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생의 마지막 5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여러분은 무슨 기도를 하고 막(幕)을 내리실까요? 저는 자식들에게 이미 유언을 거의 해 두었습니다. 다만 5분 후에 숨을 거둔다면 마지막 기원(祈願)을 이렇게 하고 떠나고 싶네요.

첫째, 서원일심(誓願一心)을 챙기겠습니다.

80여 평생을 여한 없이 살았습니다. 다만 40여 년간을 서원일심 부처를 이루려고 일직 심으로 달려왔으나 아직 부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생에 중생의 탈을 벗어버리지 못했으나 내생엔 반드시 이루겠다는 큰 서원입니다.

둘째, 청정일념(淸淨一念)을 챙기는 일입니다.

살아 있을 때 청정일념을 챙기지 못하면 자칫 선도(善道)에 들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최후의 일념이 내생의 최초일념이 되는 것입니다. 제 영혼이 마음껏 훨훨 날아갈 수 이어야 하지요.

셋째, 평생인연(平生因緣)들에게 감사의 기도를 하겠습니다.

평생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그중에는 선연(善緣)들도 많고, 악연(惡緣)들도 있습니다. 서로 인연이 닿지 않아 미처 해원(解冤)을 못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선연이든 악연이든 제가 평생 맺어온 모든 인연들의 행복과 평안을 빌어드리고 눈을 감을 것입니다.

저게 마지막 주어진 이 5분간이 이 세 가지를 진리께 기원하면 금쪽같은 시간이 다하지 않을 런지요?

1849년 12월 러시아 세묘뇨프 광장에 위치한 사형장 사형대 위에 반체제 혐의로 잡혀온 28세의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집행관이 소리쳤습니다. “사형 전 마지막 5분을 주겠다.” 사형수는 단 5분이라는 소리에 절망했습니다. ‘내 인생이 이제 5분 뒤면 끝이라니, 나는 이 5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먼저 가족과 동료들을 생각하며 기도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친구들 먼저 떠나는 나를 용서하고, 나 때문에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지 마십시오. 그리고 너무 슬퍼하지도 마십시오.” 집행관은 2분이 지남을 알렸습니다. “후회할 시간도 부족하구나! 난, 왜 그리 헛된 시간을 살았을까? 찰나의 시간이라도 더 주어졌으면…”

마침내 집행관은 마지막 1분을 알렸습니다. 사형수는 두려움에 떨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매서운 칼바람도 이제 느낄 수 없겠구나, 나의 맨발로 전해지는 땅의 냉기도 못 느끼겠구나,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겠구나, 모든 것이 아쉽고 아쉽네!” 사형수는 처음으로 느끼는 세상의 소중함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 이제 집행을 시작하겠소.” 그때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저편에서 사격을 위해 대열을 이루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이라도…” ‘철컥!’ 탄환을 장전하는 소리가 그의 심장을 뚫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멈추시오, 형 집행을 멈추시오!”

한 병사가 흰 수건을 흔들며 형장으로 달려왔습니다. 사형 대신 유배를 보내라는 황제의 급박한 전갈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사형은 멈췄고 사형수는 죽음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형수는 누구일까요? 바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였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그날 밤, 도스토예프스키는 동생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지난날들을 돌이켜보고 실수와 게으름으로 허송세월했던 날들을 생각하니 심장이 피를 흘리는 듯하다. 인생은 진리의 선물, 모든 순간은 영원의 행복일 수 있었던 것을 조금 젊었을 때 알았더라면… 이제 내 인생이 바뀔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다.”

이후 시베리아에서 보낸 4년의 수용소 유배생활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값진 인생이 되었습니다. 혹한 속에서 무려 5kg나 되는 족쇄를 매단 채 지내면서도 창작활동에 몰두했습니다. 글쓰기가 허락되지 않았던 유배 생활이었지만,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종이 대신 머릿속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모든 것을 외워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유배생활을 마친 후 세상 밖으로 나온 도스토예프스키는 인생은 5분의 연속이란 각오로 글쓰기에 매달렸고, 1881년 눈을 감을 때 까지 수많은 불후의 명작을 발표했습니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영원한 만남> 등,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작품을 쓴 도스토예프스키는 훗날 <백치> 라는 장편소설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나에게 마지막 5분이 주어진다면, 2분은 동지들과 작별하는데, 2분은 삶을 돌아보는데, 그리고 마지막 1분은 세상을 바라보는데 쓰고 싶다. 언제나 이 세상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단 5분뿐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때 사형으로 죽지 않은 것은 아직 진리가 정하신 때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며, 어떠한 목적과 계획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시간은 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생명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이 곧 시간입니다.

이제 저는 남은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 모르지만 제가 서원한대로 <덕화만발>카페와 <덕화만발> 글을 쓰는 것과 <덕화만발>가족과 평생 인연 맺은 모든 도반 동지들을 위하는 삶을 살다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간절하네요!

단기 4354년, 불기 2565년, 서기 2021년, 원기 106년 4월 19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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