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슈팀] 정부가 지난 13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시장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한 모습이다.

다주택자들은 기대했던 것보다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인센티브)이 크지 않고, 대부분 혜택이 '8년 임대'에 집중돼 있는데 8년간 집을 묶어두는 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이번 방안에 당초 포함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공시지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이 빠지면서 강남권 다주택자들은 선택지가 하나 줄어버린 셈이 됐다. 이로 인해 강남권에서는 임대사업 등록을 고민하거나 매물을 내놓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17일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남·강북 지역 모두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방안 발표 이후 다주택자들의 문의가 별로 없고 매물의 증감 등 시장 분위기도 이렇다 할 변동이 없는 상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의향이 있는 사람들만 가끔 전화가 올 뿐 정부 방안이 발표된 지 사흘간 임대사업 등록을 문의하는 전화는 아예 없었다"며 "정부 발표가 임대사업 등록을 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동 중개업소 대표도 "다주택자들의 반응이 전혀 없다"며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라고 해도 팔지도 않을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권 중개업소들은 "다주택자들이 외곽 주택을 처분하고 '알짜 자산'만 남기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요즘 주요 단지들은 물건이 아예 없고 가격을 올린다 해도 사겠다는 사람은 줄을 섰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문의 자체가 없고 시장 분위기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도 않고 있고 '버티기'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정도 인센티브 갖고 임대사업 등록을 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많이 관망하는 것 같다. 정부의 남은 임기가 4년인데 '8년 임대'로 집을 갖고 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도권 지역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분당구 서현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다주택자들이 별로 임대사업 등록에 메리트를 못 느끼는 것 같고, 별 반응이 없다"며 "집을 매각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오히려 가격이 주춤해지면 매수하려는 의향을 가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분당구 정자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시장에서 감지한 반응이 전혀 없다"며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집값과 임대료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세금 좀 더 내는 일에 영향을 받겠는가. 차라리 1년에 세금을 얼마 더 내겠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서도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강남권 다주택자들의 경우 이번 발표 이후 오히려 증여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도차익이 큰 경우 증여가 절세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PB 관계자는 "대책 발표 후 다음 날엔 잠잠하다가 지난 금요일에 전화를 6~7통 정도 받았다"며 "다주택자들은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묻는 식의 문의가 대부분이었고 대부분이 고민하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남 다주택자들은 송파구, 강남구 물건 위주로 자녀에게 증여를 고민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PB 관계자는 "강남권 사람들은 공시지가 6억원 기준이 완화되지 않아 임대사업 등록 혜택에서 아예 빠져버린 바람에 선택지가 줄었다"며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집을 처분하고 '똘똘한 한 채'만 남겨서 갖고 가거나, 집을 팔지 않고 버티면 어떨지 고민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발표가 미뤄져 온 임대사업 등록자 인센티브 방안이 공개됐고 양도소득세 중과 시기도 내년 4월부터로 확정된 만큼 다주택자들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뒤 다음달 초에는 시장에 매물이 나오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사람들이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보다 지금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더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시간이 좀 지나 금리가 오르고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연초에 팔려는 사람들의 매물이 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이 매각, 임대주택 등록, 보유(버티기), 상속·증여 등 4가지 갈림길에 서 있는데, 이번 방안으로 투자가치가 낮은 주택을 중심으로 처분을 고민할 것 같다"며 "집값 하락 신호가 분명하고 보유세 인상 방침이 확정된다면 '팔자'로 선회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은행 원종훈 세무팀장은 "지금이 상당히 중요한 시기다. 가지고 갈지 매각할지 확실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매각하려는 사람들은 시장에 매물이 몰리기 전에 서둘러 매각하는 게 좋다"며 "보유한 주택을 장기적으로 계속 갖고 갈 계획이라면 임대사업 등록을 적극적으로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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