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전) 동아여자중·고등학교 이사장
김선호 (전) 동아여자중·고등학교 이사장

[칼럼=뉴스프리존]동아여고 이사장으로 재임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불야성이었습니다.95% 정도 참여시키고 있다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자율학습이 아니라,강제 타율학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내년(2017년) 신학년 신학기부터는 진짜 자율학습을 시켜보자고 호소했습니다.

어느 반이 많이 남기고,어느 반이 적게 남겼는지,묻지도, 확인도, 따지지도 않겠다고 했습니다.

많이 참여시킨 반이라고 칭찬하지도 않고,적게 참여시킨 담임이 누구인지 알아보지도 않겠다고 했습니다.

참여 학생이 35%로 줄었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진짜 자율학습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60%의 학생들은 타율학습을 했다는 수학적 계산이 나옵니다.

그해 10월 말경엔가, 대입 수능 모의고사 성적에 대한 원하지도 않은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참여율이 너무 저조해서 사실은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는데, 75%를 남긴 비슷한 규모의 여고와 비교했더니, 동아여고가 더 높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 여고보다 성적이 더 낮게 나왔더라면, “이사장 물러가라!”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작년(2020년) 봄엔가, 느닷없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2019년 9월에 떠난 저에게는 알릴 필요도 없는 보고<?>였습니다.

개교(1983년 3월) 이래 의대를 제일 많이 넣고(12명?), 서울의대 합격도 처음이라는 기쁨에 넘치는 전화였습니다.

생각해보니, 2017년에 입학한 학생들이 3년 동안 진짜로 야간 자율학습을 했던 그 학생들의 진학 성적표였습니다.

진짜로 야간 자율학습을 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기본적인 생각은 정직하고, 순수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순수한 의사를 억압하거나 무시하지 말자는 것입니다.타율학습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리는 것입니다.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던 나이입니다. 이런 나이의 학생들에게 야간 자율학습 참여 여부에 대한 결정권마저 주지 않은 것은 교육이 아닙니다. 그런 결정권도 갖지 못하는 아이들은 강한 자아의식을 갖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대한민국 교육은 <자율학습이라고 쓰고, 타율학습을 시킨다.>라고 말하는 부끄러운 교육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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