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첨단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코스모폴리탄들의 생활언어'

▲ 이인권 논설위원장 / 커리어 컨설턴트

한국사회 모든 분야를 살펴보면 유행이 참 빠르게 변한다. 그가운데 글로벌 시대가 도래 하면서 우리나라에 영어 열풍이 일었었다. 외국유학, 영어연수, 배낭여행 등 영어를 배우며 그들의 문화를 습득하려고 외국으로 몰려나갔었다. 오죽했으면 자녀의 해외유학을 위해 부부가 떨어져 사는 가족이 약 20만명이나 되는 세태를 반영해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그러던 것이 요즘은 전반적인 경기침체 영향도 있겠지만 영어에 대한 열정이 전만 같지 못한 것 같다. 그동안 영어를 중시하던 기업의 인력채용에서도 반듯이 영어를 필요로 하는 분야 외에는 영어의 비중을 낮춰가는 추세에 있다.

그런 반면에 요즘 공중파나 종편 등 TV매체 방송에서는 해외 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하는 추세가 강하다. 외국인을 초청하여 한국문화를 체험하게 하거나 한국인이 외국문화를 탐방하는 글로벌 교류 방송 콘텐츠가 유행을 끌고 있다. 어쨌든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처럼 되어가고 있는 세상에서 국제공용어인 영어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언어가 될 수밖에 없다.

‘갈이천정’(渴而穿井)이란 말이 있다.

‘일을 미리 준비하여 두지 않고 있으면 이미 때가 늦어서 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영어는 바로 이와 같다. 영어를 미리 닦아놓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되어 있다. 지금 힘들다고 영어를 경시하며 세월을 보낸 후에 그때 가서 놓친 기회를 아쉬워한들 떠나간 버스를 탓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어를 익혀야 하는 것은 영어가 미국이나 영국의 말이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곧 국제언어이며 오늘날 첨단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코스모폴리탄들의 생활언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디서나 국제공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생활환경이 되어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세계 속 대한민국’의 자료에 보면, 우리나라가 국토 면적으로 치면 세계 108위에 인구증가율은 세계 204위에 머물러 있다. 그렇지만 수출 규모는 세계 7위, 외환 보유액은 세계 6위다.

이 세계 속 대한민국의 경제규모는 우리가 세계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크지 않은 국토와 많지 않은 인구를 가진 한국이 생존해 가려면 세계를 껴안아야 한다. 더욱더 세계무대로 진출하지 않으면 안되는 여건에 있다.

그래서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닐 수밖에 없다. 치열한 글로벌 초 경쟁 환경에서 이기지 못하면 우리의 오늘과 내일은 암울할 따름이다. 이런데도 아직 영어의 중요성을 얘기하면 사대주의나 친미주의를 들먹이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이는 글로벌 시대에서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만천하에 스스로 선언하는 격이다. 이미 세계 표준어가 되어 있는 영어를 나무란다면 컴퓨터의 기본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어떻게 쓰는가? 아직도 우리나라는 국제적 규범 곧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흡한 점이 많다.

영어에 ‘tunnel vision' 이란 말이 있다. 터널시야라는 의미다. 긴 터널을 들어가서 보면 주변은 깜깜하고 저 멀리 보이는 출구가 보이는 세상의 전부다. 반원형 터널 끝 그 이상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말은 “시야가 짧은’, ‘듣는 게 좁은’, ‘생각이 고루한’이라는 뜻이다. 곧 종합판단능력은 떨어지고 눈앞의 상황만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뿐 아니다. 중국의 사기(史記)에 ‘이관규천’(以管窺天) 이란 말도 있다. ‘좁은 관을 통해 하늘을 올려본다’는 의미다. 그렇게 하면 드넓은 하늘이 좁은 관의 범위만큼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좁은 틀에 안주하여 시야가 좁고 사고가 편협한 태도를 비웃는 말이다.

현대처럼 하루가 달리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외국어라 치부하며 멀리 한다면 터널 안이나 좁은 관의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마치 방안퉁수가 드넓은 바깥세계를 내다보는 것과 같다.

글로벌은 일방적으로 외국의 문물과 제도를 무조건 받아들여 따르고 좇는 것이 아니다. 영어를 한다면 그냥 영국이나 미국의 정신을 체화한다는 게 아니다. 언어민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의 정체성을 버리고 세계 강국에 빌붙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 예술경영가로 활동하며 문화예술 분야 국제회의에서 유럽 국가의 전문가와 교류하는 이인권 논설위원장 (자료사진)

미국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경영가인 제이 워커는 “영어는 미국이 강요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세계가 끌어당기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어를 단지 미국과 영국의 상징적 언어로만 인식한다면 이것은 넓고 넓은 글로벌 세상의 형편을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영어를 통해 세계를 알아야 하고 우리를 세계에 내놓아야 한다. 싫든 좋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 환경이 되어있다. 말하자면 외국의 좋은 사례나 규범, 형식들을 우리의 환경과 여건에 맞게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 역사, 전통을 세계무대에 알려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촌각을 다투는 세상에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당당하게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반드시 영어를 알아야하고 또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영어는 글로벌 지식경제 시대에서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방대한 정보와 지식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고 있다. 그런 마당에 콩이야 팥이야 하며 폐쇄냐 개방이냐를 논한다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당연히 사회 전체를 국제무대에 당당하게 개방해 쌍방향 교류를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한다. 여기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글로벌 커뉴니케이션어인 영어인 것이다.

■ 이인권 논설위원장 / 커리어 컨설턴트

독학으로 영어를 체득해 대학교 1학년 시절부터 <코리아타임스>와 대학영자지 등에 영어 칼럼을 250여 회 기고했으며 ‘영어-자기 스타일로 도전하라’,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을 저술하였다. 문화예술 분야에 있으면서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참가, 해외 저명 아티스트 초청, 해외문화예술 교류, 언론사 해외 협력 제휴 등 5대양 6대주의 다양한 인사들과 네트워킹을 경험하였다.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역임하였다.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국제이사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원예술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경영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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