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그때 그 책임자가 다시 ‘제2의 용산참사’를 촉발할 개발 공약을 내세우고 후보로 나선 현실 끔찍"

오세훈 "용산참사는 임차인들 폭력 탓..민주당 "吳 망언, 국가 폭력이 빚어낸 대참사"

피해자들 "용산참사가 또 올 것만 같아 두렵다..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후보 사퇴하라"

[정현숙 기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달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에서 여섯 명의 시민이 하루아침에 사망한 용산참사에 대해 "서울시장으로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례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매우 폭력적인 형태의 저항을 진압하다가 생긴 참사"라고 규정했다.

4.7  보궐선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7  보궐선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아울러 “여러 번 죄송스럽다는 말씀들 드렸다”라면서 "이 사고는 과도한, 부주의한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 투입으로 생겼다. 그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영세상인이 밀집한 상가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외면한 채 거의 반강제적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던 데 대한 반성적 인식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 후보는 용산참사의 당사자로 전두환 정권이 5.18 광주 희생자들을 폭도로 만든 것처럼 그날의 희생자들을 일거에 폭도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오 후보는 앞서 기조연설에서는 "서울의 마지막 기회의 땅, 용산을 대한민국의 라데팡스로 만들겠다"라며 용산지역의 재개발 의지를 밝혔다.

오세훈 후보의 이같은 인식을 두고 <용산참사 유가족, 생존 철거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반성을 찾아 볼 수없는 오 후보의 모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피해자들은 "오세훈 후보의 인면수심에 치가 떨린다"라며 "두렵기까지 핟다. 12년 전 여섯 명의 시민이 하루아침에 사망한 용산참사에 대한 오세훈 후보의 발언에 온몸이 떨려온다"라고 극도의 분노를 표했다.

이들은 "오늘(3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임차인들의 과도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을 투입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참사의 본질이 철거민들의 폭력 저항이라고 말했다"라고 했다.

이어 "당시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가, 평범한 우리 가족들과 세입자들을 ‘도심 테러리스트’, ‘폭도’로 매도했던 끔찍한 시간이 다시 떠오른다"라며 "원통함에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던 355일의 고통이 후벼 파헤쳐지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용산참사의 본질이 세입자들의 폭력적 저항이라니?"라며 "책임을 떠넘겨도, 어떻게 희생자들에게 돌릴 수 있나. 살고자 올랐던 망루에서 주검이 되어 내려왔다. 왜 죽어야 했는지 이유조차 모르고 원통하게 죽었다"라고 했다.

이들은 "살아 남았다는 게 죄스럽다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다, 10년이 지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생존 철거민까지 있었다"라며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참사의 책임을 돌릴 수 있나? 얼마나 더 죽으라고 등 떠미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철거민 세입자들은 테러리스트도, 폭도도 아니다. 레아호프, 삼호복집, 무교동낙지, 공화춘 중국음식점, 153당구장, 진보당 시계수리점, 한강지물포… 동네에서 수년에서 수십 년 장사하던 임차상인들이었고,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대책 없이 쫓겨나는 것이 억울해 버텼더니, 돌아온 건 철거 용역 깡패들의 극심한 폭력과 모욕이었다"라며 '폭력을 피해 대화하자고 망루에 올랐다. 그렇게라도 해야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줄 줄로만 알았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절규를, 그렇게 잔인하게 진압하고 죽일 줄은 몰랐다"라고 비통한 심정을 밝혔다.

피해자들은 "철거민들의 저항이 ‘과도한 폭력’이었다고?"라며 "땅 부자, 집 부자, 투기꾼과 건설재벌들의 이윤 추구를 위해, 가족들과 땀 흘려 일궈온 생계수단을 빼앗으며,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잔혹한 개발 폭력만큼, 과도 하고 잔혹한 대규모 폭력이 또 있나? 그 잔혹한 대규모 개발 폭력을 자행한 오세훈 당시 시장이, 철거 세입자들의 ‘과도한 폭력’을 운운할 자격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용산참사를 부른 뉴타운 재개발 광풍의 시대로 역행하는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을 볼 때도 참담했다"라며 "게다가 그때 그 책임자가 다시 ‘제2의 용산참사’를 촉발할 개발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는 현실이 끔찍했다"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심지어 참사의 책임자가 본질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용산을 '서울의 마지막 기회의 땅', '100만 평의 선물'이라고 말하며, 용산 일대의 대규모 개발 공약을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2007년 당시 오세훈 시장은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을 포함해, 사업비 수십조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계획으로 용산 부도심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의 땅값을 폭등시키고, 용산 일대를 대규모 개발 광풍으로 몰아넣어, 2009년 용산참사가 발생했다"라며 "그런데 다시 그 비극의 땅 용산을, ‘대규모로 개발할 기회의 땅, 선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또 올 것만 같아 두렵고, 두렵다. 서울을 갈등과 폭력, 비극과 참사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말에 살기까지 느껴진다"라고 했다.

아울러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 개발 폭력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라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모독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조차 없이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의 자격이 없다. 오세훈 후보는 지금이라도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철거민 피해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철거민들을 더는 모욕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또 다른 용산참사를 계획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후보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오 후보의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용산참사 현장. 용산참사는 용산4구역 뉴타운 재개발 추진과정 중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참사로,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빚어진 국가폭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용산참사 현장. 용산참사는 용산4구역 뉴타운 재개발 추진과정 중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참사로,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빚어진 국가폭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차별주의자, 계급주의자' MB황태자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오세훈!"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소상공인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동주 의원도 이날 논평을 내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과거 자신의 시장 재임 기간에 일어난 용산참사 사건에 대해 '임차인들의 폭력적 저항이 본질'이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오세훈 후보의 반성 없는 오만한 행태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라며 "용산참사는, 서민의 삶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개발만을 밀어붙였던 국가 폭력이 빚어낸 대참사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시민으로 살아가던 이들을 투사로 만든 것이 과연 누구인가? 이들의 저항과 투쟁을 누가 불러일으켰나"라며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영세 상인인 상가 세입자들의 생존권은 외면한 채, 뉴타운 등 각종 개발 사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했던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오세훈 후보는 여전히 당선이 되면 남은 임기 1년 안에 속도전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한다"라며 "용산참사를 불러온 그 야만의 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오 후보를 보며, 대체 그날의 참극에서 무슨 교훈을 얻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국민의 선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김진애 전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서 "오세훈은 그 무슨 '본질'을 그리 좋아합니까?"라며 "'내곡 사건의 본질이 유산 받은 땅'이라더니만, '용산참사의 본질이 폭력저항 때문이라고?' 저런 인식이니 용산 참사가 생겼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책 하나하나가 부동산 시장에 기름 붓겠다는 건데... 표 얻겠다고 그저 규제 해제만 외치니, 참 큰일이다"라며 "강남-비강남 발언 속에 숨은 '강남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헛된 사고'"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잣집 자제-없는 집 아이 발언 속에 숨은 '차별주의자, 계급주의자' 한마디로, MB황태자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오세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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