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검사 임관식에 즈음한 당부 말씀에 부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2021년 신임 검사 임관식’에 참석해서, "칼은 사람을 해치기도 하지만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절제되고 올바른 검찰권 행사를 통해 사람을 살리는 길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아시아경제, 2021.4.1.) 기사의 표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신임 검사들에게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당부했다”(아시아경제), “검찰개혁 지향점은 인권보호관으로 거듭나는 것”(연합뉴스, ) 등이다.

사진출처: 아시아경제(2021.4.1)
사진출처: 아시아경제(2021.4.1)

박범계의 이 같은 당부 말씀은 검찰의 현주소가 갖는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검찰은 “사람을 해치는 칼”이었고 ‘절제되지 않은 권력’을 휘둘러왔다는 사실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인권보호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검찰개혁의 지향점이라고 한 것은 지금까지 검찰이 ‘인권보호관’이 아니었다는 말이고, “적법절차를 지키는 눈”이라고 한 것은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 "증거에 따라 사실관계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판단“해 달라는 당부의 말씀은 지금까지 ”증거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되려 없는 증거를 조작해내기까지 했다는 말이며, ”늘 타인의 주장을 경청하고 다각도로 검토하는 자세“를 가져달라는 당부는 남이 하는 말을 듣거나 다각도로 검토하지 않고, 미리 정해진 목적성에 따라서 편향적으로 수사를 해왔다는 뜻이며, "무고한 자를 벌하지 않고, 진범을 놓아주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는 지금까지 무고한 이를 벌하고 진범을 놓아주었다는 뜻이다. “인권의 틀 안에서 실체 진실을 규명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당부는 지금까지 검찰은 ’인권의 틀 안에서 실체 진실을 규명하는데 열과 성‘을 다하지 않았다는 질책의 뜻을 담은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대충 상식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이니 별로 놀라울 것도 없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검찰을 개혁하려 한다는 이의 생각과 자세이다. 철옹성같이 권위주의에 타성에 쩔어있는 검찰을 도대체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해서 박범계는 그다지 신통한 철학을 가지고 있지 않은듯 하다. 이미 사람을 해치는 칼날이 되어버린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해결책은 물론이고 그런 의지조차 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 그의 당부의 말씀에서 배어나기 때문이다.

짧은 당부의 말씀에 나오는 수사(헛소리)는 두 가지이다. 첫째, 검찰개혁의 목표가 “최종적으로 사법적 통제를 하는 눈으로 바뀌어 ‘인권보호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놀랍게도 박범계는 검찰이 ‘사법통제를 하는 눈이’되어야 한다고 하고 그것도 ‘최종적’인 통제의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목표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어떻게 검찰이 ‘최종적인 사법통제’의 권력을 쥐어야 하나?

안 그래도 스스로 ‘최종적 사법 통제권력’인 것으로 착각을 하고, 행정부도 입법부도 다 무시하고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법무부장관이 어떻게 그 같은 당부의 말씀을 한단 말인지!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은 서로 견제 받아야 하고, 검찰 아니라 누구도 ‘최종적인 권위’를 가질 수가 없다. 누군가가 ‘최종적인 권위’를 갖는 순간, 그것은 독재 혹은 집단 이기주의의 과두정치가 되는 것이다. 박범계는 신임검사들에게 검찰의 과두정치를 스스로 주문하고 있다. ‘최종적 사법통제’의 막강한 권력은 그 자체=로서 인권의 보호가 아니라, 인권의 말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 박범계는 추호의 반성이 없다.

또 다른 수사(헛소리)는 ‘공존의 정의’를 언급한 대목이다. 박범계는 "공존의 정의를 위해 외부의 압력뿐 아니라 자신의 아집과 편향을 극복하고, 겸허하게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말은 검찰들에게 스스로(셀프) 반성하라는 말인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아니 온통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다 안다. 그래서 이런 주문은 검사들에게 할 것이 아니다.

외부의 압력을 어떻게 안 받을 수가 있나? 검사가 자신의 ‘아집과 편향을 어떻게 스스로 극복’할 수가 있나? ‘겸허하게 성찰’하는 인간이 흔하게 있나? 검사가 아니라 어떤 인간이라도 다 마찬가지 그것은 불가능이다. 성인이 아니라면 말이다.

검찰개혁은 검사에게 당부를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외부의 압력에 굴하여 사실을 왜곡하면 그보다 더 손해를 보도록 처벌의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자신의 아집과 편향에 따라 증거를 조작하고 사실을 왜곡하면 그에 상응한 벌을 받도록 해야 함으로써, 스스로 삼가하고 겸허하게 성찰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그런 장치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형식으로 있어도 작동을 안 한다.

검찰개혁은 검찰의 비리에 대한 조사와 처벌의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한 것이므로, 검찰을 두고 당부할 말씀이 아니다. 박범계는 조치의 방법과 대상을 잘못 선택했고, 스스로 헛소리가 될 줄 알면서 하는 ‘당부의 말씀’은 오히려 구임, 신임을 막론하고 모든 검사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른바 법무부장관의 자격으로 낸 ‘검찰개혁을 위한 수식’의 말씀은 되려 검찰개혁 자체의 동력을 상실하게 하는 거름이 될 전망이다.

신임검사 임관식에 즈음한 박범계의 당부 말씀은 이렇듯 스스로 모순을 안고 있고, 검찰개혁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음을 드러냈다. 백방으로 개혁을 떠들어봐야 정곡을 찌르지 못하면 수사(修辭 헛소리)가 되고 만다. 박범계는 법무장관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스스로 관료주의의와 수사(修辭 헛소리)의 미덕을 달통한 듯하다. 법무부장관의 이 같은 헛소리는 검찰개혁이 이미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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