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아주대학교병원 소속 외과 의사 이국종(李國鍾 : 1969~) 박사를 모르시는 분은 아마 없으실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국 각 지역에 ‘권역외상센터’가 설치되는데 공헌을 한 인물로도 익히 잘 알려져 있지요.

그는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석해균 선장을 오만에서 수술한 바가 있고, 2017년 판문점 조선인민군 병사 귀순 총격 사건 당시 귀순한 조선인민군 병사의 수술을 집도 한 바도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6. 25 전쟁에서 한쪽 눈을 잃고 팔다리를 다친 장애 2급 국가 유공자였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에게 반갑지 않은 이름이었습니다. ‘병신의 아들’이라 놀리는 친구들 때문이었지요. 가난은 그림자처럼 그를 둘러쌌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마다 술의 힘을 빌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아 미안하다” 이국종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학교 때 축농증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을 찾았는데 국가 유공자 의료복지카드를 내밀자 간호사들의 반응이 싸늘했습니다. 다른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고, 몇몇 병원을 돌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이 사회가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냉랭하고 비정한 곳인지 잘 알게 됐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받아 줄 다른 병원을 찾던 중, 그는 자기 삶을 바꿀 의사 한분을 만나게 됩니다. ‘이학산’이라는 이름의 외과 의사였지요.

그는 어린 이국종이 내민 의료복지카드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그는 진료비도 받지 않고 정성껏 치료하곤 이렇게 격려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그 한마디가 어린 이국종의 삶을 결정한 것입니다.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돕자. 아픈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자.’ 그를 대표하는 삶의 원칙이 그 때 섰습니다.

“환자는 돈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아야 한다.” 어린 이국종이 내민 의료복지카드를 보며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라는 말을 한 ‘이학산 의사가 없었다면 그는 우리가 아는 이국종이 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부끄럽다고 생각한 의료복지카드를 자랑스럽게 만들어 준 근사한 그 한마디가 세상을 아름답게 한 것이지요.

누군가 자신의 꿈을 말할 때 사람들은 뭐라고 답해줄 수 있을까요? 대개 “다 좋은데 그게 돈이 되겠니?” “너 그거 하려고 대학 나왔니?” “그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말은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입니다. 그런데 우리 덕화만발 가족은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호응하면 어떨까요?

“네 꿈 참 근사하다.” “참 멋진 꿈을 가졌구나!” “그런 꿈을 가진 네가 나는 참 자랑스럽다.” 한 사람의 꿈은 그것을 지지하는 다른 한 사람에 의해 더 커지고 강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 한마디만 달리해도 한 사람의 삶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2011년 1월, 대한민국 삼호해운의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되었습니다. 당시 석해균 선장은 해적이 쏜 총에 맞아 심각한 총상을 입었었지요. 청해부대 소속 UDT/SEAL의 신속한 대처로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국내로 빨리 이송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1차적으로 석해균 선장은 오만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석 선장은 위중한 상태에 빠졌고, 이에 오만에 급파된 이국종 교수는 석해균 선장의 상태를 확인한 후 “오만에 더 놔두면 사망한다.”고 판단,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해 한국으로 호송할 것을 적극 주장했지요.

그러나 당시 석해균 선장의 후송에 이용하려는 에어 앰뷸런스는 전세 비용이 약 38만 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약 4억 원 이상)에 달했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국내 정부 측과 연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자 이국종 교수는 “내 돈이라도 낼 테니 일단 이송부터 하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국종 교수의 이름으로 빌리되 외교부가 비용 지급보증을 서는 것으로 상황이 정리됐지요.

2017년 11월 판문점 귀순 북한군 총격 사건이 터졌습니다. 북한군 오청성 씨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하는 도중, 북측 초소로부터 총격을 받아 5군데의 총상을 입고 UN사 헬기를 통해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되었지요. 이국종 교수는 석해균 선장과 마찬가지로 이 귀순병에 대해서도 유난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자유 대한민국을 찾아왔으니 자유 대한민국이 직접 살려내야 할 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요? 오히려 ‘쇼하는 의사’라는 비난과 질시를 일부 정치인과 의사들에게서 받았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우리 이국종 교수를 마음로라도 응원합시다. 그리고 사람의 육신에 병이 생기면 병원에서 의약으로 치료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병이 생긴 이 사람들을 몽땅 도가(道家)에 입원시켜 도덕으로 치료하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4월 13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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