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애니미즘 샤머니즘 요소 부각

사회적 상처 회복, 애도, 회개 모두 가능케

김상돈 작가 ‘행렬’ 가장 눈길

비엔날레본전시관/ⓒ광주비엔날레 제공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고대사회에서 예술가는 주술가이자 치유자,제사장이었다. 제단을 꾸미고 제를 올려 하나가 되고 앙금들을 치유시켰다. 축제이자 예술한마당이었다. 현대예술가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예술의 진정한 목적은 무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20세기초 예술사조였던 초현실주의도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4월 1일~5월 9일)의 주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도 고대예술가 같은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의 스펙트럼 탐구다. 치유의 기술, 토착 생활 양식, 모계중심 체계, 애니미즘, 반주류적 사회 관계에 기반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공동체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라는 개념의 출현과 함께 ‘지능폭발(intelligence explosion)’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말하는 ‘유기적 지성(organic intelligence)’이라는 것을 정확히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뇌뿐만 아니라 가슴 속 마음의 지성 역시 어디까지 개발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은 끊이지 않는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의 기획은 물리적, 기술적, 영적 지성의 구조적 분할주의에 도전하며, 전 지구적인 생활 체계, 퀴어 테크놀로지, 공동체적 생존 방식 등을 작동시키는 광범위한 확장된 마음을 환기시켜 보는 자리다. ‘마음’을 확장할 수 있는 실천을 만드는 것이 바로 궁극적인 전시기획 의도다.

김상돈 '행렬'/ⓒ광주비엔날레 제공

이번 비엔날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김상돈 작가다. 비엔날레 전시관에 설치된 조각 작품을 통해 그는 한국 샤머니즘, 식민 기억, 현대 정치, 과잉 소비 회로의 요소를 동원한다. 작가는 인류 문명 전체가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우리는 다시금 집단적 카타르시스와 화합에 기반을 둔 장구한 영적 문화에 눈을 돌린다고 말한다. 세계 판도를 지배한 팬데믹과 현재 권력 구조가 결합돼 계급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샤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인 접근은 사회적 상처의 회복, 애도, 회개를 가능하게 한다.

공공 프로그램 ‘행진: 저 문들을 지나’에 포함된 김상돈의 신작 퍼레이드 ‘지옥의 문’(2021)은 진도의 전통 장례 문화인 ‘다시래기’를 모티프 삼아 제작돼 애도와 위기 극복의 집단적 행위를 강조한다. 대형마트의 생필품을 담는 카트를 고인을 운반하는 상여로 화려하게 변신시켰다. 친근한 일상의 물건을 통해 전통과 현대, 삶과 죽음, 애도와 소비를 극명하게 대비시킨 작품이다.

베를린에서 로타르 바움가르텐을 사사한 뒤 2004년 귀국한 작가는 불, 용, 물, 바람, ‘허구’의 토템 등 애니미즘, 한국의 신화와 동화와 긴밀하게 관련된 재료나 비유로 작업을 시작했다. ‘불광동 토템’(2003–10)과 ‘솔베이지의 노래’(2011)는 독특한 시선으로 과거의 거친 한국의 영혼을 되살려 냈다. 다음작가상,에르메스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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