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약재)' 이엽우피소 논란으로 코스닥 시장이 출렁이고 약재 시장에서도 이엽우피소가 자취를 감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0일 '가짜 백수오' 논란을 빚어온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제품을 재조사한 결과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백수오는 안면홍조, 손발 저림, 신경과민 등 갱년기 여성의 증상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엽우피소는 백수오와 겉모양이 비슷해 구분이 어렵고, 백수오보다 상대적으로 재배기간이 짧고 가격이 저렴해 종종 '사기 판매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약령시 한 매장에 진열된 백수오와 약재들. 약재상들은 최근 논란으로 약재시에서 이엽우피소를 찾기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가짜 백수오’ 제품을 유통시킨 건강기능식품업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 대해 4년 9개월 동안 단 한차례도 성분 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1일 드러났다. 건강기능식품의 관리와 감독에 손을 놓고 있는 사실이 백수오 파동을 통해 다시 확인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원료 인정과 기준 설정, 운영 등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0년 4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복합추출물에 대해 ‘갱년기 여성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기능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후 약 5년 동안 성분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가, 부작용 신고가 들어오자 지난 1월 처음으로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를 검사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당시 검사에서 ‘100% 백수오’라고 판단, 가짜 백수오를 밝혀내지 못했다. 한국소비자원이 3월 자체 검사를 진행해 혼입사실을 밝혀내지 않았다면 소비자들은 계속 ‘가짜 백수오’를 먹었을 거란 얘기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모든 건강기능식품이 어떤 원료를 썼는지 정부가 일일이 관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식약처가 고시 또는 인정한 국내 건강식품 원료는 529개에 달한다. 식약처장은 인삼이나 홍삼처럼 기능이 널리 알려진 원료는 누구나 건강기능식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고시하고, 특정 업체에서 새로운 원료의 안전성과 기능성을 연구한 뒤 인정을 요청하면 이를 검토해 해당 업체에 원료 사용 인증을 부여한다. 하지만 인증 이후 건강식품 원료에 대한 사후 관리ㆍ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원료는 제외하고, 시중에 유통중인 건강기능식품 완제품 중 약 10% 정도만 매년 수거해 검사할 뿐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원료를 검사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내츄럴엔도텍을 담당하는 식약처 경인지방청 관계자도 “올해 두 차례 내츄럴엔도텍에 현장 점검을 나갔지만 위생상태 등 전반적인 것을 본 것이며, 혼입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문제가 된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 복합추출물로는 유일하게 식약처장의 인정을 받은 업체다. 스스로 백수오 제품을 만들 뿐 아니라 31개 건강식품 제조업체에 백수오 원료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돼 왔다. 특히 백수오는 2013년 총 생산액이 전년(100억원)보다 7배(704원)나 급증해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형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 점유율도 2011년 2.8%에서 2013년 30.3%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이 같은 급성장과 함께 부작용 사례도 증가했지만 식약처는 손을 놓고 있었고, 주무부처가 아닌 소비자원이 검사에 나섰다가 혼입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식약처는 소비자원이 백수오의 이엽우피소 혼입을 확인한 후 지난달 17일 가진 간담회에서도 “내츄럴엔도텍 사안은 검찰조사 결과를 기다려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하자”는 의견을 내 문제가 된 제품의 회수ㆍ폐기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엽우피소 혼입을 가려내는 유전자 검사(PCR) 역시 소비자원은 3일이 걸렸지만, 식약처는 원료 수거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결과를 공개해 소비자들과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식약처 측은 “원료 관리가 미흡한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해 원료 진위 판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과 식품위생법에 위반된다며 수사를 의뢰,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대검찰청은 지난 3월 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에서 수거한 백수오 원료를 넘겨받아 성분 검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내주 내츄럴엔도텍 관계자들을 불러 원료구입과 보관 경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필요한 경우 경기 이천 소재 내츄럴엔도텍 공장에 대한 현장 조사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내츄럴엔도텍이 백수오 원료에 이엽우피소를 의도적으로 첨가했는지, 이엽우피소가 유독ㆍ유해물질인지 등을 조사한 뒤 처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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