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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한국화 장지기법 캔버스에 펼쳐낸 한홍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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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한국화 장지기법 캔버스에 펼쳐낸 한홍수 작가
층의 미학 아닌 결이 느껴지는 겹의 미학 펼쳐내
"잠시 지나가는 존재가 아는 것은 숨결같은'결' 뿐"
침묵이 흐르게 하는 화폭...천사가 지나가는 시간
  • 편완식 기자
  • 승인 2021.04.0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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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한홍수 작가는 30년전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대부부은 유학생으로 파리땅을 밟지만 한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갔다. 세계여러나라의 관광객을 상대로 인물도 그려주면서 생계를 꾸려나갔다. 어느순간부터 그림을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 A. R. 펭크(A. R. Penck)가 가르치고 있는 쿤스트 아카데미(뒤셀도르프)에 들어갔다. 수업을 듣기 위해 2년 반 동안(1996-98)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을 넘는, 왕복 12시간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공부했다. 물론 한달에 1~2번 수업에 참여하는거라 가능했다. 권위의식도 없고 소탈한 펭크의 모습에 매료됐다. 카셀 도큐멘타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도 한몫했다.

“미술의 자유로운 정신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것을 분출할 수 있는 정신을 배웠다.”

그는 프랑스를 거점으로 유럽, 한국, 미국 (뉴욕, 워싱턴 D.C.) 등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 미술잡지(Artension)편집장이기도 한 평론가 프랑스와즈 모낭(Francoise Monnin)은 그의 작업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한홍수가 인간을 그려낼 때는 무엇보다도 먼저 화폭을 매끄럽게 하고, 후광으로 장식하고 또 흐리게 하여 화폭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어떤 부연도 세부사항도, 어떤 세부묘사도 없고, 거의 정보도 없다. 그러나 수많은 미광으로 가득 채워서 은은한 빛을 발하게 한다. 이것은 그가 서양의 르네상스가 지시하는 행동파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조건을 찬양하는 것을 거부하고, 단지 신낭만주의 방식으로 그지없이 덧없고, 한없이 연약하며, 가상적이기 까지 한 인간 존재를 설명하는 방식인 것이다.”

작가의 화폭은 동양화의 화선지(장지) 작업을 떠올리게 해준다. 수 겹이 겹쳐졌음에도, 먹물이 닿는 순간, 먹은 계단에서 내려오는 물처럼 그렇게 쏟아져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화선지의 결을 따라 번져 나간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으로 혹은 아크릴로 수 회에 걸쳐 레이어를 만들며 작업한다. 독특한 테크닉 덕분에, 캔버스 위에 안료의 두께가 쌓여 ‘층’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아래(처음)의 레이어도 보이는 ‘결’의 느낌을 가능하게 한다.

작가를 마크 로스코와 비교한 심은록 평론가의 글이 흥미롭다.

“마크 로스코의 색면회화를 처음 볼 때는 ‘결’의 느낌이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색의 층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마치 빛이 입자와 파동으로 움직이는 것을 동시에 보는 듯한 현기증이 일어난다. 한홍수의 최근 작에는 근경에 있는 사람의 신체가 중경에서 산과 계곡으로 변형되어 가다가, 원경에서 카오스 속으로 사라지곤 한다. 로고스적인 ‘층’의 논리로는 불가능한 카오스적인 ‘결’의 논리이다.”

작가의 작업에 대해 프랑스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프랑스에서 전시를 하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재료예요. 유화라고 하면 두터운 마티에르를 연상하는데 저는 부드러운 붓으로 수십 번의 붓질을 하며 화면을 만들어 내 전혀 유화처럼 보이지 않아요. 맑고 투명하고 깨끗한 화면을 만들고 싶어 오랫동안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흰색을 쓰지 않아 탁한 기운이 없고, 화면이 맨질맨질한 게 TV 평면 화면 같은 질감이지요.”

그는 한때 그리는 자신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보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한다.

“그림을 보면서 그 사람도 그림에 동참하게 하는 것이죠. 또렷한 이미지 대신 흐린 이미지를 보며 무언가 느낌을 찾아보려 애쓰고 자신의 상상을 더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결은 살결, 나뭇결, 물결, 숨결 같이 많은 것을 포괄한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여러 겹의 투명한 레이어를 겹쳐간다. 겹쳐질수록 투명해지는 레이어의 투명성 사이를 비집으며 결이 흐른다. ‘결’은 공간적으로는 켜를 지으며 풍경, 인체, 사물의 무늬를 만들고, 시간적으로는 미처 의식하지 못한 시간의 흐름을 재현한다.

요즘 작가는 파리에서 같이 개와 늑대 사이에서, 즉 황혼이 지는 무렵에 작업을 한다. 이 시간대가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영감을 구하는 사람들이 작업하는 시간대다. 예술은 종교나 과학과 마찬가지로 신비한 것에서 영감을 찾기 마련이다.

작가는 파리 근교 불로뉴 작업실에서 늘 라디오를 켜고, 고전음악의 선율 속에서 작업한다.

“우리는 우리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모두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단지 지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화중에 잠시 침묵과 고요함이 찾아 올 때, 그 때를 ‘천사가 지나간다’라고 표현한다. 프랑스와즈 모낭이 그의 화폭을  두고 ‘천사들이 지나가는 화폭’이라 했던 이유를 알것만 같다.

한홍수 작가는 현재 영은미술관 레지던스로 한국에서 작업히고 있다. 12일까지 토포하우스에서 전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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