“2017년 3월께 인터뷰 또는 면담을 하러 나 포함 기자 3명이 시장실에 들어갔을 때로 기억한다. 어떤 여비서가 자기 손톱에 네일아트를 했다고 자랑을 했다. 박 시장이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자 여비서가 손을 들어 시장 면전에서 손톱을 보여주면서 재차 자랑했고, 동료 기자 한명이 ‘요즘은 저런 거 갖고 뭐라고 하면 안된다. 다 개성이고 일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하자, 시장도 그제야 ‘예쁘네요. 어떻게 이런 모양을 내요? 요즘은 참 기술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칭찬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시장이 여비서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쓰다듬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성희롱이나 성추행 같은 부정적인 느낌도 없었다.”

박 시장의 문자메시지에 여비서가 ‘괜찮다’고 했다?

손병관 기자는 박원순 시장이 평소 여비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직접 목격한 서울시 직원을 어렵게 찾아냈다. 2017년 5월 여비서는 자신과 친한 선배 공무원에게 할 말이 있다며 상담 요청을 했고, 그 자리에서 여비서는 박원순 시장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여비서가 제게 하는 말이 ‘안희정 사건으로 시끄러운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할까봐 걱정된다. 시장이 나를 손녀딸처럼 예쁘게 생각한다는 것을 나는 아니까 괜찮은데’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보낸 문자메시지중) 제일 마음에 걸렸던 표현은 ‘OO 냄새 좋아 킁킁’. 또 하나는 업무지시 등의 별다른 이유 없이 밤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 그외 나머지는 친근감을 표현하는 메시지들이었다. (중략) 딱히 거슬리지는 않았다.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다른 사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본 사진은 다른 지인들에게도 보낸 적 있는 러닝셔츠 입은 사진이었다.”

공교롭게도 선배와 상담을 한 날 여비서는 박 시장에게 손편지를 썼다.

“더 나은 서울,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러 나가시는데 개인적인 마음으로 시장님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가까이서 챙겨드리지 못하고, 또 시장님께서 재미있는 농담을 해주시는 것과 셀카 찍는 일들을 한달 동안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아쉽고 슬퍼요. ㅜ.ㅜ”

손병관 기자는 이어 의문을 제기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첫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피해자(고소인)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 둘이 셀카를 찍자’며 집무실에서 셀카를 촬영하곤 했다. 그리고 그런 셀카를 촬영할 때 신체적인 밀착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018년 고소인의 자필 편지는 거꾸로 시장과 셀카를 찍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고 슬프다고 얘기했다. 셀카를 찍은 시장이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여비서가 먼저 ‘시장실에 남겠다’고 했다?

손병관 기자는 여비서의 전보 요청을 받은 공무원을 직접 찾아냈다. 그러나 이 공무원은 “여비서가 먼저 남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공무원은 자신이 들은 사실을 경찰에 그대로 진술했다.

“전보 얘기는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성 문제가 있어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상담이었다. 비서 일 자체가 새벽에, 주말에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다른 곳에 가고 싶다는 얘기였다. 데스크 비서가 두명이었는데, 잔디(고소인)가 일을 굉장히 잘 했고 한명은 계속 교체됐다. 그래서 ‘둘을 동시에 바꿀 수 없으니 네가 좀 더 있으라’고 얘기했다. 잔디는 다른 부서로 가고 싶은 의향이 있다는 정도였고, 얘기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남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다른 직원들도 그 정도의 얘기는 다 했고, 인사이동을 절실히 원하는 직원은 어떻게든 보내줬다.”

박원순 시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했다?

알려진 것처럼 박원순 시장은 자신이 여비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이 부적절하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스스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손병관 기자의 취재에서도 박원순 시장은 실종되기 전 날 공관 회의에서 “(여비서와) 4월 이전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박 시장은 그 이상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여비서가 문제를 삼으면 강하게 맞서 대응하려 했던 정황 역시 있었다. 손 기자는 책에서 이렇게 전했다.

“박원순은 고한석 비서실장과 마지막으로 면담할 때 ‘고소 사실이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사후에 들은 얘기지만, 박원순이 시장 사퇴 결심을 밝힌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2014년 11월 서울시 인권헌장을 제정할 때 ‘동성애 차별 반대’문구를 명시하려다가 개신교계의 강력한 반발에 중도 폐기한 적이 있다. (중략) 박 시장은 괴로워 했다. 어느날 새벽 측근에게 ‘사퇴할까’라는 문자를 보냈다.”

허재현 기자 페이스북
허재현 기자 페이스북

허재현 기자는 "김재련 변호사는 해명해야 한다"라며 "피해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증명되지 않는 성희롱 피해 현장이 존재할 수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 결과 ‘박원순 시장의 성적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언론은 피해자의 입장과 국가인권위의 조사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자신의 견해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련 변호사가 답해야 할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피해자의 입장은 늘 김 변호사의 입을 통해서만 대중에 전해졌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와 경찰에 출석해 조사에 응한 서울시 공무원들의 증언과 김 변호사의 설명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재련 변호사가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확대·왜곡해 설명한 것은 아닌가?"라며 "박 시장이 고인이 되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을 악용하여 의도적으로 대중의 판단이 흐려지도록 노력한 것 아닌가. 만약, 김 변호사가 피해자의 주장을 왜곡해 전달했다면 그것은 피해자를 도운 게 아니라, 되레 대중이 피해자에 대한 신뢰를 갖고 연대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기자는 "변호사법 24조의2항은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형법 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은 박원순 시장에게 조문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저에게 박 시장은 아직 망인이 아니다. 그의 삶 전체가 부정당할만한 일이 있었는지 저에겐 아직 확신이 없다. 이런 제 생각이 처벌과 비난의 대상이 될까?"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어느 누구에게서도 '당신과 비 맞아주겠다'는 말한마디 듣지못한 채 시신이 돼 하산한 당신, 얼마나 극심한 고독 속에 스스로 명 끊을 줄을 나무에 매달아야했을까..."라며 " 당신의 육신은 재가 돼 땅에 있지만 넋만은 살아서 당신이 지켜온 가치를 하나하나 회복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그 넋과 연대하겠다"라고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나중에 조문할 거다. 묘소에 가서 위로주 한 잔 올릴 생각이다. 어떤 말을 할까 생각했다"라며 "고생 많으셨다, 아무리 선량하게 살아도 당신만큼은 못 산다, 한때 동지였던 자들의 흉악하고 잔인한 배신은 잊으시라, 유족들은 우리가 명예롭게 사시도록 돕겠다, 타인을 위해 스스로 불태우다가 마침내 번아웃된 당신, 이제 편히 쉬시라..."라고 글을 맺었다.

관련기사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이념과 진영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들에 대해 사실에 입각한 해법을 찾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정기후원 하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