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을 권리’ 없는 서천군청 기간제 근로자...인권감수성 부재
서천군청사 미화원 휴게소 2평 공간서 수십 년 째 ‘외면’

계단 밑에 2평도 안 되는 비좁은 미화원 휴게실 공간 모습.Ⓒ뉴스프리존
계단 밑에 2평도 안 되는 비좁은 미화원 휴게실 공간 모습.Ⓒ뉴스프리존

[서천=뉴스프리존]이진영 기자= 충남 서천군 청사 미화원의 휴게실이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알려지면서 ‘인권감수성 부재’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수십 년째 외면해왔던 청사 미화원의 휴게실 문제가 확산되면서 지역 내 공공시설 등 필수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점검과 함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실제 서천군청 청사 미화원의 휴게실은 본관 앞 계단 밑에 2평도 안 되는 비좁은 공간의 온수 보일러실로 화장지, 세정제, 청소용품 등이 보관되고 있었다.

청사 미화원은 수십 년 동안 이 같은 공간에서 씻지도 못하고 휴식시간을 보내야 했다.

위생은 물론 건강까지 헤칠 수 있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무관심으로 외면해왔던 것이다.

◆‘씻을 권리’...그리고 ‘보이지 않는 계층’

서천군 청사 미화원의 경우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근무하고 있다.

남성 미화원의 경우 서천군청 주차장 컨테이너에서 휴게시간을 보내고, 여성 미화원의 경우 온수 보일러실이 있다.

보일러실 바로 맞은편에는 샤워실 등이 갖춰진 당직실이 있고, ‘사용하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또, 가로 청소와 쓰레기불법투기감시원에도 여성 노동자들이 있지만 차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거나, 다른 업무용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면서 눈칫밥을 먹는 것은 예삿일이다.

이른바 ‘필수노동자’ 대부분 몸을 쓰는 일이라 땀을 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에게 ‘씻을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관련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쉽지 않고, 반영되기는 더더욱 어렵다.

이들에게 재갈을 물린 것은 ‘무관심’과 ‘보이지 않는 계층’의 존재다.

계단 밑에 2평도 안 되는 비좁은 미화원 휴게실 공간 모습.Ⓒ뉴스프리존
계단 밑에 미화원이 사용하는 휴게실 공간 모습.Ⓒ뉴스프리존

◆쓰고 버리는 ‘용도 폐기용’ 기간제 근로자

민주노총세종충남지역노조 서천군비정규직지회 한선이 지회장은 이러한 상황과 관련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려 노력했지만 집행부의 비협조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천군청 뒤편에 마련된 비정규직노조사무실을 이용하려고 해도 접근성 등의 거리문제도 있었고,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

가로 청소의 경우 1명의 여성 노동자가 있으나 샤워실 및 탈의실도 없어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현실’이다.

이 미화원은 “불법투기감시원에서 여성 노동자가 있다면서 쓰레기봉투를 직접 찢어 확인하는 업무에 샤워는 필수지만 관련 공간 등의 시설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한 지회장은 “불편한 것을 넘어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에 최소한 보장해야 할 것을 관련 이슈나 문제가 될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때우는 대책은 중요하지 않다”며 “무엇보다 무관심으로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천군 신청사에 반영됐다고 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관련 동선이나 편의성 등을 고려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천군의회 조동준 의원의 폐이스북.Ⓒ서천군청
서천군의회 조동준 의원의 폐이스북.Ⓒ서천군청

◆사회적 선행 과제 ‘전수조사’와 ‘무관심의 고정관념 씻어내야’

서천군의회 조동준 의원은 지난 8일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오늘 113주년 세계여성의 날이다. 군 청사를 관리하는 여성 미화원께서 쉬시는 휴식 공간을 직접 보게 됐다. 외면해왔던 우리의 현실을 반성하게 됐다”며 “그동안 외면했던 인권감수성 부재의 치부는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다. 좀 더 삶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정치에 자숙하게 된다”면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지금이라도,,,얼마나 다행이에요’,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해주신다면 얼마나 좋아 하겠는지요’ ‘잘 안보이는 곳을 보는 것이 관심이고 애정입니다. 속히 개선되기를 응원 합니다”라는 등의 댓 글로 관심을 보였다.

서천군공무원노조 신성용 지부장은 “관련 행정팀 면담을 통해 임시로 당직실 사용하는 것으로 우선 협의를 끝냈다”며 “군 청사 이전까지는 불편함 없도록 관심 갖고 챙겨 나가겠다. 아울러 산하기관 등 관련 사항 없는지 한 번 더 짚어 내고 개선책 등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복수의 군 관계자는 “임시로 당직실을 휴식공간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협의했고, 인사 관련 부서 등과 개선책 등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사의 경우 현재 인력운영 등에 대해 협의 중으로 관련된 인력구성 및 운영 등의 결정과 함께 근무환경도 점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역 내 공공시설 등 필수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점검과 함께 종합계획 등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편, 지난해 12월 경기도는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종합추진계획을 마련하고 ▲공공부문 휴게시설 관리규정 표준안 마련 ▲공공기관 휴게시설 전수조사 ▲제도 및 법령 개선 등을 통해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3월 성동구는 돌봄, 보육, 보건의료, 운송, 공동건물 관리 청소 종사자 등 ‘필수노동자 실태조사 및 지원정책 수립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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