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한 제보자들의 '설명'은 들을 생각도 않고 '식구'이자 '동생'인 검사의 이야기는 꼭 들어봐야 했나?"

한동수 "보안각서도 썼는데 소상히 보도, 법과 규정을 준수 않은 상황 목도"

최승호 "피의자 엄희준 불러 '설명' 하도록 한 검찰 간부들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악마와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민주진영은 멀었다"

"분노와 허탈감이 교차한다. 이제 공소시효 도과는 이틀 남았다"

[정현숙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당시 검찰 수사팀이 재소자들에게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위증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다시 심의하기 위한 회의가 19일 열렸지만, 최종 무혐의 결론을 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수사 당사자였던 엄희준 창원지검 부장검사를 불러 사실상 '일방적 해명의 자리'를 마련해 줬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표결에는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대검 부장 7명, 일선 고검장 6명 등 모두 14명이 참여해 이 중 10명이 재소자 김 씨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며 기소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은 기소 의견을 냈고, 다른 2명은 기권했다고 한다. 공소시효가 단 이틀 남은 김 씨의 무혐의 처리로 엄희준 검사 등도 불기소 처리된다.

이 사건은 임은정 대검 부장검사가 수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수사자료를 검토해 수사 검사팀의 위증교사 물증을 잡고 기소로 가닥을 잡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의해 철저히 방해를 받아왔음은 주지의 사실로 알려졌다. 그런데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역시 언론플레이 등으로 위법한 꼼수를 자행하고 있어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20일 페이스북에서 "회의 종료 10분 만에 결과가 보도됐다"라며 "고위검찰공무원 회의에서 법과 규정이 준수되지 않은 상황을 목도했다"라고 밝혔다.

한 부장은 "참석자들 모두 회의 결과를 외부에 누출하지 않기로 보안각서를 쓰자는 말까지 들은지라 감찰팀에게도 결과를 말하지 못하고 그저 수고했다고만 하고 퇴근했는데, 종료 10분 만에 소상히 특정 언론에 보도됐다"라고 전했다.

그는 "채널A 사건에서 내밀한 감찰정보가 특정 언론에 보도돼 깜짝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한 부장은 "감찰부장으로서, 고검장 등 고위검찰공무원 회의에서 법과 규정이 준수되지 않는 상황을 목도하고 보니 성실하게 윤리규정을 지키고 있는 일선 검찰공무원과 국민들께 검찰 직무의 바탕이 공정과 정의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지 참으로 민망하고 안타까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B검사의 출석 사실까지 보도됐는데 (사실이라면) 공무원의 경우 방어권을 어디까지 보장받아야 하는지, 권한과 책임은 함께 가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권리 이상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지적했다.

한 부장은 "어떠한 폭력 앞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진심은 차별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가슴에 새긴다"라며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할 일을 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가려 씨의 사례를 들어 검찰의 허위 증언을 만들어 내는 관행을 통렬히 비판했다.

그는 "대검 부장들과 고검장들이 모여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모해위증교사를 불기소한다는 결정을 내린 날, 서울 중앙지법에서는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조작으로 8년째 고통을 당하고 있는 유가려씨가 자신이 당한 허위자백강요 범죄를 증언했다"라고 했다.

이어 "국정원 수사관들은 유가려씨가 '오빠는 간첩'이라고 할 때까지 온갖 수단으로 고통을 줬다"라며 "유가려 씨는 담당 이시원 검사에게 '오빠가 간첩이라는 진술은 거짓이다'라고 했지만 검사는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묵살했다. 제가 담당 검사에게 '왜 묵살했느냐?'고 묻자 그는 '유가려씨가 진술을 번복한 것은 잠깐일 뿐이었다'고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국정원이나 검찰 경찰에서 허위 증언을 만들어내는 관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유가려 씨 사건의 국정원 수사관들은 어쨋든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사들은 다 무혐의로 달아났다. 기소를 하든 말든 제 맘인 조직에 속해 있다는 것 하나로 그런 특권을 누린다"라고 꼬집었다.

최 PD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을 기소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다루는 회의에 모해위증교사를 했다고 추정되는 수사검사 엄희준 창원지검 형사3부장도 나와서 '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 사건의 피의자 격이다"라며 "피의자를 불러서 이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하도록 한 검찰 간부들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검찰 조직의 특성상 형님 동생하는 관계의 사람들도 꽤 있었을 텐데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따스한 눈길로 안심을 주는 광경이 그려진다"라며 "당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들의 '설명'은 들을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식구'이자 '동생'인  검사의 이야기는 꼭 들어봐야겠다는 것이었을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처음부터 검찰 간부들에게 이런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게 무리였다싶다. 제 식구 감싸기로 눈이 먼 조직에 눈을 뜨고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한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수 작가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정치 검사들이 죄수들을 압박 동원하여 거짓 증언을 하게 한 악질적인 범죄를 자기 식구 감싸기로 버티고 있다"라며 "박범계 법무장관의 검찰지휘권 발동은 기소로 적극적으로 지휘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검찰에 다시 던지는 식이 문제를 꼬이게 했다"라며 "범죄 의혹이 있는 검사들을 검찰집단 자체에 맡기는 식이니 성사될리가 없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법무장관이 책임지는 태도가 아닌, 결과적으로 방기하는 식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또 "박범계는 이 문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정치 검사'들 기소하지 못하면 박범계는 죄인이 된다. 검찰 개혁 난항에 이르면서 정국은 위기에 빠진다"라고 경고했다.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 최동석 소장도 SNS를 통해 "악마와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며 "박범계는 아직 멀었다. 아니 민주진영은 아직 멀었다. 민주진영이 '부패한 친일독재진영'에 계속 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독일이 나치부역자들을 끝까지 찾아서 처벌하는 것처럼 공직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을 없애거나 아예 30년쯤으로 늘리면 되는데, 아직 친일독재진영의 반대로 그 일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180석으로는 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민주진영은 악마를 대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라며 "박범계는 수사지휘서에 이런 단서를 달았어야 했다. '이 지휘서의 문장에 단 한 글자도 빼거나 더하지 말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장식 변호사도 페이스북에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표적수사, 죄수들을 회유, 겁박하여 자신들의 공소장에 맞춤한 거짓 증언을 짜내는 반인권적 특수수사 방식, 그리고 퇴직 후의 부귀영화까지. 이들은 절대 반성하지 않는다. 반성하지 않는 권력은 잔인하게 폭주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후안무치는 기본값"이라며 "염치를 모르는 권력은 오만해진다. 검찰개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분노와 허탈감이 교차한다. 이제 공소시효 도과는 이틀 남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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