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포스트
  • 네이버tv
  • 다음카페
  • 네이버회원가입
연륜과 경륜
상태바
연륜과 경륜
  • 김덕권
  • 승인 2021.04.07 0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연륜(年輪)과 경륜(徑輪)이 필요합니다. 연륜과 경륜이 쌓여야만 진정한 지혜가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럼 연륜은 무엇이고 경륜을 무엇일까요? 연륜은 여러 해 동안의 노력이나 경험으로 이룩된 숙련의 정도. 또는 그러한 노력이나 경험이 진행된 세월을 말합니다.

그리고 경륜은 큰 포부를 가지고 어떤 일을 조직적으로 계획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또한 그러한 계획이나 포부. 세상을 다스림. 또는 이에 필요한 경험이나 능력을 말하지요. 아주 옛날 고구려 시대에는 ‘고려장(高麗葬)’이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려장은 고려인이 효도심이 없어서 있었던 일일까요?

고려장 풍습이 있던 고구려 때 박정승은 노모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가 눈물로 절을 올리자 노모는 “네가 길을 잃을까봐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를 해두었다”고 말합니다. 박정승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을 생각하는 노모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몰래 국법을 어기고 노모를 모셔와 봉양을 합니다.

그 무렵 중국 수(隋)나라 사신이 똑같이 생긴 말 두 마리를 끌고 와 어느 쪽이 어미이고 어느 쪽이 새끼인지를 알아내라는 문제를 냅니다. 못 맞히면 조공을 받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로 고민하는 박 정승에게 노모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말을 굶긴 다음 여물을 주렴, 먼저 먹는 놈이 새끼란다.”

고구려가 이 문제를 풀자 중국은 또 다시 두 번째 문제를 냈지요. 그건 네모난 나무토막의 위아래를 가려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노모는 “나무란 물을 밑에서부터 빨아올린다. 그러므로 물에 뜨는 쪽이 위쪽이란다.” 고구려가 기어이 이 문제를 풀자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수나라는 또 어려운 문제를 제시했습니다.

그건 재(灰)로 새끼를 한 다발을 꼬아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나라에서 아무도 이 문제를 풀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박정승의 노모가 하는 말이 “얘야, 그것도 모르느냐? 새끼 한 다발을 꼬아 불에 태우면 그게 재로 꼬아 만든 새끼가 아니냐?”

중국에서는 모두 고구려가 이 어려운 문제들을 풀자 “고구려는 동방의 지혜 있는 민족이다.”라며 다시는 깔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수나라 황제 문제(文帝)는 “고구려를 침범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그런데도 이 말을 어기고 아들인 수양제(隋煬帝)가 두 번이나 침범해와 113만 명이 넘는 대군(大軍)으로도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에게 대패하고는 나라가 망해 버립니다.

그 다음에 들어선 나라가 당(唐)나라입니다. 또 정신을 못 차리고 고구려를 침범해 옵니다. 그러다가 안시성 싸움에서 깨지고 당시 황제인 당태종(太宗)은 화살을 눈에 맞고 애꾸가 된 채로 죽습니다.

이렇게 해서 노모의 현명함이 세 번이나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왕을 감동시켜 이후 고려장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일화가 생긴 것입니다. 그리스의 격언에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삶의 경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보여 주는 말이 아닌가요?

이와 같이 가정과 마찬가지로 국가나 사회에도 지혜로운 원로가 필요합니다. 물론 노인이 되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자신의 경험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연륜은 기억력을 빼앗은 자리에 통찰력이 자리 잡습니다,

노인의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는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조직에서 원로들이 늙었다는 이유로 소외당하기 십상입니다. 물론 원로들이 늙었다는 이유로 젊은이들에게 사양과 양보를 하고 뒷전에 조용히 살펴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늙으면 기억력이 쇠퇴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혜나 경륜마저 늙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웃어른을 공경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하지만 “천재가 경륜을 이기지 못하고, 경륜이 연륜을 이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전당서(全唐書) 설시(舌詩)편>에 다음과 같은 풍도(馮道)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이라 하였습니다. ‘구화지문’이란 말은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풍도는 당(唐)나라 말기에 태어났으나 당나라가 망한 뒤의 후당(後唐) 때에 재상을 지냈습니다. 후당 이래 후진(後晉), 후한(後漢), 후주(後周) 등 여러 왕조에서 벼슬을 한 사람으로, 그 동란의 시기에 73세의 장수를 누리는 동안 처신(處身)에 많은 경륜(經綸)을 쌓은 사람으로 위와 같은 처세관(處世觀)을 남긴 것입니다.

4,7 보궐 선거가 오늘입니다. 젊은 정치인들이나 약관의 네티즌들이 도처에서 막말을 일삼고 있는 것이 자주 눈에 띱니다. 우리말에도 “화는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제발 말을 뱉기 전에 연륜과 경륜을 갖춘 원로들의 지혜를 구하고 투표를 하면 어떨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4월 7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치핫이슈

해당 언어로 번역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