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여권의 누가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가 말못하도록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인가"

"'피해호소인' 지칭한 의원들(남인순·진선미·고민정) 징계해 달라"

"그분(박원순)의 '위력' 세상 떠나고도 여전"

[정현숙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했던 여비서 A 씨가 17일 "저의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상처준 정당(더불어민주당)에서 시장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라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사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고소인 A 씨가 얼굴 전면을 가린 채 17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SNS
사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고소인 A 씨가 얼굴 전면을 가린 채 17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SNS

지난해 A 씨의 1차 기자회견이 있던 날은 시일을 늦춰달라는 유족들의 애타는 만류에도 기어이 고인의 발인일에 강행했다. 이날 8개월 만에 진행한 기자회견도 공교롭게도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발표일이다.

이날 오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로 일했던 A 씨는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이 서울 모처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직접 발언에 나섰다.

A 씨는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계기가 묻혔다고 생각한다" "박 시장의 죽음으로 용서위한 절차를 잃었다" "그분의 위력은 세상 떠나고도 여전" 등 작심한 듯 민주당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안경을 착용하고 하얀색 마스크에 긴 머리 등으로 얼굴 앞면을 가려 모습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기자회견 보도를 접한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소인 A 씨의 발언을 접하면서 "역시나 여성단체와 여비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네"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언론 매체들은 국가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일부 행위에서 성폭력이 아닌 언어적 성희롱으로 결론냈음에도 최종적인 법적 판명도 나지 않은 미완의 사건을 망인과 가족은 아랑곳없이 한결같이 고소인이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성폭력 피해자라고 기사를 냈다.

A 씨가 발언하는 내내 취재진들의 휴대폰이나 카메라에는 메모한 쪽지가 붙었다. 철저하게 촬영을 막는 등 보안을 위해서다. A 씨는 "위력 성폭력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후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흐느끼거나 울먹였다.

그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를 짚어주지 않았다"라면서 "민주당에서는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칭했던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도 사과와 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했다. 고소인을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한 민주당 의원은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 등이 있다.

A 씨는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저의 피해사실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고 투표율 23%의 당원투표로 서울시장에 결국 후보를 냈고, 그리고 지금 선거 캠프에는 저를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라면서 "저는 (그들이)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그리고 후속적인 조치가 있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흔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그리고 제가 지난 1월에도 남인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분으로 인한 저의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다"면서 "저는 남인순 의원이 반드시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는 아무런 징계가 없었다.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A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차 가해를 멈춰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그분(박원순)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라면서 “여전히 의심하고 비난하는 행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죽음으로 용서 절차 잃었다'는 A 씨의 발언을 두고 SNS 상에는 최종적으로 법적 판명난 것이 없음에도 지금까지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가 한 말 중 고인을 능멸하는 가장 악랄한 발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아울러 공무원 신분의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가 직접 '보궐선거' 라는 발언을 한 것만으로도 A 씨와 여성단체의 선거개입이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한 법률적 범죄의 요건도 성립되지 않은 사안을 마치 범법 행위를 자행한 파렴치한으로 박원순 시장을 매도하는 행위를 멈추라는 비판도 나왔다. 또 A 씨의 발언 중 "그분의 '위력' 세상 떠나고도 여전"을 두고서도 가당찮다는 시선이다.

허재현 기자는 이날 SNS를 통해 "대체 여권의 누가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가 말못하도록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인가"라며 "민주당이 겉으로는 피해자에게 위로를 보내는 입장문을 내고, 뒤에서는 전화나 기타 압박으로 피해자를 괴롭혀왔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저희 언론인들도 가만 있지 않겠다. 천인공노할 2차 가해다"라며 "그러나 피해자께서도 이렇게 두루뭉술 주장하지 말고 명확히 말하셔야 한다. 그래야 일반 대중이 피해자에게 신뢰를 두고 연대한다. '명확하게 말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2차 가해일 수는 없다"라고 못 박았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페이스북에서 "박원순 시장 고소인이 '상처 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면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두려움'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기자회견의 의도가 무엇인지 대략 감 잡으셨을 겁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의 발언처럼 A 씨는 8개월만에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뚜렷한 피해 증언이나 추가적인 물증 제시는 없이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해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급속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의 의도를 짐작하게 했다.

국민의힘에 기울은 여성단체 등이 고소인을 앞세워 선거판 흔들기로 의심되는 정치적 발언대로 이용한 듯하다. 따라서 20여 일 앞둔 4·7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노림수라는 소리도 나온다.

다음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대독한 피해자 입장문.

더 늦기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번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더라도 제가 온전히 감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직면하게 될 상황을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 그들의 이념 보호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뉴스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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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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