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된 현대판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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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된 현대판 ‘주홍글씨’
  • 최자영
  • 승인 2021.03.17 19: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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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성희롱법 간에 존재하는 궤리는 보수 개정되어야 한다

<주홍 글씨>는 미국 소설가 나타니엘 호돈의 대표작으로, 1850년 발표되었다. ‘A’로 쓰여지는 낙인의 ‘주홍 글씨’는 인간을 얽매는 사회적 굴레이며, 17세기 미국 청교도들의 위선을 뜻한다. 청교도 목사 딤즈데일은 헤스터와 이른바 ‘간음’을 범하고, 간음혐의로 재판받는 헤스터는 간음한 대상 남성이 누구인지를 끝까지 밝히지 않는다. 겉으로는 거룩한 개신교 목사로 행세하지만 속으로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댐즈데일은 숨을 거두기 전에 사실을 밝히게 된다.

사진출처:  서울=뉴스1 (2021.3.17)
사진출처: 서울=뉴스1 (2021.3.17)

그로부터 약 두 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에서 현대판 ‘주홍글씨’가 ‘성인지 감수성’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다. 이 현대판 ‘위선’에서는 여성(혹은 드물게 남성)의 역할이 전도되었다. 헤스터는 평생 주홍글씨를 달고 살면서도 상대를 보호하려는 희생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적어도 양자의 관계는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판 ‘주홍글씨’에서는 직장 내 성폭력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고발하고 나섰고,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 강요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현대판 ‘위계에 의한 강요’로서의 성폭력은 호돈의 주홍글씨와는 다른 맥락에 있으나, 청교도적 금욕을 요구하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금욕의 잣대가 또 다른 ‘주홍글씨’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욕의 사회적 요구가 만들어내는 ‘전도된 현대판 주홍글씨’의 낙인이 위선을 부추기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일방적 강요’라는 개념에서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다. 하급자는 성폭력에 대해 바로 반발을 할 수도 있고, 또 직장 자리 생각해서 다소간은 수용하고 인내할 수도 있겠다. 후자의 경우 그 관계는 상급자가 하급자의 진의를 혼동할 수가 있고, 그런 경우 쌍방의 관계는 ‘폭력’이 개재한 가해자, 피해자라기보다는 개인적 감정 차원으로 환원될 수가 있다.

이제 고인(故人)이 되어버린 박원순 시장은 살아생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지칭했다. 그가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내게 된 계기 중의 하나도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은 것이었다. 그런데 2018년 충남 전(前) 도지사 안희정이 ‘미투(나도 성폭력 피해자다)’ 폭로에 시달릴 때, 박원순은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여성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미투 운동은 용기 있는 영웅들의 행동”이다, “영웅들의 의지만 있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연대도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조하면서 “성희롱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결국) 성희롱, 성폭력 교육을 받는가가 중요하다.”고도 했단다.

여기서 고 박원순 시장이 놓친 것이 두어 가지가 있고, 바고 그것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실마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하나는 겉으로 위선은 할 수 있으나 인간 본성은 교육을 통해서 순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법제적인 것으로서, 성희롱은 결코 피해자의 관점에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안마다 물론 차이가 있겠으나, 분래 ‘성인지 감수성’이란 것이 객관적 증거가 없는 주관적 감정이므로, 자칫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에서 성희롱 사건은 주로 해고나 근로조건의 불이익과의 관련하에서 성립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성희롱에 관련된 법들이 일관성이 없고, 서로 괴리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성희롱이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전제로 하고있는 반면, 「여성발전기본법」과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성적 굴욕감과 고용상의 불이익 중 어느 한쪽에만 연루되어도 유죄가 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성적 굴욕감’ 혹은 ‘성인지 감수성’이란 주관적 감정을 빌미로 억울한 가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올가미로 작용할 수가 있다. 그래서 위 두 가지 법 규정은 「국가인권위원회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바, 성적 언동이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반드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과 연루되는 것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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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우파 2021-03-20 04:33:10
뉴스 프리존...
이런 언론도 있었군요..
최자영 기자...
남들이 다 맞다고 몰아가도... '아니다'고 말하는 언론.. 기자..
최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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