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방영 작가 담갤러리서 14일까지 개인전

붓끝의 카타르시스...심미적 울림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서예는 선의 예술이다. 선은 운동성과 공간성,시간성이 풍부하다. 문자의 형식을 빌어 서정을 토로하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다. 북송의 시인 소식(소동파)는 ‘근심스럽고 불평한 기운을 드러내 항상 붓끝으로 내달렸다’할 정도로 정신을 정화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박방영 작가도 붓끝으로 서정을 풀어내는 작가다. 내노라하는 서예고수들 조차 그에게 한수 배움을 청하는 이유다. 1일부터 14일까지 갤러리 담에서 열리는 작품전은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다.

박 방영 작가는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진 붓놀림의 숙련성과 한자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통해 글과 그림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탁월한 예술적 감수성과 역량을 엿보게 해준다.

작가는 자신이 표현한 형상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을 것(讀畵)’을 요구한다. 찬찬히 봐야 하는 점에서 작품 감상의 느림을 요구한다. 과거 전통적 문인화를 사의화(寫意畵), 혹은 사심화(寫心畵)라고 했다. 그림에 작가의 마음과 뜻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감상자가 이런 사의화 혹은 사심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작가가 형상을 통해 표현한 뜻과 예술정신을 읽어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과거 전통적 문인화는 ‘간화(看畵)’가 아닌 ‘독화(讀畵)’이 요구됐다. 박 작가의 작품 감상에도 일정부분 독화방식이 필요하다.

이에대해 평론가 김상철은 “작가의 일탈은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것은 민화에서의 천진한 파격과 분청사기에서의 해맑은 감성과도 유사하다”고 평했다.

이러한 심미 특질들은 우리 민족 고유의 것이지만, 그간 간과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 우리 미술은 다양한 외부적 조건에 의해 그 본질과 특질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하였다. 전통 시대에는 중국미술로부터의 영향과 이어 일제 강점기의 일본미술로부터의 영향, 그리고 해방 이후 서구 미술의 세례에 따른 왜곡된 현대미술의 수용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질곡의 세월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것은 우월한 문명에 대한 추종이었으며, 종속적 문화 수용의 예일 것이다. 이제 새로운 세기의 새로운 가치가 특수성에 바탕을 둔 수평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질서로 변화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박 작가가 표출하고 있는 독특한 심미적 내용들은 분명 눈여겨봐야 할 대목일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세기의 새로운 요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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