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안철수 단일화는 아직도 오리무중, 일단 安이 吳 제안 늦게나마 수용했으나

"안철수를 우리가 한 번 겪어봤잖나. 정말 끝까지 어려웠다. '후보 단일화'는 시너지 효과 만들려는 건데"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시도 당시, "혁신하라"고 해서 이해찬 비롯한 '대선 컨트롤타워' 물러났음에도
한 때 안철수와 함께 하다 '견원지간'된 수많은 사람들, 유성엽 "MB아바타 소리나 하고, 대통령병 걸린 것 빼고는"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박지희 아나운서 : 오세훈-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앞에서도 한참 얘길 했는데 우원식 의원님 어떻게 보시나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그 쪽당 사정이다 보니까 어떻게 될 거다. 이렇게 얘기할 건 별로 없는데요. 그 안철수 후보를 우리가 한 번 겪어봤잖아요? 2012년에? 아~~~정말 끝까지 어려웠어요. 끝까지~ 그러니까 후보 단일화라는 것은, 후보를 묶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려는 것인데 끝까지 침대축구같이 후보단일화를 하다보니까. 서로 도움이 되질 않는 거예요. 서로 막장드라마 비슷해가지고, 막장드라마는 사람들 보기에는 관심은 끌리지만 도움은 안 되는 거잖아요? (17일 이동형TV, 더-워룸 인터뷰 중)

오세훈-안철수 후보는 당초 17~18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진행, 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일 최종 단일후보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안철수 후보가 18일 늦게나마 오세훈 후보 측 제안을 수용했으나 아직 합의할 부분이 남아있다. /ⓒ 연합뉴스
오세훈-안철수 후보는 당초 17~18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진행, 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일 최종 단일후보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안철수 후보가 18일 늦게나마 오세훈 후보 측 제안을 수용했으나 아직 합의할 부분이 남아있다. /ⓒ 연합뉴스

오는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관련, 박영선-김진애 후보 간 범여권 단일화는 훈훈한 분위기로 매듭지어진 반면 오세훈-안철수 후보 간 야권 단일화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들은 당초 17~18일 이틀간 여론조사를 진행, 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인 19일 최종 단일후보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일단 예정 시일 내에 여론조사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결국 기호 2번 오세훈, 기호 4번 안철수 이름이 투표용지에 새겨지게 된다. 현재 단일화 마지노선은 투표용지 인쇄 하루 전인 28일까지 밀린 셈이다. 

투표용지 인쇄 전 단일화가 성사되면, 사퇴한 후보 기표란에 ‘사퇴’라는 글자가 새겨진다. 그러나 용지 인쇄 날까지 단일화가 불발되면 이후 한 쪽이 사퇴하더라도 투표용지에 '사퇴' 표기를 할 수 없어 '무효표'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힘들게 단일화를 한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자 안철수 후보 측은 이날 오전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긴급 입장문을 통해 "오세훈 후보 측 여론조사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후보 측이 "(두 곳의 여론조사 업체 중) 한곳은 '적합도'를, 다른 한곳은 '경쟁력'을 물어서 합산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하자, 이를 안철수 후보 측이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 측은 '유선전화 비율 10%'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무선전화 100%' 방식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 만큼 최종 합의에 이르진 않았다.

한편 양측의 단일화 협상과 관련,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밤 <이동형TV>에 출연 "그 쪽 사정이다 보니까 어떻게 될 거라고 얘기할 건 별로 없다"면서도 "안철수 후보를 우리가 한 번 2012년에 겪어봤잖나"라며 장탄식을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세훈-안철수 후보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난 2012년 대선 후보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정말 끝까지 어려웠다"며 장탄식을 했다. /ⓒ 이동형TV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세훈-안철수 후보단일화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난 2012년 대선 후보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정말 끝까지 어려웠다"며 장탄식을 했다. /ⓒ 이동형TV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협상 과정을 떠올린 것이다. 우원식 의원은 "정말 끝까지 어려웠다. 끝까지"라고 회상했다.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그해 11월 6일 단일화 회동을 통해 ▲새누리당 집권 연장 반대 ▲유리함, 불리함을 따지지 않는 단일화 추진 등에 합의했으나 그 이후에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해 11월 12일 단일화 협상팀이 가동되며 당시 범민주진영 지지자들은 '아름다운 단일화'를 다들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 뒤 안철수 후보 측이 갑자기 단일화 협상 중단 선언을 한다. 협상장에서 자극을 하고, 협상장에 '친노' 인사가 있었다는 이유 등에서였다. 그로부터 이틀 뒤 안철수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강도높은 쇄신을 요구하며 이해찬 당시 당대표,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의 사퇴 등을 사실상 요구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그해 11월 18일 민주통합당 당시 지도부(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시 최고위원들)가 총사퇴하며 자신들의 자리를 모두 내려놓는다. 그렇게 선거를 지휘할 컨트롤타워마저 없애면서까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 셈이다. 

그 다음날 안철수 후보 측에서 후보단일화 방식을 제안했는데, 시민 여론조사 50%와 각자 민주당 대의원·안철수 펀드 가입자가 참여하는 공론조사 50% 방식이었다.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의 지지층으로는 민주통합당 대의원을,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의 지지층으로는 안 후보의 후원자 및 펀드 참여자를 설정한 것이다.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측이 제안한 방식은 당연히 안 후보 측에 굉장히 유리한 방식이라 하겠다. 당시 민주통합당 대의원들 중 적잖은 비율이 '반노' 성향이라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것이 확실시됐다. 실제 당시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 중에는 안철수 후보 지지세력이 적잖았다.(실제 이 중 상당수는 안철수 대표 탈당 이후 그를 따라간 바 있다.) 반면 안철수 후보 측의 펀드참여자는 대부분이 안 후보의 절대 지지성향이라는 점이다. 100이라 치면 50은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것이며 나머지 50 중에서도 상당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2012년 18대 대선 한 달 전 후보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던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과 안철수 대표(당시 무소속 대선후보)의 모습. 그러나 아름다운 단일화는 성사되지 않았으며 정권교체 꿈도 물거품이 됐다. /ⓒ 연합뉴스
2012년 18대 대선 한 달 전 후보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던 문재인 대통령(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과 안철수 대표(당시 무소속 대선후보)의 모습. 그러나 아름다운 단일화는 성사되지 않았으며 정권교체 꿈도 물거품이 됐다. /ⓒ 연합뉴스

당시 단일화 여론은 매우 뜨거웠는데 이런 무리한 방식이 제안되며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단일화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인과 종교인 등이 양측이 낸 방안에 대한 절충안을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가 주장한 양자 가상대결 50%'와 '문재인 후보가 주장한 적합도 조사 50%'를 나눠 조사한 후 합산하는 방식을 제안했던 것이다. 즉 '양자 가상대결 50%+후보 적합도 50%'로 결론을 내자는 것이었다. 

해당 제안을 문재인 당시 후보 측에선 수용했으나, 안철수 후보 측은 '적합도' 대신 '지지도' 조사 방식을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반반씩 중재한 절충안에도 당시 안철수 후보는 더 많은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결국 안철수 후보 측은 그해 11월 22일 밤 '양자 가상대결 50%+후보 지지도 50%'를 최후통첩으로 걸었다. 그러나 양측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되자, 안철수 후보는 다음 날 저녁 갑자기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다. 그러면서 힘들게 키웠던 '단일화'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고, 정권교체의 꿈도 실패했던 것이다. 

우원식 의원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장탄식을 했던 것이다. 우 의원은 "정말 끝까지 어려웠다"라며 "후보 단일화라는 것은 후보를 묶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려는 것인데, 끝까지 침대축구같이 후보단일화를 하다보니 서로 도움이 되질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막장드라마 비슷했다"며 "막장드라마는 사람들 보기에는 관심은 끌리지만 도움은 안 되는 거잖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세훈-안철수 간)후보 단일화는 우리가 관여할 필요는 없지만, 하여튼 끝까지 가봐야 할 거 같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보이는 모습을, 우리가 해보니까 너무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만큼 안철수 대표에게 '질린' 정치인이 적잖다는 사례 중 하나라 하겠다.

실제 과거엔 안철수 대표와 정치적 뜻을 함께 했거나 혹은 같은 당에 몸담고 있었지만, 지금은 견원지간이 된 정치인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단편적 사례만 찾아봐도 현 국민의당이 아닌 옛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대표와 함께했던 많은 정치인들 중, 현재 안 대표의 곁에 있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이 그와 등을 돌린 상태다.

옛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대표와 함께했던 유성엽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초 안 대표를 겨냥 "어영부영 대통령 한 번 해봐야겠다는 대통령병에 걸린 것 빼고는 대통령을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라고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 JTBC
옛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대표와 함께했던 유성엽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초 안 대표를 겨냥 "어영부영 대통령 한 번 해봐야겠다는 대통령병에 걸린 것 빼고는 대통령을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라고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 JTBC

지난 2017년 대선을 지휘하며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 시도에 앞장섰던 박지원 국정원장은 그로부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제가 대단히 잘못했다. 왜 안철수를 지지했는가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유성엽 전 의원도 안철수 대표를 겨냥해 "이 바보가 'MB 아바타'라는 소리를 스스로 할 줄만 알았지 문재인 후보를 이겨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그 중요한 공약에 대해서는 외면을 해버렸다"며 "어영부영 대통령 한 번 해봐야겠다는 대통령병에 걸린 것 빼고는 대통령을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라고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안철수 대표가 당내 의견 수렴도 없이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 시도를 하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

그뿐 아니라 최근 들어 안철수 대표를 공개적으로 저격하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나 장진영 변호사(현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도 과거엔 안 대표와 같은 당 소속이었으며, 특히 장 변호사의 경우 한 때 최측근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안 대표와 뜻을 함께 하다 견원지간이 된 수많은 정치인들을 향해 "철수 맛봤다"라고 흔히 표현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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