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강대욱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숨진 신생아들이 세균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질병관리본부가 밝혔다. 신생아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초유의 사건에 경찰과 보건당국 등이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 이대목동병원( 경향신문)

보건당국은 18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이 세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사망한 신생아 3명의 사망 전 시행된 혈액배양검사를 살펴본 결과 세균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그람음성균’ 중 하나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과수는 부검 후에 아직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는 이르다고 1차 소견을 내놓았으나, 질병관리본부의 의견대로 세균감염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병원의 허술한 관리에 대한 책임 문제가 더 커질 전망이다.

세균 감염 정황은 질병관리본부가 이대목동병원의 의무기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질본이 배양결과를 확인해보니 숨진 신생아 3명의 혈액에서 세균이 나왔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즉각대응팀을 꾸리고 서울시와 함께 이틀째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망 환아의 의무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며, 신생아중환자실 환경 검체와 사망 환아의 검체를 채취해 질병관리본부와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사망 사고 직후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긴 신생아 12명에 대해서는 이상증세 모니터링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퇴원한 4명 중 1명은 감기 증세로 17일 입원했고 8명 중 1명은 기력저하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신생아들에게는 아직 특이사항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한 명은 혈액검사를 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발견된 세균이 '그람 음성균'으로 분류된다는 정도다. 대장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 수많은 병원성 세균이 그람 음성균에 속한다. 그람음성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질환자에게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과 요로 감염 등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으로, 살모넬라균과 이질균 등이 해당된다.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국내 병원의 그람음성균 발견율은 높은 편이다. 2012년 국내 연구팀이 서울과 경기 지역 6개 대학병원 안내실에서 세균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전체 76개 시료 중 84.2%(64개)에서 그람음성균이 발견됐다. 세균 균종 분석 결과는 20일 이후에 나올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복부가 부풀어 올랐다는 유가족들의 증언이 세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 증상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세균은 병원 바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질본은 사고 직후 퇴원하거나 병원을 옮긴 신생아 12명에 대해서도 추가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양경무 서울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조사과장은 “유족을 면담했고, 의무기록도 추가로 많이 확보해 검토 중”이라며 “하지만 최종 부검결과가 나오기까지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과수 측은 사망한 신생아들의 세균 감염이 의심된다는 질병관리본부 발표, 신생아들의 배가 볼록했고 호흡곤란 증세가 있었다는 유족 측 주장, 의료과실이나 기기 오작동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염두에 두고 부검을 진행했다. 경찰은 이날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에서 숨진 신생아들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당초 이날 오전 8시30분쯤 시작할 예정이던 부검은 내부 회의와 의무기록 검토 등에 시간이 걸려 정오가 지나 진행됐다. 부검에는 국과수 본원 중앙법의학센터장을 포함해 부검의 5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의 3명이 시신 1구씩 공동으로 부검하고 2명은 의무기록을 계속 검토하는 역할이다. 경찰은 이날부터 사건을 서울경찰청 직속 전문수사부서인 광역수사대에서 전담해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은 특히 아직 원인을 알 수 없고, 의료과실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의료수사팀이라는 전문 역량을 갖춘 조사관이 있는 광역수사대가 담당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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