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와 나무 결에 마음을 담는 김덕용 작가

자개 가루와 숯이 하늘과 별이 된 ‘심현공간’

14일~ 5월4일 나마갤러리 ‘귀소’전

 김덕용 작가

[서울=뉴스프리존]편완식 미술전문기자=귀소본능은 처음을 향한 이끌림이다. 그저 끌려가도 위로와 힐링,행복한 이끌림이다. 김덕용 작가는 오랜세월 자개와 나무의 물성을 가지고 귀소본능을 환기시켜 온 작가다. 자개 빛과 나무 결(시간)의 특성을 극대화시켜 형상화 하고 있다. 처음엔 오래된 색동 이부자리 ,가구,어머니 모습 등으로 지난 시간에 대한 향수적 귀소본능을 자극했다. 최근들어선 존재 근원으로의 귀소에 방점을 두고 있다. 14일부터 5월4일까지 나마갤러리에서 열리는 ‘귀소’ 전은 이런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밥그릇과 정안수 그릇은 ‘밥먹고 다니냐’, ‘제대로 사냐’라는 어머니의 물음이자 모성의 품으로 제대로 잘 돌아오기를 염원하는 어머니의 기도다. 모성적 공간으로의 귀소가 담겼다.

“자개농의 자재는 바다의 조개패에서 온 것이다. 바다가 그리워 자기 공간으로 가고 싶어할 것이다.” 작품 ‘관해음’.‘차경 관해음’의 세계다.

작가는 나무판 위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자개를 붙여 색이 우러나오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배채기법 효과다. 색과 자개의 빛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나무는 숲으로 자개는 바다로 돌아가고 싶다. 사람은 어머니 자궁으로.... 하지만 하늘에서 같이 만나 새로운 생명의 별이 된다. 인간도 원래 별에서 태어났다고 하지 않은가. 인체구성물질이 우주 별에서 온 것이다.”

작가는 하늘과 별을 그렸다. 나무가 탄 숯을 빻고 자개도 가루로 빻아 파란물감과 섞어 화폭을 단장했다. 검푸른 우주 하늘이다.

생명 다해도 하늘에서 만나 새로운 생명으로 단생한 것이다. 별에서 왔으니 별로 돌아가는 것이다. 작품 ‘결-현’과 ‘심현의 공간’으로 형상화 됐다.

책가도는 일제강점기 이후 해외로 밀반출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귀소를 담았다. 해외로 유출된 우리의 옛유물들이 책가도에 담겼다. 고향 고국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코로나 시국에 이처럼 귀소는 위안이되고 힐링이 된다. 달밤에 바다에 물결이 일고 있다. 윤슬이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귀소본능이 발동된다. 그 자체가 힐링이다.

“나무와 자개는 나의 오래된 표현 매체이다.무수한 시간을 숲에서 존재해온 나무는 그들의 자리를 떠나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지내오다 마침내 나와 조우하여 인고의 시간에 대한 보상처럼 다른 생명의 숨결이 되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자개는 오래 머물던 심연(深淵)의 고향을 떠나 제 몸을 켜켜이 나눈 공정을 거쳐 혼불이 담긴 결로 칠흑 속 밤바다의 등대처럼 나에게 다가온다. 나무는 숲의 바람소리를 그리워하고 자개는 바다의 윤슬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이들이 지니고 있는 귀소본능은 내 기억의 공간인 안방과 마루에 비치는 따뜻한 빛이 되어 나에게 스며온다.‘

작가에게 자개와 나무결은 존재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고 있다.

”이제 또 다른 표현과 공간의 확장을 위하여 나무는 소성되어 한줌의 재로 검게 탄소화되고 자개는 산산이 부서져 빛이 된다. 이들과의 조우가 빚어낸 심현(深玄)의 공간에는 근원을 찾아가기 위한 회귀 본능이 운율이 되어 흐르고 생명의 빛이 잉태되어 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무와 자개가 지닌 물성적 현상만이 아니다. 그것에 내재된 고유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

이것은 비롯된 곳과 머무는 곳이 다른 존재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삶에 대한 본질적 물음으로 다가와 동질적인 귀소로 물아일체된다. 그 빛과 결이 나의 손길에 의해 시간과 공간을 머금고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다뤄온 나무를 직접 수집해 나무의 표면을 고르게 하기 위해 갈고 닦으며 문지르고 그을리기를 반복한다. 단청채색을 하거나 자개를 붙이는 등 각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시간이 흘러 빛 바래진 단청과 같이 채색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단청기법의 그림은 작품의 바탕이 되는 나뭇결만큼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기에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련하고 애틋하게 만든다.

창문 넘어 멀리 보이는 수평선에 머무는 빛을 자개의 결을 이용하여 표현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실제의 풍경보다 더 아득한 느낌이 밀려 온다.

나무들은 어느 누군가의 가옥을 이루었던 골재의 한 부분일 수 있으며, 때로는 누군가의 추억이 간직되어 있을 법한 고가구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들을 놀라운 수공으로 꼴라주하듯 이어 붙인 면 구성은 형태적 재미를 극대화시켜준다.

“그림은 손재주나 머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자개와 나무 결의 층층에 마음을 쌓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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