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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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자 장편소설 〖모델하우스〗제78회
  • 한애자
  • 승인 2017.12.1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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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혜란은 와인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저편의 숲 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국으로 떠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채성의 시선은 다시 애춘을 향했다. 두 사람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애춘이 의자 바깥쪽으로 몸을 틀어 앉는 것이 이제 곧 집으로 가고 싶은데 이 남자가 왜 이렇게 오래 끄나 하는 태도였다. 무심히 창밖의 주차장을 내려다보았다. 아까 두 남녀가 검정색 자가용에 몸을 싣고 주차장을 유유히 빠져 나가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머리를 기대며 유쾌하게 제2차로 사랑을 꿈꾸듯 그렇게 사라져갔다.

채성은 이제 식사를 마치고 포크를 접시 위에 얹었다. 그리고 냅킨으로 손을 닦고 애춘 쪽을 다시 응시했다. 남자가 일어나 애춘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다정하게 얹자 갑자기 애춘이 그 손을 떨듯 일어섰다. 남자도 뒤따라 일어나 함께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마치 오늘의 광경을 하나도 놓쳐선 안 된다는 조바심으로 채성의 눈길이 그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이 이제 2차로 어디로 향할까 혹시 호텔투숙? 그리고 화끈한 러브 신?

혜란은 채성의 속마음을 모른 채 여전히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수첩을 꺼내어 뭔가 스케줄을 잡는 듯했다. 그녀 또한 채성과의 이별이 아쉬웠고 그 이별 후의 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었다. 창밖의 불빛 속에 주차장에서 서성이는 사내는 게임에 한참 열을 올리고 달아있으나 애춘은 그 게임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되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채성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어떤 승리의 쾌재를 일으키는 듯했다.

‘내가 왜 애춘에게 이렇게 쏠리고 있지?’

채성은 알 수 없었다. 타인이고 남남이기를 간절히 원할 때는 언제이고 지금 자신이 이토록 애춘에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 자신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정말 혜란이 말한 대로 난 애춘을 사랑하고 있는가?’

그런데 갑자기 애춘의 흉측한 나체가 떠올랐다. 자신을 그렇게 망가뜨린 장본인이 채성이라고 절규하던 그날 밤의 애춘에게 애착이 갔다. 그리고 병원에서 곁에 있으며 보호자가 되었던 자신을 생각했다. 뗄 수 없는 인연의 깊은 골을 느꼈다. 남자의 얼굴엔 생의 깊은 철학이나 의식이 있는 지성미 없는 천박한 분위기였다. 여성을 성희롱하기에 알맞은 능글맞음이 어려 있었다. 그는 수작을 거는데 노련한 숙련공처럼 단수가 높아 보였다.

‘저 자식, 순 사기꾼 같은 놈…!’

채성은 내심 분노하기 시작했다. 혜란은 웨이터를 불러 포도주를 더 주문하고 잠시 화장실 쪽으로 향해 자리를 떠났다.

창밖의 불빛아래 주차장에서 애춘과 사내는 회색 자가용 앞에 멈춰 섰다. 사내는 자가용의 문을 열고 여자에게 타라고 권했다. 그러나 애춘은 사내의 팔을 뿌리쳤다.

“저, 약속이 있어 먼저 가야 합니다.”

하고 홱 돌아서서 쏜살같이 호텔 밖으로 달려갔다

“어, 어… 아 이러면 어쩌나! 이봐, 애춘 씨….”

사나이는 잠깐 당황해 하며 김샜다는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애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흥, 웬일이야, 남자라면 환장하던 여자가!’

주차장을 내려다보던 채성은 역시 냉소적으로 비웃었다. 그러나 그는 애춘의 마음과 태도가 분명히 예전의 애춘이 아님을 느꼈다.

‘많이…, 많이 변했어!’

채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애춘의 마음에 무슨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이 간파했다. 지난날 증오와 무관심 속에 그녀가 달라지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며 애춘을 그렇게 만든 것이 자신이었다는 책임감도 느꼈다.

‘너무도 냉담하게 그녀를 버려두었어!’

갑자기 애춘이 측은하게 여겨졌다. 성형으로 자신까지 지워버리려 했던 그 고독이 얼마나 깊었을까!

“사장님, 위스키 좀 드시겠어요, 와인이 싫으시면….”

어느덧 빈자리에 다시 돌아온 혜란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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