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疏通]

‘사마법’ ‘엄위(嚴位)’ 제4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정도의 병력을 운용하여 이미 승리를 얻었다 해도 승리하지 않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병기의 예리함, 튼튼한 갑옷, 견고한 전차, 좋은 말 따위는 말할 것도 없다. 아군의 병력이 저절로 많아지는 것이 아니며, 작전 능력도 싸울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최후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음에야!

이 책략은 승리했더라도 승리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경계심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휘관의 수양 수준과 정도를 나타내준다. ‘백전기법’ ‘승전(勝戰)’에서는 “만일 내 쪽이 승리하고 적이 패했더라도 교만해서는 안 된다. 승리한 그 날 밤 삼엄하게 대비하여 기다리면 적이 공격해 와도 피해는 없다”고 했다. 

‘교만한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는 말은 군사 투쟁에서 명언 중의 명언이다. 이는 전쟁사를 통해 수도 없이 증명되고 있다. 물론 교만한 장수가 없으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그 반대의 명제도 함께 증명된다. 특히 승리를 거두고 난 뒤, 그 승리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교만한 마음을 갖기 쉬운데, 이 교만함은 해이함을 낳고 해이함은 경계를 흩어놓아 결국 승리가 패배로 뒤바뀌고 만다. 

‘사기‧권7’에 실린 경우를 보자. 진나라 말기, 진에 반대하여 봉기한 군대 중에서 그 기세가 가장 대단했던 항양(項梁)은 여러 차례 승리를 맛보았지만 끝내는 진군에게 패해 전사하고 말았는데, 그 원인은 승리를 거둔 후 교만 방자해져 적을 깔보았기 때문이다. 측근 송의(宋義)는 진작부터 그에게 충고했다.

“승리한 다음에 장수가 교만해지고 병사가 나태해지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지금 우리 병사들은 이미 해이해져 있고 진나라 군대가 오히려 강해져 있으니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향양은 도무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 본보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장수는 늘 ‘승리했지만 승리하지 않은 것처럼 한다’는 ‘기승약부’의 사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휘관은 언제 어디서나 적의 해이함이 곧 내가 이용할 좋은 기회가 되듯이 나의 승리 또한 적의 돌발적인 보복을 초래하는 화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대 전쟁사에서 우리는 흔히 이런 상황을 볼 수 있다. 승리한 군대가 모두 기쁨에 들떠 있을 때 장수는 오히려 ‘적이 바로 오늘 밤 군영을 기습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자기편의 역량에 근거하여 즉시 위험한 지역에서 물러나거나, 표면적으로 경계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몰래 복병을 배치해놓고 기다리다가 보복해오는 적을 섬멸하여 다시, 한 번 적에게 실패의 쓴 잔을 안겨준다. 이 책략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값어치를 잃지 않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적 조건하에서 적은 대단히 빠른 반응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복 행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전투에서 이긴 다음, 지휘관의 신경은 더욱 긴장되고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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